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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인터뷰]“KFX 개발 그 자체가 경이…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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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X 개발 착수하니 인력 확보가 제일 어려워

조선업계 불황에 선박 엔지니어 대거 영입

KFX 개발 계기 항공개발 인프라 비약적 발전

세계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 10여개에 불과

헤럴드경제

이일우 KAI 고정익사업부문 상무(KFX 개발 총괄)가 경남 사천 소재 KAI 개발센터에서 KFX 모형을 앞에 두고 KFX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K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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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경남 사천)]2002년 처음 필요성이 공식 제기된 국산 전투기가 20여년만인 내년 5월 첫 모습을 드러낸다.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으로 명명된 국산 전투기 개발사업을 현장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일우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고정익사업부문 상무는 “KFX 개발에 성공하면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항공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KFX는 삼성휴대폰과 반도체, 현대자동차에 이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FX사업이 순항하고 있다. 소회는?

▶KFX사업은 2002년 11월 소요가 결정됐고, 2011년부터 2년간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탐색개발이 진행됐다. 이 때 KAI에서 30명의 엔지니어가 참여했다. 이후 약 3년의 기간을 지나 2016년부터 체계개발이 본격화됐다. 기본설계(PDR)와 상세설계(CDR)를 성공적으로 수행, 항공기 형상과 내부 구조를 확정했다. 현재 시제기를 제작하고 있다. 항공기 기술이 가장 앞선 미국에서도 개발 일정 지연이 일상적으로 발생한다. 그러나 우리는 KFX의 예정된 일정을 준수하고 있다. 그 자체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가장 어려웠던 점은?

▶KFX 개발을 위해서는 수십만개의 부품과 구조물, 기계장치, 전자장비 등이 필요하다. 복잡성과 성능 측면에서 극한의 기계를 개발하는 것이다. 항공기 개발 역사가 일천한 한국에서 전투기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적인 일이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개발인력 확보였다. KFX 개발착수 시점에 조선업계의 극심한 불황으로 선박설계 엔지니어들을 다수 채용해 위기를 넘겼다. 내년 시제기가 출고되면 시험평가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나타날 것이다. 이 때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 필요하지만, 그런 인원이 부족하다. 특히 항공우주와 같은 산업에서 우수 인력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지방에 위치해 있어 인력 유출이 심각한 수준이다.

-기본설계(PDR)와 상세설계(CDR)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PDR에서 엔진의 공기흡입구 설계와 전투기 내부 배치 설계가 어려웠다. 공기흡입구는 음속의 2배에 가까운 초음속 환경에서도 정상 작동해야 한다. 총 8회의 풍동시험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지금의 공기흡입구 설계를 완성했다. 아름답지 않은가. 또한 초음속 성능을 위해 항공기 단면적을 최소화해야 한다. 항공기 내에 탑재해야 하는 엔진, 착륙장치, 이차동력장치, 비행제어 액츄에이터 등을 배치하는데도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CDR 과정에서는 중량목표 달성이 어려웠다. 항공기 개발역사에서 목표중량 달성은 언제나 어려운 과제다. F-35 스텔스전투기도 중량목표를 달성 못해 개발일정이 18개월이나 지연됐다. KFX 중량 절감을 위해 포상 제도를 운영했다. 총 750여건의 아이디어가 접수돼 이를 반영, 결과적으로 960㎏을 절감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중량절감 포상 제도는 대부분의 항공기 회사에서 운영하는 제도다. KAI도 T-50(최초의 국산 초음속 훈련기) 개발 때부터 운영하고 있다.

도면을 기간 내에 완료하는 것도 어려웠다. 도면은 PDR 이후 15개월 내에 완료해야 한다. KFX 도면은 1만3700장에 달한다. 그 결과 월간 최대 1700장의 도면을 완료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4대 항공전자장비의 국산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어떤 의미인가.

