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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형이 그렇게 지키려했는데… ‘라면 화재’ 8살 동생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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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갑자기 악화돼 결국… 화재 37일 만

인천의 한 가정집에서 보호자가 없는 사이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불이 나 중상을 입은 초등학생 형제 중 동생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돼 끝내 숨졌다. 화재 발생 37일 만의 일이다. 형제의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알려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데다, 거센 불길 속에서도 자신보다 먼저 동생을 지키려 한 10살 형의 노력이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세계일보

이른바 ‘라면 화재’로 알려진 인천 가정집 화재 사건으로 중상을 입은 초등학생 A(10)군과 B(8)군 형제가 과거 편의점에서 먹거리를 사고 있는 모습. B군은 화재 발생 37일 만인 21일 끝내 숨을 거뒀다. 연합뉴스TV 캡쳐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의 한 화상전문병원 일반병실에서 치료를 받던 A(10)군의 동생 B(8)군이 갑작스러운 상태 악화로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이날 오후 3시45분쯤 사망했다. B군은 전날 오후부터 호흡 곤란을 호소하고 구토 증세를 보이는 등 상태가 급격히 악화했다고 한다. 화상이 심하지는 않았으나 유독가스를 많이 들이마신 것으로 알려진 B군은 호흡기 손상이 심해 집중적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병원 측은 이날 오전 B군을 중환자실로 옮겨 기관 내 삽관을 시도했으나, 2시간 넘는 심폐소생술(CPR)에도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며 결국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A군 형제는 지난달 14일 오전 11시10분쯤 미추홀구의 한 빌라 2층에서 라면을 끓이다 일어난 화재로 중상을 입었다. 당시 A군은 안방 침대 위의 아동용 텐트 안에서 심각한 화상을 입은 채 발견됐고, B군은 침대와 맞붙은 책상 아래 웅크리고 있었다고 한다. 소방당국은 집에 불이 나자 형 A군이 동생을 책상 아래 좁은 공간으로 대피시키고, 자신은 연기를 피해 텐트 안으로 들어가 있던 것으로 추정했다. 동생이 피신한 책상 아래엔 이불이 둘러싸여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방 관계자는 “형이 마지막 순간까지 동생을 구하려고 일종의 방어벽을 친 것 같다”고 전했다.

형 A군은 온몸 40%에 심한 3도 화상을 입어 2차례 피부 이식 수술을 받았다. 최근 상태가 호전돼 휴대전화로 원격수업을 가끔 들을 정도가 됐다고 한다. B군은 의식을 회복하고 “엄마”라는 말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형제 모두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의식을 완전히 되찾으면서 일반병실로 옮겨진 상황이었다. A군 형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의 여파로 등교하지 않고 비대면 수업을 하던 중 엄마가 외출한 사이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족은 한부모 가정에 기초수급생활자로, 경제적 형편이 어려웠다고 한다.

동생 B군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맘카페 등에선 “너무 마음이 아프다”거나 “하늘도 무심하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B군을 추모하는 메시지가 잇따라 나왔다. 형제의 빠른 쾌유를 기원하며 치료비를 기부한 시민들 역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앞서 이들의 사연이 알려진 뒤 인천 미추홀구의 사단법인 학산나눔재단에 전날까지 1087명이 모두 2억2700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집계됐다. B군의 빈소는 이날 연수구 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엄마와 형은 함께하지 못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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