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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김경협 “기재부 세법 해석이 대기업·고소득자에 유리하게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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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연구개발비 비용 처리 두고 국세청과 반대 해석

국세청 “해외 전용 차종 생산에 기본형 차종 연구개발비도

일부 기여해 해외 생산대수를 따져 해외원천소득서 빼야”

기재부는 해외 전용 차종개발비만 차감하는게 맞다고 해석

넷마블 전 자회사 대표 상장 차익도 비과세대상으로 판단

기재부 “법인으로 받은 주식의 상장 차익은 증여 대상 아냐”

김경협 “세법 해석은 한국에만 있는 제도로 개선해야 돼”


한겨레

서울 양재동의 현대기아차그룹 사옥 전경. <한겨레>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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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가 부당하다고 제기한 이의신청(조세 불복)에 기획재정부가 세법 해석을 하면서 대기업이나 고소득자에게 유리하게 한다는 지적이 지난해에 이어 또 나왔다.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기아차는 국세청의 연구개발비 관련 비용 처리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추징에 나서자 기재부에 세법 해석을 의뢰해 유리한 답을 얻었다. 구체적으로 국세청이 문제 삼은 것은 국내외 공용차종 개발비를 해외원천소득을 따질 때 어떻게 비용 처리를 하느냐다. 기아차는 국내외 공용차종 개발비 가운데 기본형 차종 개발비는 제외한 채 해외 전용 차종 개발비만을 해외원천소득에서 차감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기본형 차종과 국외 변형 차종이 실질적으로 같아 기본형 차종 개발비도 해외 전용 차종 생산에 기여해 이를 해외생산 대수에 맞춰 해외원천소득에서 빼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또 2013∼2017년도분에 대해 이를 적용해 728억원 추징에 나섰다. 이에 2019년 1월4일 기아차는 이의신청을 통해 세법 해석을 의뢰했고, 기재부는 기아차의 주장이 옳다는 취지의 세법 해석 회신을 같은 해 10월에 보내 현재 조세심판원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기재부는 2016년 과세와 관련해 불복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 기재부에 세법 해석을 의뢰할 수 있도록 국세기본법 시행령과 훈령을 신설했다.

해외원천소득은 국내 기업이 법인세 납부 때 공제받을 수 있는 외국납부세액공제액을 결정한다. 즉 해외원천소득이 많을 수록 공제액도 커져 기업이 부담할 법인세도 줄어든다. 기아차의 경우 해외법인에서 발생한 매출에서 해외 전용 차종 개발비만을 빼 해외원천소득을 크게 잡은 반면 국세청은 해외 전용 차종 개발비뿐만 아니라 기본형 차종 개발비 일부도 차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연구개발비에 대한 외국납부세액공제액을 결정할 때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기재부는 과거 사건에 대해 개정된 시행령을 근거로 기아차의 손을 들어줬다. 기재부는 해외 전용 차량 개발비만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하면서, 지난해 1월 기아차의 이의신청에 대해 2월에 개정된 시행령을 근거로 기아차에 유리하게 판단했다는 것이다. 반면 기재부 관계자는 “당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이를 마련하기 위해 시행령을 고쳤다”며 “기아차의 세법 해석 의뢰에 대한 판단은 민간위원도 참여하는 국세예규심사위원회에서 결정했고, 국세청 주장보다 기아차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위원들이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넷마블의 경우도 기재부의 세법 해석에 과세가 중단된 사례로 김 의원은 꼽았다. 2016년 넷마블은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를 발행해 자회사 넷마블넥서스와 넷마블엔투 주주 지분과 맞바꾸는 주식의 포괄적 교환 방식으로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당시 넷마블넥서스 지분 22.5%를 보유한 ㅈ대표는 넷마블 주식 약 900억원어치를 받았다. 이후 넷마블이 상장하면서 주가가 크게 올라 1년 뒤 약 2천억원으로 평가돼 1천억원이 넘는 상장차익을 거뒀다. 이에 국세청은 증여세를 부과하려고 기재부에 세법 해석을 문의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41조3항)은 특수관계인이 최대주주 등으로부터 비상장 주식을 받은 뒤 5년 이내 상장돼 가치가 커진 경우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기재부는 ‘최대주주 등’에 의결권 없는 자기주식을 보유한 법인은 주주에 포함되지 않아 과세할 수 없다는 해석을 내, 국세청은 과세를 포기했다.

기재부의 해석이 대주주의 편법 증여를 차단하는 ‘증여세 포괄주의’를 편협하게 해석했다는 반론이 나온다. 증여세 포괄주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제시했고, 취임 후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되면서 2003년 말 도입됐다. 상증세법에 법에 예시되지 않는 재산의 무상이전이나 가치증가 등에 대해 증여세를 매길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넷마블 사례에 대해 홍성대 세무사는 “합병의 경우 법인으로부터 받은 주식이 상장으로 가치가 오르면 증여세를 부과하고 있어, 주식의 포괄적 거래 역시 같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석환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증법의 특수관계인과 최대주주 등에 대한 정의가 워낙 복잡해 사안별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법인을 통한 간접 증여 등은 증여세 포괄주의를 적용해 과세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반면 기재부 관계자는 “상장차익에 대한 과세에 대해 상증법상 법인은 주주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나 조세심판원의 판단 등을 고려해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경협 의원은 “세법 해석이 대기업의 절세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되며 특히 불복 중인 사건에 대한 세법 해석은 우리나라에서만 유일하게 있는 제도”라며 “재판 중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현대차그룹이 한국전력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기재부의 세법 해석으로 납세액이 줄어드는 등 대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한 사례를 제시한 바 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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