▶항전장비의 국산화 결정으로 KFX 개발 리스크가 높아졌다. 만약 개발이 지연되면 항공기 개발일정 전체가 차질을 빚는다. 그러나 개발 성공 가능성이 높다면 긍정적인 면도 많다. 첨단 전투기는 항전장비의 가격 비중이 커 항전장비 국산화는 전투기 단가를 낮춘다. KF-16 업그레이드 사업에서 130여대의 항공전자 성능개량 사업에 약 2조원이 소요된다. 현 세대 전투기들의 항전장비 발전속도와 부품 단종 등을 고려할 때 전투기별 1~2회의 항전장비 업그레이드가 보편화되고 있다. KFX가 양산되면 추후 성능개량 사업에서도 외화 유출이 최소화될 것이다. 현재 4대 항전장비 개발이 순항하고 있어 이러한 장점들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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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X 형상 이미지.[사진=K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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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고정익동에서 KFX 동체가 조립되고 있다.[사진=K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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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예정된 수량 외 추가 주문이 나올 수 있나.

▶체계개발 기간 시제기 6대와 지상 구조시험체 2대를 제작한다. 또한 우리 공군의 F-4 및 F-5 대체 물량, 인도네시아 공군 소요량을 제작할 예정이며, 그 외 추가 물량이 있기를 기대한다.

-아이언버드 시험장비 개발이 완료됐다. 어떤 의미인가.

▶아이언버드 시험장비를 통해 실제 항공기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고장 상태를 시험할 수 있다. 또한 극한의 조건을 상정해 실제 비행시험의 위험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KFX 성능검증 항목은 요구도 1만1000여개, 감항인증 기준 750여개의 매우 방대한 규모다. 시험장비는 국내 엔지니어링 업체에서 설계, 제작했다. T-50 개발 당시와 비교해 국내 기술역량이 괄목할 만한 발전을 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확보한 장비 및 노하우는 한국의 항공기 개발 인프라를 세계적 수준으로 높인 것으로 평가한다.

-비행시험과 무장시험은 어떻게 진행하나.

▶비행시험은 2022년 착수 예정이다. 총 2000회 이상의 비행을 예정하고 있다. 초기건전성-비행영역확장-성능검증-무장 적합성 및 군 운용적합성 시험으로 구성된다. 초기건전성 시험은 안전한 비행영역에서 각 계통의 기능을 점검하는 것이다. 비행영역확장 시험은 비행고도, 속도, 하중 등을 확장해가는 시험이다. 성능검증은 비행성능, 비행제어, 세부계통, 항공전자, 고도속도계, 무장계통성능 등을 검증한다. 무장적합성 시험은 무장의 안전 분리 및 무장 정확도를 검증한다. 군 운용적합성은 소요군인 공군이 수행한다. 공대지 무장 시험은 체계개발 기간이 끝난 후 별도 프로그램으로 수행될 예정이다.

-전투기 운영 소프트웨어도 국산 개발이다. 진척 사항은?

▶KFX에 소프트웨어가 탑재되는 장비는 총 60여개 품목이다. 이 중 규모가 방대한 비행제어 및 임무장비 소프트웨어는 KAI가 직접 개발한다. 비행제어 소프트웨어는 소스코드 기준 약 17만라인을 예상하고 있고 현재 11만라인으로 65% 진행됐다. 비행제어 소프트웨어는 원자력발전소 운용 소프트웨어 이상의 신뢰성이 요구된다.

임무 소프트웨어는 항법·통신·식별에 필요한 코어 소프트웨어와 센서정보 획득, 정보 융합을 통합 표적 추적, 무장제어, 전자전 소프트웨어로 구성된다. 소프트웨어 규모는 소스코드 기준 약 75만라인이고 현재 약 45만 라인이 완료됐다. 소프트웨어 규모가 방대해 단계별로 완성하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항법·통신·식별 소프트웨어를 먼저 개발하고 공대공 임무, 공대지 임무 등으로 단계를 높여가는 것이다.

최근 항공기 체계에서 소프트웨어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획득한 소프트웨어 개발 및 시스템 통합 능력은 향후 정보수집기, 무인전투체계 등의 국내 개발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KFX 개발 성공을 기원하는 국민들께 한 말씀.

▶초음속 전투기 개발 국가는 전세계에서 10여개국에 지나지 않는다. KFX 개발에 성공하면 항공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그렇게 되어 KFX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삼성 휴대폰, 반도체, 현대자동차에 이어 전세계인에게 각인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KFX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엔지니어는 자부심을 갖고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를 요청드린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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