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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2.5단계, 자영업자들은 '사(死) 단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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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와 자영업자 임대료 전쟁 ③ 끝] 박지호 맘상모 사무국장이 제안하는 대안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매출이 급락해도 매월 꼬박꼬박 내야하는 임대료입니다. 한계에 처한 자영업자들은 이제 정부-건물주가 고통분담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정책적 대안을 모색해 봤습니다. <편집자말>

오마이뉴스

▲ 박지호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사무국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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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이어지던 지난 8월 말부터 9월 초. 음식점은 저녁 9시 이후로 영업을 할 수 없었고 카페는 배달만 가능했다. 코로나19 고위험시설로 지정됐던 노래방이나 뷔페 등은 한 달 가까이 문을 걸어 잠갔다. 손님이 끊기고 돈줄이 막힌 자영업자들은 비명을 질렀다. 폐업을 하는 상인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연일 뉴스를 장식했다.

"당시 자영업자들을 구제할 방법은 있었다."

박지호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아래 맘상모) 사무국장은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당시 쓰러져가는 자영업자를 도울 방법이 있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제안한 해법은 '임대료 고통 분담'이다.

그는 "코로나 시국에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건 임대료"라며 "임차인과 임대인, 은행과 정부 등 이해관계자들이 (2.5단계 영업 제한에 따른) 고통을 분담했다면 자영업자들이 홀로 피해를 감당하지 않아도 됐다"고 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부는 (사회적거리두기로 영업 제한을 하면서) 소상공인 임차인에게 책임을 '몰빵'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자영업자들에게 사회적 소외감 사(死)단계처럼 느껴진 이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자영업자 지원 대책에 대해 박 사무국장은 "사람이 다쳐서 뼈가 부러졌는데 빨간약을 살짝 발라놓은 수준이었다"고 혹평했다. 임대료를 깎아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도 현장에선 전혀 효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게 그의 평가다.

그는 지난 9월 국회를 통과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아래 상가법)' 개정안도 "무의미한 법"이라고 꼬집었다. 법 개정으로 코로나19 시기에 임차인이 임대료 인하를 청구할 수 있게 됐지만, 임대인이 절대 갑인 현 상황에서 그런 요구를 할 수 있겠냐는 것.

코로나 보릿고개, 자영업자들을 도울 방법으로 박 사무국장은 '고통 분담'을 제안했다. 그는 "정부는 임대인에게 임차료를 50% 깎아주도록 요구하고, 은행에는 임대인들의 이자 비용 절반을 감면하도록 요구해야 한다"며 "이후 은행에도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는 방식으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자영업자 문제를 방치하면 국가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했다. 그는 "대다수의 중년들이 퇴직 후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다. 상가 임대차 문제를 소홀히 했다가 중년들의 노후를 국가가 세금으로 책임져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상가법 개정으로 임차인의 권리를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고 요구했다.

"임대인은 임차료 50% 깎아주고, 은행은 임대인의 이자 비용 절반 감면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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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호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사무국장.. ⓒ 권우성



-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얼마나 힘든 건가?
"직장인들의 경우엔 무급 휴직이 되면 쓸 돈이 없어져 힘들다. 그런데 자영업자는 그 이상이다. 쓸 돈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임대료 같은 고정비가 있어 오히려 돈을 내야 하는 처지다. 특히나 지난 사회적 거리두기 2.5 단계는 자영업자들에게는 사회적 소외감 사단계였다. 사는 숫자 4가 아니라 죽을 사(死)였다."

- 죽을 만큼 힘들었다는 이야기인가?
"맞다. 상가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있다. 임차인과 건물을 빌려주는 임대인, 그들이 돈을 빌리는 은행과 은행을 관리하는 정부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의 영업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이해관계자들이 그 책임을 나눠 가지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정부는 임차인들에게만 책임을 '몰빵'했다. 영업시간 제한 조치로 피해를 독박 쓰게 만들었다."

- 자영업자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이 주어지기도 했다.
"일회성이었다. 그 이후는 어떻게 해야 하나. 게다가 일괄적으로 같은 금액을 지급한 것도 합리적이지 않았다. 임대료는 건물별로 다 다른 만큼 차별화했어야 한다고 본다. 어떤 사람은 100만원, 또 어떤 사람은 500만원을 낸다. 정부에서 일괄로 150만원을 준다면 100만원 내던 사람은 50만원 이득을 보고 500만원 내던 사람은 여전히 350만원을 자비로 지출해야 한다."

