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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전세 없애는 게 전세대책인데…말 못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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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편집자주] 임대차2법 시행 석달여가 지났다. 신규 전세시장은 임대료 상승과 전세 매물 실종으로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일시 혼란으로 보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전세파동 가능성을 언급한다. 전세 물량 공급을 당장 확대할 수도 없고, 가격을 모두 통제할 수도 없어서다. 뾰족한 대책이 없다. 매매가격이 안정되면 전셋값이 오르는 사이클이 반복되고 있지만 누구도 '전세를 없애자'고 말 못하는게 근본 문제다.

[MT리포트-대책없는 전세]-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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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2법 시행 후 임대차 시장에 혼란이 계속되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전세제도 때문이다.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는 영국이나 독일 등 유럽 주요국에서 이미 도입했다. 선행 사례만 잘 따라 해도 시행착오를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선진국 임대차 시장은 대부분 월세 위주고 우리나라는 전세 비중이 높다는 게 '함정'이다.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해도 가격 민감도가 크지 않은 월세가격은 변동폭이 미미할수 있다. 하지만 전세는 4년간 임대의무 기간을 지켜야 하는 계약갱신청구권과 맞물려 '4년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증액할 수밖에 없게 된다.

임대차2법을 시행한 시점도 애매했다. 정부는 6·17 대책과 7·10 대책, 8·4 공급대책까지 쏟아내며 매매가격을 잡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서울 집값 급등세는 꺾였지만 전세 불안은 가중됐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매매가격을 안정시키면 전셋값이 오르고 반대로 매매가격이 오를 것 같으면 전세보증금이 매매시장으로 간다"며 "매매와 전세는 '대체'관계가 아니라 '보완' 관계가 된다"고 지적했다.

전세는 서민 주거안정에 기여해 왔고 정부도 공적 보증을 통해 전세대출을 지원해 왔지만 부동산 시장 전체 이슈로 보면 집값을 끌어 올리는 지렛대(레버리지)로 활용되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정부는 임대차법 개정 작업을 하면서 '월세시대'로 전환을 대비한 정책도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임대료 증액을 제한하면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바꿔 임대료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럼 월세 살란 말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어 공론화를 못할 뿐이다.

31년만의 임대차법 개정과 유례없는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월세시대'에 대한 적극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대책의 궁극적인 종착지는 결국 '월세대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송 부장은 "임대차법 개정 이후 보증부 월세(전세보증금+월세)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며 "정부가 보증부 월세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집주인과 세입자에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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