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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단독] A상병의 무단출국, 허술한 출입국관리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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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입대 전후 장병 여권발급제도에 ‘구멍’… 재확인된 부처 간 장벽

외교부, 법무부, 국방부 향한 제도개선 목소리 높아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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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장면. 위 사진은 기사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공군 소속 A상병이 휴가 중 허가받지 않은 해외출국 후 복귀해 입건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으로 인해 정부의 출입국관리체계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더구나 드러난 구멍이 더 넓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여 후속 조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20일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충청북도 소재 제6탐색구조비행전대 소속 A상병은 지난 14일 병원 진료 목적으로 1박2일 청원휴가를 나간 뒤 복귀하지 않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해외로 출국했다.

당시 군은 A상병이 해외 출국을 위한 사전허가를 받지 않은 무단이탈(탈영) 상황이며 가족을 통해 귀국을 설득하고 있다는 사실만을 알렸을 뿐 어느 나라에 체류하고 있는지, 장병관리에 문제는 없었는지, 해외출국 경위 등에 대해서는 사실확인 중이라는 답변만을 반복했다.

사건이 발생하자 정치권을 비롯해 일각에서는 현역군인이 사전허가와 제재 없이 해외로 출국할 수 있었다는 점에 의아함을 드러내며 출입국관리 및 여권관리, 군 복무 중인 장병들의 관리체계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여권을 발급·관리하는 외교부와 출·입국을 관할하는 법무부, 군 복무 전반을 통제하는 국방부 등에 관리사각에 대한 사실관계를 살펴봤다. 확인 결과, 관리체계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나아가 드러난 구멍을 더 넓힐 수 있는 제도개선이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여권법상 병역미필자 중 만24세 이하인 경우 24세까지 사용이 가능한 복수여권을, 25세 이상의 경우 허가사항에 따라 1년 내외의 유효기간을 가진 단수여권(일회용)을 발급받을 수 있다.

문제는 출입국관리법 등에서 군인의 무단출국을 사전 차단할 수 있는 규정이나 제도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결국 만24세가 지나지 않았거나, 기존에 발급받은 여권의 유효기간이 남았을 경우 사전 허가 없이 무단으로 해외로의 출국이 가능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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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소속 장병들이 병무생활을 즐기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공군

이와 관련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블랙리스트 등 출국제한 목록에 들어있지 않다면 군인인지 아닌지 출국자의 신분을 확인할 방법은 없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또한 “여권은 우리나라 국민임을 증명하는 신분증일 뿐이며 헌법에 보장된 권리인 만큼 발급을 제한하거나 하긴 어렵다”고 했다. 국방부는 “해외로의 탈영을 사전에 파악하고 차단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부처 간 업무협조를 통해 복무 중인 군인이나 출국을 위해 사전허가를 받아야하는 이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거나 정보제공을 통한 사전 출국제한조치가 이뤄지는 등의 방식으로 제도개선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세 부처 모두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이 가운데 외교부 요청에 따라 정부가 병역 미필자에 대한 여권발급제도를 보다 수월하게 개정하는 방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키고 지난 9일 국회에 관련 법률의 개정안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해당 개정안에 의하면 병역을 이행하지 않아 1년 내외의 단수여권만을 발급받을 수 있었던 만25~37세 남성까지 5년의 복수여권(다회용)을 발급받을 수 있게 된다. 이대로 법이 개정된다면 A상병과 같은 사례가 사실상 연령제한이 사라지며 더 늘어날 가능성이 열릴 우려도 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단수여권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가 있는데다, 학업을 마친 후 해외에서 취업기회를 얻으려는 이들 등 청년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편의성과 비용부담 등을 고려할 때 개정은 필요하다”며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나아가 구체적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했지만 출입국관리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져야할 것이란 취지의 말도 남겼다.

한편 A상병은 20일 오후 늦은 시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공군 군사경찰에 의해 체포된 후 17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대 격리시설에서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진단검사를 받은 후 격리조치에 들어갔다. 21일 군에 따르면 A상병은 코로나19 음성판정을 받았지만 방역수칙에 따라 2주간 격리될 것이며 격리가 끝난 후 탈영혐의로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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