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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명스님 “나는 코앞의 당근 먹으려는 당나귀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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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적 1주기 맞아 회고록 출간

동아일보

봉암사 수좌(首座·참선 위주로 수행하는 선승)의 삶을 살다가 지난해 입적한 적명 스님의 삶을 회고하는 책 ‘적명을 말하다’(사유수·사진)가 최근 출간됐다.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 경북 봉화 축서사 문수선원장 무여 스님, 충북 충주 석종사 금봉선원장 혜국 스님,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 전국선원수좌회 상임대표 의정 스님 등 16명의 수행자를 ‘산승불회’ ‘진광불휘’ ‘흠모’ 등의 유철주 작가가 인터뷰해 수좌로 살다 수좌로 죽는 게 꿈이었던 적명의 삶과 길을 담아냈다.

깨달음을 주제로 종종 ‘맞짱 토론’을 벌였다는 도법 스님(전북 남원 실상사 회주)의 회고가 흥미롭다. 화두를 들고 참선 위주로 수행하는 간화선(看話禪)을 강조하는 적명 스님과 수행 및 일상의 삶, 사회적 실천을 강조하는 도법 스님은 만나면 해가 뜨는지 지는지 모를 정도로 토론했다.

후배 도법 스님이 거세게 따졌다. “깨달은 도인이 나와야 희망을 되찾을 수 있다고 하셨다. 몇십 년째 같은 말씀을 들어야 합니까? 스님의 현재 상태는 어떤지 말씀 좀 해보시죠.” 적명 스님은 답했다. “갈 길이 바쁜 주인이 당나귀 코앞에 당근을 매달아 두는 꾀를 부렸지.…코앞의 당근을 먹으려고 죽기 살기로 힘을 더 내는 당나귀가 내 상태야. 조금만 더 하면 금방 당근을 먹을 것 같은데…. 하하.”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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