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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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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P] 김종인은 왜 자꾸 `인물이 없다`고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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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후보가 안 보인다."

최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켰다. 중진 의원들은 '자해적 발언'이라며 반발했다. 후보가 난립하고 있는 부산에 가서 한 발언이라 곳곳에서 불만이 쏟아졌다. 김 위원장은 "부산항을 세계적인 항구로 변모시킬 비전을 가진 사람이 아직 안 보인다고 말한 건데 잘못 전달됐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인물난을 거론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원장에 취임한 이후 꾸준히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해왔다. 특히 차기 대권 주자나 서울시장 후보와 관련해 "확실하게 부각되는 사람은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가 "인물이 없다"고 거듭 말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매일경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 연석회의에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김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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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높은 김종인, 솔직하게 말하는 것 같다"

떠오르는 유력 대권 주자가 없다는 건 국민의힘이 마주한 현실적 과제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발표한 '여야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국민의힘 소속 인사들은 상위 5위권 안에도 들지 못했다. 당내에선 대권 주자는 물론이고 당장 내년 4월 보궐선거에 내보낼 서울시장 후보도 안 보인다는 푸념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내년 선거가 그냥 일반적인 선거가 아니라 대선 전초전 아니냐"며 "정말 어지간한 후보로는 이기기 힘들기 때문에 눈이 높은 김 위원장이 솔직하게 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분발하란 의미?…기대감 낮추기?

김 위원장에게 호의적인 사람들은 '사람이 없다' 발언을 "분발하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국민의힘 비대위 관계자는 "우리나라 정치사를 꿰뚫고 있는 김 위원장이 새로운 인물이 갑자기 등장하긴 어렵다는 걸 모를 리 없다"며 "문제는 지금 선거에 나올 거라고 이야기만 슬슬 흘릴 뿐, 보수 진영을 이끌어 갈 만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도대체 어디서 뭐하고 있냐. 내가 서울·부산시장 혹은 대통령감이라는 걸 보여달라'고 당부하는 듯하다"고 했다.

강석호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도 지난 19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자극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 전 의원은 "좋게 생각하면 자극적인 얘기가 아니냐"며 "자극적인 말과 행동으로 정당에 어떤 강한 혁신을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연막 작전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단 기대감을 낮춰놓고 적절한 시기에 띄워주려 한다는 의미다.


"자기사람 내세우려는 거냐" 의구심

반면 김 위원장의 행보를 비판적으로 보는 이들은 일종의 '꼰대 발언'이란 해석을 한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너네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식의 꼰대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대권에 출마하고 싶거나 자기 사람을 후보로 내세우고 싶어하는 듯하다"며 "강력한 경쟁자가 있으면 안 되니까 후보를 낮추는 발언으로 대안을 없애는 거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에서 "경선 후보를 죽여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며 "홀로 누구를 낙점해 데려오겠다는 의지로밖에 더 읽히겠나"라고 적었다. 이런 해석에 대해 김 위원장 측근은 "내년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 지면 가장 타격을 입는 게 김 위원장인데 무슨 소리냐"고 반박했다.


"왜 자해적 행동인가" 반발도

국민의힘 터줏대감인 중진들은 '내부 총질'이라며 반발한다.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의장을 맡고 있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지난 20일 김 위원장 앞에서 "야당이 야당 역할을 못 한다는 게 일반 국민들의 전반적인 생각이다"고 지적했다.

조경태 의원은 "비대위를 여기서 끝내자"며 아예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권영세 의원은 SNS 글에서 "우리가 스스로를 깎아내려서 얻을 게 뭐가 있냐"고 썼다.

김기현 의원은 21일 비대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곱셈 정치를 해야 한다. 뺄셈 정치가 안 되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며 "우리 내부의 인재를 최대한 다듬어 부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제원 의원은 "당대표 격인 분이 가는 곳마다 자해적 행동이라 참 걱정"이라며 "격려를 해도 모자랄 판에 낙선 운동이나 하고 다녀서 되겠느냐"고 밝혔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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