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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여기자 살해한 덴마크 발명가, 탈옥했다가 5분 만에 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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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취재하러 온 여성 기자를 살해·유기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던 덴마크의 발명가 페더 매슨(49)이 탈옥했다가 5분 만에 발각돼 경찰에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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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경찰이 20일(현지 시각) 탈옥을 시도하던 살인범 페더 매슨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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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은 20일(현지 시각) 매슨이 코펜하겐 인근 헤르스테드베스터 교도소를 탈출해 400m가량 도주하다가 경찰에 포위됐다고 보도했다.

서부코펜하겐 경찰은 브리핑에서 “매슨이 도주할 때 가짜 폭발물 벨트로 추정되는 장치를 차고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매슨이 도주한 지 5분 만에 그를 포위했지만, 폭발물일 수도 있는 벨트 때문에 2시간여 철조망에 묶어둔 채 조치를 취한 뒤 구금했다.

매슨은 모의 총기로 추정되는 권총을 들고 인질극을 벌이면서 교도관과 직원들을 위협해 시설에서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흰색 차를 타고 달아나려고 했으나, 경찰은 도로를 봉쇄하고 차량을 에워싼 뒤 그를 붙잡았다.

덴마크 방송 뉴스는 체포 장면을 고스란히 내보냈다. 영상에서는 바닥에 납작 엎드린 저격수가 매슨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모습 등이 담겼다.

◇괴짜 발명가에서 종신형 선고까지

살인을 저지르기 전까지 매슨은 개인 잠수함 세 척을 만들고, 두 척의 우주선을 만들겠다며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해 ‘괴짜 발명가’로 통했다. 일부 미디어에서는 그를 ‘덴마크의 일론 머스크’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매슨은 2017년 자신이 만든 잠수함에서 인터뷰를 위해 찾아온 스웨덴 출신의 프리랜서 기자 킴 발을 잔혹하게 성폭행한 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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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슨이 만든 잠수함 UC3 노틸러스의 2017년 당시 모습.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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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에 따르면 둘이 탔던 ‘UC3 노틸러스’ 잠수함이 침몰하고 매슨만 살아 돌아오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지는 듯했다. 그러나 덴마크 코펜하겐 인근 해역에서 발의 신체 일부가 3개월에 걸쳐 차례로 떠올랐고, 바다 깊숙이 잠겨 있던 가방에서도 훼손된 시신 일부가 발견됐다.

덴마크 검찰은 매슨의 PC에서 여성들이 잔혹하게 살해되는 폭력적인 동영상이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매슨은 결국 2018년 성폭행, 살인, 시체 유기 등 혐의가 모두 인정돼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덴마크에서 1명을 살인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덴마크에서는 일반적으로 16년형을 의미하지만, 석방 시 사회에 위험이 된다고 판단되면 복역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매슨은 재판 중 혐의를 전면 부인하다가, 나중에는 잠수함 내 배기가스 누출 탓에 발이 사망했고 자신은 시신을 유기하기만 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복역 중 촬영된 한 다큐멘터리릍 통해 범행을 자백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지난 9월 공개됐다.

발은 영국의 런던정경대(LSE)와 미국 컬럼비아대 저널리즘스쿨을 졸업한 뒤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했다. 아이티 지진 복구 현장, 스리랑카 내전, 북한, 우간다 등 전 세계를 누벼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에 기사를 보내던 촉망받는 언론인이었으나, 서른 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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