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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전세대란이 불러온 제비뽑기…전셋집 보는 것도 경쟁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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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이사철인 요즘 새 전셋집 구하기가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 수준입니다. 전세값이 많이 오른 데다 그마저도 구하기 어려워 집 구하는 서민들은 애간장이 탑니다. 그렇다보니 별의 별 일이 다 벌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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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보는데 제비뽑기가 왜 나와?

얼마 전 한 커뮤니티에선 사진 한 장이 화제가 됐습니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이었는데요. 10여 명이 아파트 복도 앞에 줄을 서서 뭔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누굴 보기 위해 기다리나? 물건을 사려고 기다리는 건가? 왜 줄을 서있지?' 사진만 봐선 어떤 상황인지 감이 안오는데요.

당시 현장 사진을 찍은 이는, 21평 짜리 전셋집을 보려고 사람들이 대기를 하고 있다는 설명을 붙였습니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현장을 찾았습니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위치한 이 아파트 단지에는 약 천 세대가 살고 있습니다. 당시 전세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업소에선 "전세 물량이 없는 와중에 싸게 나왔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매물이 워낙 귀한 데다 집을 볼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다 보니 한꺼 번에 사람이 몰렸다는 겁니다.

이 중 다섯팀이 계약을 하겠다고 경쟁이 붙었고, 결국 제비뽑기로 계약자를 정하자는 제안이 나오게 됐다고 합니다.

'전세난 속에 귀한 매물+ 시세보다 싼 가격+ 한정된 시간' 이 세 가지 조건이 겹치면서 이런 진풍경이 펼쳐지게 됐던 거죠.

이 날도 이 단지에 나와있는 21평형 전세 매물은 딱 한 개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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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마른 전셋집… 전국으로 번지는 전세 품귀현상

가양동 케이스가 흔한 경우는 아닙니다. 하지만 전세 품귀 현상은 학군이나 교통이 좋은 곳을 중심으로 점점 번지고 있습니다. 서울, 수도권은 물론 전국적으로 상황은 비슷합니다.

공인중개 업소를 통해 공동중개 시스템을 들여다 봤습니다. 어쩌다 나온 매물은 값이 많이 올랐고, 중대형 물건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 적정 가격에 나온 매물은 눈깜짝할 새 사라집니다. 그렇다 보니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금부터 넣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이사비를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세입자가 나가겠다는 약속을 모른척 하는 경우도 있어서 심하게 다퉜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서민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전세시장에 불안이 계속되면 어떻게 될까요. 전세난에 지친 무주택자들이 공황 구매에 나선다거나 실수요자의 이른바 패닉 바잉 현상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전셋값이 매매 가격에 영향을 줄 수도 있겠죠. 앞으로 임대차 계약 관련 분쟁도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매물은 없고 가격은 오르고, 왜?

전셋값만 두고 보면, 전체 상승률은 조금씩 안정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문제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부족하다는 겁니다. 즉, 물건이 너무 없다는 거죠. 이를 반영하듯, KB국민은행의 전세수급지수는 역대 최고치에 가까워졌습니다.

매물은 없고 가격은 오르고 왜 그런지 전문가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여름을 지나며 서울 전세 시장은 그야말로 폭발했습니다. 지난 7월부터 임대차3법이 시행되면서 부텁니다. 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이 핵심인 임대차법 시행이 예고되자 후폭풍이 일었습니다. 집주인들이 불안에 떨기 시작했고, 그 불안은 호가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기존 세입자한테 2년 더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계약갱신청구권이 적용되면서, 올해 전세 물량이 2년 후로 미뤄지고 결국 매물도 줄었습니다. 새로운 전세 물량도 앞으로 4년 간 임대료를 못 올린다고 하니, 집주인이 미리 전세가격을 높혀 부르는 상황이 됐습니다.

높아진 세금, 낮은 금리도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데요. 집 주인 입장에서는 제로 금리 상황에서 이자도 못 받는데 굳이 은행에 목돈을 넣을 필요가 없겠죠. 결국 전세 대신 월세 선호하게 되고 전세 물건은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여기에 3기 신도시 대기 수요도 전세난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 "상황 지켜보겠다"는 정부… 전세난 타개할 대책은?

이 질문에 정부는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16일 국정감사에서 국민들에게 송구하다면서도 전세난을 해결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솔직한 심정을 나타냈습니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전세 시장을 안정화 시킬 추가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추가 대책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언제 발표할지에 시장은 주목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내놓자 마자 바로 시장에 녹아드는 정책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따라서 부작용도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서민 울린 악법' '국민 편가른 정책'이란 평가가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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