-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당시 정부가 어떻게 했어야 한다고 보나?
"고통분담이 필요했다. 정부가 나서 임대인에게 임차료를 50% 깎아주도록 요구했어야 한다. 물론 임대인들은 '재산권 침해'라고 항의할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임대인들이 많은 돈을 대출받아 건물을 산 만큼, 정부가 은행에 임대인에 대한 이자 비용을 반값 감면하라고 요구한다면 문제는 해결된다. 정부는 은행에도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으면 된다."

- '착한임대인 운동' 같은 캠페인들도 열렸는데 혹시 현장에서 체감했나?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나도 현재 카페를 운영하는데 건물주에게 캠페인 내용을 보내면서 '조금 도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더니 '어려울 것 같다. 미안하다 우리도 어렵다'는 답장이 왔다. 주변 자영업자들도 사정이 비슷했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건 공공기관이나 사회적으로 많이 알려진 큰 회사 건물 정도였다. 정부 지침에 호응하기 위해 몇 % 감면은 해 준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물주들은 열이면 열 거부 반응을 보였다."

-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후 다양한 정책을 내놨다. 그중 가장 도움이 됐던 정책과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던 대책을 하나씩 꼽는다면?
"먼저 지난 9월 상가법이 개정되면서 코로나19 시기에는 임대료를 6개월까지 연체해도 더이상 임차인들이 쫓겨나지 않게 됐다. 그런데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 그마저도 유명무실해질 것 같아 걱정이다. 사람이 다쳐서 뼈가 부러졌는데 빨간약을 살짝씩 발라놓은 수준이다. 정작 근본적인 치료는 전혀 안 되는 것이다.

반면 개정안에 포함된 '임대료 감액 청구권'은 무의미하다. 개정안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임차인이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줄여달라고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개정 전 법에서도 '급격한 사회변동'이 생기면 임대료 감액을 청구할 수 있었다. 임차인들이 건물주에 실제로 임대료를 줄여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임차인들은 계속 장사를 해야 하는 처지다. 괜히 (감액청구권으로) 건물주를 자극하고 싶지 않을 거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떤 임차인이 건물주에 소송을 걸고, 건물주와 불편한 관계 속에 지내고 싶어하겠나."

코로나19 시대의 상가 임차인들

- 코로나19로 워낙 어렵다보니 맘상모에 도움을 요청한 자영업자들도 많았을 것 같다.
"정말 억울한 사연들이 많았다. 한 예로, 울산에서 핸드폰 가게를 운영하는 40대 여성은 일곱명의 가족과 함께 살면서 사실상 '가장' 역할을 하고 있었다. 가족들에게 장애가 있어 결혼도 못 하고 사업에만 열중했다. 보증금 4000만원에 월세 350만원을 내며 5년을 일했는데 임대차 계약 만료가 다가오면서 건물주는 올해 보증금을 3억으로 약 8배, 월세를 1000만원 약 3배로 올렸다. 그냥 나가라는 이야기다.

건물주가 제멋대로 나올 수 있었던 건 법적 보호기간이 끝나면 임대인이 임대료를 400~500%로 올려도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원래는 5년이었던 상가법 보호 기간이 10년으로 개정되기도 했지만, 해당 여성은 소급 적용을 받지 못해 10년의 영업권을 보장받을 수 없었고 건물주에 쫓겨나다시피 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9월 국회를 통과한 상가법 개정안은 계약갱신요구권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임차인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임대인이 최대 10년 간 정당한 이유 없이 임차인을 내쫓을 수 없게 한 것이다. 10년 동안 재계약 시 인상률도 5%로 제한된다. 하지만 이 내용은 법 개정 이후 이뤄지는 계약에 한해 적용됐고 기존 계약에는 소급되지 않았다.

- 그 여성은 어떻게 됐나?
"결국 권리금도 받지 못한 채 강제집행을 당했다. 하지만 맘상모에 연락해 권리금을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뒤늦게 소송 진행 중이다."

- '코로나 시국'에도 임대인이 임대료를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서 자산을 늘릴 수 있는 첫번째 방법이 부동산이다. 투자가 아닌 투기가 목적이다. 그런데 상가법이 적용되는 10년이 지나면 건물은 투기 용도로 전환된다. 몇 백 %를 올려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대출을 받아 많은 이자를 내면서 10년을 버티고 그후에 대폭 임대료를 올리는 것이다. 그 부담은 임차인에게 전가된다. 그런 악순환이 이어진다."

