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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죽으면 책임질게” 구급차 막은 택시기사 징역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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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환자가 탄 구급차를 상대로 일부러 사고를 내고 구급차가 다시 출발하지 못하도록 지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택시 기사가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 이유영 판사는 21일 택시 기사 최모(31)씨의 특수폭행과 업무방해 등 6개 혐의를 인정해 최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조선일보

지난 7월 24일 오전 10시 25분쯤 서울 송파구 동부지법 앞에서 '구급차 막은 택시기사' 최모(31, 가운데)가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들어가면서 취재진을 밀치고 있다. /연합뉴스


최씨는 지난 6월 서울 강동구 고덕역 인근에서 자신의 택시로 사설 구급차와 살짝 부딪힌 뒤 차를 멈춰세웠다. 구급차엔 호흡곤란을 겪는 고령 말기 암 환자가 타고 있었고 최씨도 그걸 봤지만, 그는 “사고를 처리하지 않으면 보내주지 않겠다” “환자가 죽으면 내가 책임지겠다”며 구급차의 진로를 약 11분간 가로막았다. 환자는 병원 도착 5시간 만에 결국 숨졌다.

재판부는 “최씨는 다년간 운전업에 종사하면서 고의 사고를 일으키거나 단순 접촉 사고에 입·통원 치료가 필요한 것처럼 하면서 보험금과 합의금을 갈취했다”며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재판에서 환자의 사망에 대한 최씨 책임은 직접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일단 최씨에게 업무방해 등 명백한 혐의만 적용해 재판에 넘겼고, 살인 등 더 무거운 혐의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를 벌이는 중이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최씨의 결심공판에서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최씨가 첫 조사에서 “환자를 먼저 119로 후송했다”고 거짓말을 했고, 법정에서도 범행 내용 일부에 대해 잘못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에서였다.

최씨는 최후진술에서 “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양보하지 않고 사고를 일으키고, 보험금을 불법 편취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사망한 환자 유가족에게도 죄송한 마음”이라며 “사회로 나가면 다시는 운전업에 종사하지 않고 반성하며 정직하게 살겠다”고 눈물을 보이며 선처를 구했다. 하지만 최씨 변호인은 “사고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사실과 다르게 과장된 측면이 있었다”며 “환자 사망을 안타까워하고 죄송한 마음 가지고 있지만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허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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