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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금태섭 민주당 탈당… 與는 조롱, 野선 손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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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黨 오만한 태도 가장 큰 문제” 징계 재심청구 5개월 만에 당 떠나

조선일보

지난해 조국 전 법무장관 사태 때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거의 유일하게 비판적 목소리를 냈던 금태섭(53) 전 의원이 21일 민주당을 탈당했다. 금 전 의원은 조 전 장관의 ‘언행 불일치’와 그를 무조건 옹호하는 여권 내 ‘편 가르기’를 비판했다가 친(親)조국 지지자들에게서 ‘문자 폭탄’ 공격을 받았다. 올해 4월 총선에선 ‘자객(刺客) 경선’ 논란 끝에 정치 신인에게 패해 공천을 받지 못했다. 정치권에선 “친문(親文) 주류를 비판했다가 공격받아온 비문(非文) 인사의 첫 이탈”이란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강성 친문 의원들은 금 전 의원을 “철새”라고 공격했고, 친조국 지지자들은 “앓던 ‘금니’가 빠져 속이 다 시원하다”고 조롱하며 야당으로 가라고 했다.

금 전 의원은 이날 새벽 페이스북에 올린 글과 본지 통화 등에서 “공수처 당론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 처분을 받고 재심을 청구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당은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탈당을 알렸다. 그는 지난 연말 민주당이 공수처법을 강행 처리할 때 동의할 수 없다며 기권표를 던졌다가 당의 징계를 받았다.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재심에 들어갔지만 결정을 차일피일 미뤘다. 금 전 의원은 ‘민주당의 변질’도 탈당 이유로 꼽았다. 그는 “민주당은 예전의 유연함과 겸손함, 소통의 문화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 편 가르기로 국민을 대립시키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범법자, 친일파로 몰아붙이며 윽박지르는 오만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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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탈당 선언을 한 금태섭 전 의원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2020.10.21./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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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금 전 의원 탈당은 “민주당이 이성적 소통이 불가능한 집단으로 변질했다는 사실의 증명”이라며 “북한은 하나의 의견만 허용되는 ‘순수한’ 사회인데, 금 전 의원 탈당으로 민주당은 한층 더 ‘순수해진’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들은 거친 비난을 쏟아냈다. 금 전 의원 글에는 “박쥐 한 마리 날아가서 다행이다” 등 비난 댓글 수백 개가 달렸다. 친문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금 전 의원이 지난해 국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 때 윤석열 검찰총장, 국민의힘 의원 등과 같은 엘리베이터에 탄 사진이 올라왔다. 여기엔 “저들과 행복한 여생 보내라” 등 혐오성 댓글이 달렸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금 전 의원의) 충고는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며 “떠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상당수 의원은 그의 탈당을 “별 의미가 없다”며 평가절하하거나 비아냥댔다. 정청래 의원은 “본인을 위해서나 민주당을 위해서나 잘된 일”이라며 “국민의힘이 더 당기겠지만 그래도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철수형(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이 외롭다. 국민의당행을 권면한다”고 했다. 한때 “금태섭처럼 소신 있는 초선 의원이 되겠다”고 했던 김남국 의원은 “금 전 의원은 철새 정치인”이라며 “내가 못 먹는 우물 남도 먹지 말라는 못된 마음으로 침을 뱉고 떠난다”고 했다.

20대 국회 때 금 전 의원과 함께 민주당 안에서 소신 발언을 해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로 불렸던 인사들은 금 전 의원 탈당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도 그의 문제의식에는 공감을 나타냈다. 조응천 의원은 “금 전 의원 글의 많은 부분에 공감하지만 야속하고 원망스럽다”고 했다. 박용진 의원은 “정치인에게 소신에 따른 수난, 비판은 감당하고 가야 할 몫”이라면서도 “금 전 의원 글에서 당에 대한 마지막 애정과 회한이 절절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야권에선 서울 강서갑에서 의원을 한 금 전 의원 탈당이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그를 영입해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금 전 의원을 “한번 만나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금 전 의원은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 더 많이 반성해야 할 당”이라며 “진로는 천천히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일각에선 기존 진영 논리와는 다른 입장에서 정치 활동을 해왔던 금 전 의원이 양대 정당이 아닌 ‘제3 지대’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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