-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10년이 지나더라도 연간 5% 내 임대료 인상률을 유지해야 한다. 임대인들은 재산권 침해라고 문제를 제기할 텐데 사실 5%도 엄청 큰 숫자다. 물가상승률이 1%대고 대출 금리가 3%대다. 5%라면 물가상승률의 5배인 꼴이다. 건물주들의 재산권 침해가 아니라 투기 보호를 위해 5% 인상률 유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을 중의 을' 임차인의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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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호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사무국장.. ⓒ 권우성



- 그밖에 맘상모에 재건축 관련 문의도 많다고 들었다.
"요즘 문의가 제일 많다. 재건축은 집주인이 권리금을 주지 않고 임차인을 쫓아낼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 중 하나다. 상가법에는 '권리금회수기회 보호의무'라는 게 있는데 건물이 재건축에 들어가거나 건물주가 1년 6개월 간 비영리 목적으로 건물을 쓰겠다고 하면 임차인이 권리금 보호를 받지 못한다. 물론 앞으로 건물을 재건축할 계획이 있는 건물주는 사전에 임차인과의 계약서에 이 사실을 적어둬야 한다.

그런데 올해 맘상모로 문의한 한 자영업자는 건물주가 계약 기간 5년이 지나니까 재건축을 한다고 하면서 나가라고 했다. 소송을 했지만 졌다. 그리고 강제집행을 당했는데, 이 판결이 이뤄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건물주는 상가에 재임대를 놨다. 임차인이 항소를 했고 2심에서 이겼지만 대법원까지 간다고 한다. 임대인은 돈이 많으니 끝까지 갈 수 있지만 임차인은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힘들다. 임대인과 법정 다툼에서 이기기가 쉽지 않다."

- 박 사무국장도 과거 노량진에서 카페를 하다가 건물주에 쫓겨난 걸로 알고 있는데.
"서울 노량진에 있는 '박문각' 건물에서 4년 넘게 커피숍을 운영했다. 그런데 계약 만기를 6개월 앞두고 건물주로부터 계약을 끝내자는 연락이 왔다. 비영리 목적으로 건물을 사용한다면서 권리금은 못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건물주가 내 카페가 있던 자리에 또다른 카페를 만들 계획이라는 증거를 찾아냈다. 인테리어 업자가 견적을 내러 온 것을 봤다. 언론 보도도 나가자 건물주가 '비영리 맞다. 무료 카페를 만들 계획이었다'고 변명했다.

당시 소송에서 재판부는 건물주가 나에게 권리금을 줘야 한다고 판단했는데, 감정평가사가 영업권리금을 0원으로 책정했다. 판사도 '매장 가치가 오래될수록 가치는 높아져야 하는데 영업권리금이 0원이 나왔다'며 의아하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판사는 감정평가사 판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고 그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 많이 억울했겠다.
"정말 억울했다. 임차인은 임대인에 비해 너무 불리한 위치에 있다. 정부가 퇴직자들을 위한 복지 혜택을 따로 만들고 있는데 그보단 상가법을 개정해 임차인 권리를 높이는 데 힘을 써야 한다. 임차인의 재산권은 이들의 생존권과도 엮여 있다. 중년 자영업자 문제를 정부가 소홀히 다뤘다가 이들의 노후를 국가가 세금으로 책임져야 할 수도 있다."

- 우리나라에서 상가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갑과 을이다. 아니, 임차인은 을 중의 을이다. 당장 계약서에서도 서로를 가리키는 글자가 그렇다. 실제로 임차인이 명절에 부모님은 못 찾아가면서 건물주에게 찾아가 선물을 건네는 경우도 봤다. 건물에서 쫓겨날까봐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상가법 보호 기간도 5년이었으니 지금보다 더했다. 지금도 자영업자 대부분이 그런 걱정을 안고 살아갈 것이다.

당장 계약서상 '갑을' 명칭부터 바꿔야 한다고 본다. 임대인과 임차인은 갑을관계가 아닌 상생 관계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계약서 조항을 만들 때도 '동등한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생하는 관계'라는 걸 적고 서로 충분히 검토한 후 합의된 상태에서만 계약에 효력이 있게 만들어야 한다."

류승연 기자(syryou777@naver.com),권우성 기자(wskwon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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