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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조·34조·10조… 잇단 빅딜에 반도체시장 격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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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인텔 낸드사업 인수로 단숨에 세계 2위

조선일보

SK하이닉스가 한국 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인 90억달러(약 10조3104억원)를 투자해 미국 인텔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을 인수한다고 20일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이 거래로 단숨에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로 올라서게 됐다. 사진은 이날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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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SK하이닉스가 미국 인텔과 낸드 메모리 반도체 사업 인수 계약을 맺었다. 인수가는 90억달러(약 10조3104억원)다. SK하이닉스는 단숨에 세계 낸드 메모리 2위로 부상하게 됐다. 최근 미국 엔비디아가 영국 ARM을 400억달러(약 45조6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세계 반도체 시장이 잇단 ‘빅딜’에 요동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인수하는 대상은 인텔의 낸드 제조 부문 전체와 SSD(대용량 저장 장치) 사업, 관련 특허를 모두 포함한다. 여기엔 인텔이 10여 년간 80억달러(9조1200억원)를 투자한 중국 다롄의 낸드 생산 공장도 포함된다.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 사업은 올 상반기 매출 28억달러에 영업이익 6억달러를 냈다”며 “D램에 이어 낸드에서도 확고한 도약을 위해 과감한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비(非)메모리 1위이자,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자사의 메모리 부문을 한국 기업에 넘긴 것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4283억달러(2019년 기준)인데 75% 정도가 비메모리, 25% 정도가 메모리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의 두 축 가운데 하나인 D램에선 세계 2위지만, 낸드에선 4~5위를 오가는 하위권이었다. 현재 낸드 1위는 삼성전자(33.8%, 올 2분기 기준)이며, 2위는 일본 키옥시아(17.3%)다. SK하이닉스(11.4%)가 인텔(11.5%) 사업을 인수하면 2위에 오르는 것이다.

세계 시장 규모는 D램(622억달러, 2019년 기준)이 낸드(460억달러)보다 크다. 낸드 시장은 2024년 800억달러 이상으로 급성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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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로 뛴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20년 숙제'를 풀었다. D램과 낸드는 메모리 시장의 두 날개인데 SK하이닉스는 2009년 전후 자금난 탓에 D램 사업 유지에만 급급, 낸드 투자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한쪽 날개가 꺾인 셈이다. 2018년 도시바가 메모리 사업부(현 키옥시아)를 분리·매각할 때 4조원을 투자한 것도 약점인 낸드를 보강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도시바가 일본 내 우호 지분을 통해 키옥시아의 경영권을 유지, SK하이닉스는 투자자에 그친 상태다.

이번 인수는 한때 11년간 인텔에서 근무했던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주도했다. 이 사장은 “이번 인수는 2019년 초 제시한 ‘3년 뒤 100조원 기업 가치’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 걸음 다가서는 전환점”이라고 했다. 현재 60조원대인 기업 가치를 2배 가까이 키우겠다는 자신감이다.

인텔은 주력 분야가 아닌 메모리 사업의 부담을 벗고 본업인 비(非)메모리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인텔은 주력 시장인 PC용 CPU(중앙처리장치)에서 ‘기술 진화의 실패’로 고전하고 있다. 2018년 내놓은 10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선폭의 CPU가 이전 제품보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악평이 나오는 상황이다. 차기 신작인 7나노 CPU가 늦어지는 사이 경쟁자인 AMD가 시장 점유율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관건은 SK하이닉스가 단순 합산한 점유율만큼 낸드 시장을 가져갈 수 있을지다. 인텔의 주력 공장인 중국 다롄 공장은 삼성이나 키옥시아에 비해 노후된 시설이다. 이날 SK하이닉스의 주가는 1.73% 떨어졌다. 인수 금액은 전액 현금으로 지불하는데 그중 70억달러는 내년 말 지급한다.

SK하이닉스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5조3000억원대이고 모자란 금액은 차입 등을 검토한다. 여기에 다롄공장에 최소 2조~3조원 정도의 추가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황에 따라 출렁대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보유 현금을 모두 소진하는 데 대한 우려가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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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빅딜에 반도체 시장 요동

미국·중국 간 테크 패권 전쟁 탓에 ‘반도체의 무기화’가 부각된 상황에서 두 나라의 반독점 당국이 순순히 인수를 허가하지 않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번 인수는 미국·중국·한국·대만 등 주요 국가에서 모두 허가를 받아야 한다.

낸드 메모리 시장에서 점유율 4~6위 정도의 회사 간 M&A인 만큼 불허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반도체 국산화'를 추진하는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는 과정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입장에서도 인텔마저 떠나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남는 자국 기업은 마이크론 한 곳뿐이다. SK하이닉스 고위 임원은 “낸드는 경쟁 제품도 많고, 군사용도 아니라 큰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연이은 빅딜로 들썩이고 있다. 지난달 미국 엔비디아가 휴대전화 설계 반도체 업체인 영국 ARM 인수를 발표했고, 미국 AMD는 자일링스라는 반도체 기업을 300억달러에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10여 년간 비메모리의 인텔과 메모리의 삼성전자가 양분하던 세계 시장의 판을 흔들, 새로운 합종연횡과 인수·합병이 속속 등장하는 것이다. 예컨대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무려 380조원으로, 이미 인텔(약 260조원)과 삼성전자(360조원)를 넘어섰다. 투자자들은 반도체 시장 ‘주도권 변화’에 베팅하고 있는 것이다.

[성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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