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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단독]“허벅지 구멍 생기고 성추행까지”…성형 브로커 기소의견 송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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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 시술을 소개한 것도 모자라 옷을 벗고 있는 사진까지 인터넷에 유포했다” “호텔로 상담을 하러 오라고 해서 갔더니 ‘보형물 위치를 확인해 본다’며 성추행을 했다”

태국 성형외과 브로커 A씨의 소개로 원정 시술을 다녀온 뒤 피부가 괴사하는 등 부작용을 겪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의 호소다.



“하루 방문자 수백명”…블로그에 환자 신체 사진 올린 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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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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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A씨의 소개로 태국의 한 병원에서 두 차례 허벅지 필러 수술을 받은 B씨는 지난 5월 A씨가 운영하는 성형 관련 블로그에 자신의 신체 사진이 포함된 게시글이 올라가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B씨는 “A씨 소개로 2016년 두 차례 시술을 받고 허벅지에 구멍이 생기는 등 몸이 망가져 최소 4000만원을 병원에서 회복하는 비용으로 썼다”며 “피해자들과 함께 피해 내용을 고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는데, 이후 A씨는 하루 방문자가 수백명에 이르는 자신의 블로그에 피해 내용에 대한 반박과 함께 시술 당시 하의를 벗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추가로 제 사진을 공개하겠다는 협박성 내용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지난 5월 A씨를 서울 금천경찰서에 고발했고, A씨는 지난 5일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위반 외 2건의 혐의를 받아 서울남부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A씨가 지난 4월과 5월 각각 올린 게시물에는 피해자들의 주장에 대한 반박과 함께 환자의 신체부위 사진이 총 15건 올라와 있었다. 현재 A씨의 블로그는 의료법 위반으로 폐쇄된 상태다.



“‘피부·보형물 확인해보자’며 호텔서 신체 접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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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째 태국 성전환, 성형 시술 관련 병원의 통역을 담당하고 있다고 소개한 브로커 A씨. 사진은 A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영상.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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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이 같은 게시물을 올리게 된 건 성형수술 부작용, 성추행 등 A씨에게 피해를 봤다는 환자들 주장이 세상에 알려지고 A씨가 이에 대해 반박하기 시작하면서다. A씨의 소개로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 골반 보형물 시술을 한 C씨는 “1차 시술 후 부작용이 생겨 문의했더니 A씨가 재상담을 받으러 서울에 있는 한 호텔로 불렀다”며 “어쩔 수 없이 찾아갔는데 ‘피부 두께를 확인해 본다’는 이유로 속옷을 내리고 하체를 만졌다”고 말했다.

B씨 역시 비슷한 주장을 했다. 그는 “2016년 필러 수술 후 A씨가 ‘골반 필러 받은 후엔 마사지를 해줘야 빨리 자리잡고 붓기도 잘 빠진다’면서 호텔에서 하체 마사지를 했다”며 “너무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피해자 “동의없이 사진 유포” vs A씨 “피해 제보 사이트 수사 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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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시술 브로커 A씨가 지난 5월 자신의 블로그에 피해자들의 피해 내용을 반박하며 올린 피해자 중 일부의 사진. 피해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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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다른 환자들에게 특정 환자의 이름과 신체 부위 사진을 허락없이 유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C씨는 “A씨가 광고한 시술로 몸이 망가진 다른 피해자들을 만났다”며 “이들이 A씨와 상담시 봤다는 시술 사진은 제 사진이었고 심지어 제 이름까지 다 알려져 있었다”고 말했다. C씨는 “이후 재상담 시 A씨의 노트북에 제 수술 전후 사진을 비롯해 여권사진까지 폴더에 저장돼 있는 걸 보고 '지워달라'고 요청했지만 ‘어차피 클라우드에 다 저장돼 있어 다시 다운받으면 된다’며 겁주듯 말했다”고 털어놨다. 가슴 수술을 했다는 D씨 역시 “허락없이 사진이 올라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A씨는 2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런 주장을 부인했다. 성추행 의혹에 대해선 “여행일정에 관한 부분을 안내할 순 있어도 직접 (의료 관련) 상담을 할 수는 없는 통역의 입장”이라며 “그런 걸(성추행을)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사진 유포 의혹에 대해서는 “시술실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제가 직접 찍은 사진은 없고 환자들이 자의로 보낸 사진”이라며 “누구인지 특정도 되지 않았고, 글도 바로 내렸다”고 항변했다. A씨는 “피해 제보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 중에는 전혀 본 적이 없는 사진도 있어 출처가 의심된다”며 “피해 내용을 담은 게시물도 B씨 혼자 대필하고 있는 게 의심스러워 3월 강남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피해자 “필러 흘러내리고 감염도”…A씨 “통역만 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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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소개로 시술을 한 피해자의 허벅지 일부 모습. 피해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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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6시 기준 피해 제보 사이트에는 시술 부작용 관련 사연이 총 67건 게재돼 있고, 각 게시물에는 피해 내용을 담은 댓글들이 달려있는 상태다. 한 제보자는 “(시술후) 허벅지까지 필러가 흘러내려 제거 수술을 하고 병원균 감염까지 돼 응급실에 실려가 입원 치료를 받았다”며 “(필러) 제거수술에 3000만원을 썼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썼다.

피해자들은 공통적으로 “A씨가 운영하는 블로그 설명이 매우 상세해 믿게 됐다”며 “그러나 부작용이 생긴 후 한국 병원에서 진찰을 받아보면 보형물 위치가 다르거나 사용하는 필러가 저질인 경우여서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씨는 “통역만 담당했을 뿐 병원에다 문의해야 할 사항”이라며 “미리 부작용을 통보했으나 피해자들이 원했고, 직접 부작용을 문의해온 환자는 환불을 할 수 있게 도와줬다”고 반박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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