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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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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보고 문건도 삭제… 120건 복구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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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월성1호기 문건 444건 인멸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등 에너지전환과 관련된 중요한 파일은 나중에 복구돼도 파일명과 파일 내용을 알 수 없도록 모두 수정한 뒤 삭제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관여한 산업통상자원부 직원 A 씨는 감사원 조사에서 이같이 진술했다. 경제성 저평가를 위한 수치 조작, 탈원전 정책에 따른 외압 의혹을 풀 수 있는 문서들이 감사원으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증거 인멸에 나섰다는 것. 감사원은 산업부가 감사 과정에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문건 444건을 삭제했고 이 중 120개 문서는 디지털 포렌식 과정을 통해서도 끝내 복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20일 발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 B 국장은 감사 상황을 보고받은 뒤 대책회의를 열고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지시를 받은 A 씨가 “평일에는 사람이 많아 부담된다”고 하자 C 과장은 “자료를 삭제하는 것은 주말에 하라”고 지시했다.

A 씨는 결국 감사원 감사관과의 면담을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 1일 오후 11시 24분 사무실에 들어가 컴퓨터 안에 있는 월성 1호기 자료를 삭제하기 시작했다. 직원들이 없는 일요일이었다. A 씨는 민감한 문서를 우선 골라낸 뒤 복구돼도 원래 내용을 알아볼 수 없도록 파일명과 내용을 수정해 다시 저장한 뒤 삭제하는 방식으로 문서들을 지워나갔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자 ‘단순 삭제 단축키(shift+delete)’를 이용해 문서를 지웠고 나중에는 122개 폴더를 모두 삭제해 나갔다. 삭제된 문건 중에는 ‘에너지 전환 후속조치 추진계획’ 등 이른바 ‘BH(청와대) 보고’ 문건들도 포함됐다.

A 씨는 감사원 조사에서 “산업부에서 ‘자원 개발’ 관련 검찰 수사를 받은 적이 있어서 자료를 지울 때는 제대로 지워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며 “그래서 복구해도 원래 문서 내용을 알 수 없게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 과정을 통해 청와대 보고 문건 등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의혹을 풀 수 있는 문서들이 완전히 사라진 셈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감사를 방해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감사원은 문건 삭제를 지시한 B 국장과 A 씨에 대해 검찰고발 대신 산업부에 경징계 이상의 징계를 요구했다.

산업부는 직원들이 문건 삭제로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는 지적에 대해 “감사 대상인 직원들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본인 PC에서 자료를 삭제한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휴대전화 제출, 수차례 문답 출석 등 최대한 감사에 협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박효목 tree624@donga.com·구특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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