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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서 돈 빌려 다시 옵티머스 펀드 투자… 940억 ‘황당 돌려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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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옵티머스 의혹]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에서 투자받은 관계사가 옵티머스 펀드에 돈을 다시 넣는 비상식적인 돌려막기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펀드 사기가 들통나지 않으려고, 한통속끼리 한쪽 호주머니에 있는 돈을 다른 쪽 호주머니에 넣는 수법을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본지가 옵티머스 투자자 명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옵티머스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된 회사 14곳가량이 총 947억5000만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재현 옵티머스운용 대표와 옵티머스 대주주인 이모씨는 개인 자격으로 돈을 넣었고, 옵티머스의 ‘유령 회사’로 알려진 업체들도 펀드 투자자에 포함됐다.

조선일보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의 문이 닫혀있다. 국정감사에서 옵티머스 투자 로비 의혹에 대한 여야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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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노골적인 사례는 아트리파라다이스다. 형식상 부동산 투자 자문 업체지만, 본사 주소는 사우나·오피스텔 건물인 사실상 ‘유령 회사’다. 이 회사는 옵티머스 펀드 자금 5151억원 가운데 2031억원을 직접 투자받았는데, 옵티머스 펀드에 74억원을 다시 투자했다. 옵티머스한테 투자받은 돈으로 옵티머스 펀드에 돈을 넣은 것이다.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옵티머스 사내이사인 윤모 변호사의 배우자)이 최대 주주인 셉틸리언은 120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넣었다. 옵티머스 측의 ‘횡령 자금 저수지’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트러스트올은 118억원을 넣었다. 옵티머스 측의 무자본 인수·합병(M&A) 먹잇감이 된 해덕파워웨이는 165억원을 투자했다.

금융권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자금 흐름” “‘폰지 사기(다단계 사기)’를 감추기 위한 수법”이라고 보고 있다. 폰지 사기는 실제 투자 없이 신규 투자자 돈으로 기존 투자자 돈을 돌려주는 사기 수법을 말한다. 사기가 안 들키려면 펀드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신규 투자자 돈을 모아 기존 투자자 돈을 돌려줘야 한다. 간혹 돌려줄 돈이 모자랄 경우, 이를 메우기 위해 자기네 돈을 잠깐 넣었다가 나중에 빼돌리는 식의 수법을 옵티머스가 썼다는 분석이다. 펀드 규모를 부풀리기 위한 꼼수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옵티머스는 국내 건설사와 시중은행 명의의 가짜 도장을 만들어 170여건의 서류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짜 건설사 인감은 호반건설, 동양건설, 정인건설, STX건설 명의였다.

또한 펀드 수탁사였던 하나은행 명의의 가짜 인감과 ‘HANA(하나)’라는 문구가 나오는 천공을 찍는 기계까지 제작해 계약서를 조작했다. 이런 방식으로 옵티머스가 위조한 매출채권은 1조854억원에 달한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 서류 위조는 옵티머스 펀드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의 실사 당일 1시간 만에 이뤄졌다.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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