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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남부지검장 전격 사의에 뒤숭숭한 檢 "안타깝다" "후임은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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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정현 기자]

머니투데이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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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철 남부지검장이 22일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하자 검찰 내부에서는 "훌륭한 분이 떠나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아울러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고 중간에 사의를 표명한 것에 대해선 "아쉬움이 남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지검장은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라임 사태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박 지검장은 2700자 분량의 글에서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해도 정치검사가 만들어진다며 사직 의사를 밝혔다.


검사들 "옳고 곧은 사람"...."이런 현실 안타까워"

박 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검찰 내부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이 다수다. 대다수의 검사들은 "박 지검장이 검찰의 현실을 제대로 표현한 것 같다"며 "정말이지 정치가 검찰을 덮었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 따르면 박 지검장은 꼼꼼한 성격으로 조직 내에서 신망을 받았다. 형사·기획 업무를 주로 담당했던 박 지검장은 사건 처리에 있어 신중하고 꼼꼼한 모습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와 함께 근무했던 한 부장검사는 "항상 사건처리에 있어 신중하고 올바르게 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검사들은 그의 이런 성격이 그를 떠나게 했다고 말했다. 박 지검장은 이프로스 글에서 "의정부지검장 시절 검찰총장 장모의 잔고증명서 위조 관련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며 "수사팀은 정치적 고려없이 잔고증명서의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선택했고 기소했다. 이후 언론 등에서 제가 누구 편이다 보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신껏 수사했지만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현실을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일선의 한 부장검사는 "수사를 해도 뭐라고 해, 안해도 뭐라고 하는데 그럼 도대체 검사 입장에선 어떻게 해야 하냐"며 "사건을 사건으로 봐야 하는데 계속 정치적인 고려를 하게 만드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했다.


라임 사건 처분 전 사의 표명 아쉬워...법무부는 후속 인사 착수

일각에서는 박 지검장이 라임 사건을 최종적으로 처분하기 전 사의를 표명한 것을 두고 "아쉬운 결정"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의를 표명할 정도의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사건을 법과 원칙에 따라 마무리지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서초동의 한 부장검사는 "박 지검장 입장에선 자신이 사의를 표명함으로써 남부지검으로 쏠리는 의심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 몰라도 후임 남부지검장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끝까지 사건을 마무리한 뒤 떠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또다른 부장검사도 "박 지검장의 말처럼 이런 상황에서 그 어떤 검사가 남부지검장으로 부임해 라임 사건을 처분한다 해도 과연 그 처분이 공정하다고 믿겠냐"면서 "박 지검장이 너무 빨리 떠나는게 아쉽다"고 했다.

박 지검장은 이프로스 글에서 "이렇게 정치권과 언론이 각자의 유불리에 따라 비판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남부지검 라임수사팀이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더라도 그 공정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박 지검장의 사의 표명이 검찰 내부에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법무부는 신속하게 후속 인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22일 오후 기자단에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독립적인 수사지휘 체계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금명 간 후속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박 지검장의 후임으로는 이종근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부장은 대표적인 친정부 검사로 알려져 있다.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의 정책보좌관부터 조국 전 법무부장관 시절 법무부 검찰개혁 추진지원단 부단장을 맡았고 최근에는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를 지냈다. 이 부장의 부인은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으로서 라임 수사 검사 접대 의혹을 감찰 중이다.

이정현 기자 goro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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