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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돌아온 오바마의 맹공 "트럼프, 나라는 커녕 스스로도 못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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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대통령직을 리얼리티쇼 취급"

"트윗질은 문제 해결 못해…바이든 뽑으면

미친 소리 들을 필요 없고, 덜 피곤해 져"

중앙일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지지 유세에 나섰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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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잡기 위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출격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대선을 13일 앞두고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지원을 위한 유세에 나섰다. 자신의 행정부에서 8년간 부통령으로 손발을 맞춘 바이든 후보를 지원하는 유세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메이저리그 구단 '필라델피아 필리스' 홈구장인 시티즌 뱅크 파크에서 '드라이브인 유세' 방식으로 유권자들과 만났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푸른색 셔츠를 입은 그는 소매를 걷어 올린 특유의 패션 스타일로 무대에 올랐다. 그는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삼가는 관례를 깼다고 CNN은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와 국정 운영 능력을 작심 비판했고, 트럼프 대통령 성격과 태도, 발언까지 맹렬히 공격했다. 일상의 언어로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는 오바마 연설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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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드라이브 인 방식으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 유세에 나섰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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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전 대통령은 먼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운영 능력에 문제를 제기했다. 오바마·바이든 행정부가 물려준 경기 호황을 마치 트럼프 대통령이 모두 이룬 것처럼 행동하고, 정작 코로나19 대응 부실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고 발뺌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물려받은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이것도 망쳤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리얼리티 쇼로 취급하고, 그마저도 시청률이 떨어져 화가 나 있다고 조롱하면서 "중요한 것은 이건 리얼리티 쇼가 아니라 리얼리티(현실) 그 자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가 다 되도록 대통령직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능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고, 자신과 친구들을 위하는 것 외에는 어떤 일에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신의 행정부가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계획을 만들었는데, 지금 그 계획이 백악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면서 기우뚱대는 테이블 받침대로 쓰이고 있을지 모른다고 비꼬았다.

미국에서 코로나19 가을 재유행이 시작된 것을 지적하면서 "트럼프가 갑자기 우리를 지킬 수는 없다. 그는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기본조치도 못 한 사람"이라고 조롱했다. 참석자들은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환호했다.

그는 "솔직히 코로나19 사태는 어느 대통령에게도 도전이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트럼프처럼 망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들은 잘 대응하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한국과 캐나다를 모범 사례로 들었다.

그는 "한국은 미국과 같은 시점에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인구당 사망률은 미국의 1.3%에 불과하다"면서 "캐나다도 미국의 39% 수준"이라고 말했다.

모든 나라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처럼 22만 명이 목숨을 잃고 경제가 멈춰 선 나라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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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지지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투표하라고 강조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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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이 진행될수록 비판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을 "미친 삼촌"에 비유하기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세계를 지배하는 은밀한 무리가 있다는 음모론을 리트윗하고, 네이비실이 빈 라덴을 죽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건 정상적인 대통령 행동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친 삼촌 빼고는 가족이나 동료, 교장 선생님이나 운동부 감독이 그렇게 말해도 용인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미국 대통령은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행과 인종주의적 언행은 거기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다른 이들을 대담하게 하고, 잔인하게 하며, 분열시키고, 인종차별주의자로 만들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이든 후보가 집권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미친 소리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피곤하지 않아도 된다. 가족끼리 싸우지 않아도 된다"면서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과 행동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 과학자를 얼간이라고 부르지 않고, 백악관에서 코로나19 슈퍼 전파 행사를 열지 않을 것이며, 코로나19 검사를 폭넓게 확대하고, 백신을 무료로 보급하고, 주 정부가 다른 나라에 코로나19 대응 장비를 요청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누군가 자녀이자 배우자이고, 엄마 아빠인 군인을 패배자와 호구라고 부르는 대통령, 민주주의 대신 세계 독재자들과 어울리는 대통령을 보지 않아도 된다며 바이든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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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지지 유세에 나섰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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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투표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2016년 선거에서 펜실베이니아 주민들이 게을러서, 안주해서, 냉소적이어서 투표하지 않는 바람에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후보가 펜실베이니아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는 것으로 나오지만, 거기에 안주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투표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어떠한 의심도 남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면서 바이든 후보가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를 믿지 말라고 당부했다. 여론조사가 아무리 우위에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투표하러 가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여론조사는 신경 안 쓴다. 지난번에도 아주 많은 여론조사가 있었지만 맞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주 많은 사람이 집에 있었고, 게을렀고, 안주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까지 이제 13일 남았다"면서 "13일간 어떻게 하느냐가 앞으로 수십 년을 결정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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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지지 유세에 나섰다. 선거 사무소 근처에서 만난 아이와 눈을 맞추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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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며 선거에 냉소적인 젊은 층을 향해서는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지만, 투표하면 조금 바뀌고, 또 투표하면 조금 더 바뀌다 보면 결국 우리가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다"면서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인 투표권을 사용해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는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승부처 가운데 하나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보다 4만여표를 더 얻어 펜실베이니아주 선거인단 20명을 확보했다. 득표율 격차는 0.7%에 불과했다. 선거인단 20명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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