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8 (목)

한국은행 머릿돌에 새겨진 '정초'…이토 히로부미 친필 맞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문화재청, 자문단 조사 결과 발표

쿠키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 머릿돌.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한국은행 본점 화폐박물관(옛 조선은행 본점) 머릿돌(정초석)에 새겨진 글씨가 조선총독부 초대 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쓴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서체 관련 전문가 3명으로 자문단을 구성해 지난 20일 현지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12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전 의원은 이 자리에서 이토 친필로 머릿돌이 만들어졌다는 내용이 담긴 간행물인 영문잡지 '조선과 만주의 경제 개요'를 제시했다.

조선은행이 1918년 발간한 이 잡지의 6쪽에 '이 건물의 정초석은 이토 공작의 친필로 만들어졌다'는 설명이 담겼다.

문화재청은 '일본 하마마츠시 시립중앙도서관 누리집'에 있는 이토 붓글씨와 비교하고 이를 종합해 "조사 결과 머릿돌에 새겨진 '定礎' 글자는 이토가 먹으로 쓴 글씨와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비스듬하게 내려쓴 획 등을 볼 때 이토 글씨의 특징을 갖고 있어 그의 글씨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글씨 새기는 과정에서 획 사이가 떨어져 있어야 하는 부분이 붙어 있고, 붓 지나간 자리의 서체를 살리지 못한 점 등 정교함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고 밝혔다.

또 정초석에서 정초 일자와 이등박문(이토 히로부미) 이름을 지우고 새로 새긴 '융희(隆熙) 3년 7월11일'(1909.7.11) 글씨는 이승만 대통령의 필치로 보인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그러나 정확한 기록은 없는 상태로, 문화재청은 "해방 이후 일본 잔재를 없애기 위해 이승만이 특별히 써서 석공이 새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이번 고증 결과를 서울시(중구청)와 한국은행에 통보할 예정이다. 이후 한국은행이 안내판 설치나 '정초' 글 삭제 등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하면 문화재청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관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은행 본관은 1907년에 착공해 1909년 정초 후 1912년 조선은행 본점으로 준공됐다. 광복 후인 1950년 한국은행 본관이 됐고 본관이 신축되며 현재 화폐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jihye@kukinews.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