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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2022년 기업가치 100조원 목표”… 미래 먹거리 ‘승부수’ 띄운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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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인텔 낸드플래시 인수

동아일보

SK하이닉스가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양산한 128단 4D 낸드플래시. SK하이닉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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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회장


SK하이닉스가 한국 인수합병(M&A) 역사상 가장 높은 금액인 90억 달러(약 10조2591억 원)짜리 계약서에 최종 사인하면서 메모리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2018년 약 4조 원을 투자해 당시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2위를 달리던 도시바 메모리 사업의 지분을 인수한 지 2년여 만에 벌인 ‘빅딜’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또 한번 ‘통 큰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인수로 인텔의 기술 및 생산 능력과 고객을 흡수하게 된 SK하이닉스는 매년 13% 안팎의 성장세를 보이는 낸드플래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인수가 최종 마무리되면 SK하이닉스는 D램뿐 아니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함께 확실한 ‘양강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 D램 편중 불균형 바로잡는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5위권을 유지하는 선도 기업이지만 ‘반쪽짜리 성과’라는 평가도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메모리반도체는 크게 D램과 낸드플래시로 양분되는데 SK하이닉스가 D램 사업 규모만 지나치게 컸던 탓이다. 또 낸드플래시는 월별 사업 실적에서 종종 적자를 내기도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SK 내부 회의마다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경쟁력을 어떻게 끌어올릴지, 매출 1조 원을 넘지 못하는 비메모리반도체 사업을 어떻게 반전시킬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늘 있었다”고 말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이번 인수로 SK하이닉스는 2022년까지 기업가치 100조 원이라는 꿈을 향해 날아오를 수 있는 D램과 낸드라는 균형 잡힌 든든한 두 날개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2000∼2010년 인텔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주요 국가 승인 절차를 거쳐 SK하이닉스는 2025년 3월까지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을 인수하는 작업을 마무리하게 된다. 내년 말까지 70억 달러를 인텔에 지급해 차세대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관련 지식재산권(IP) 및 인력, 인텔의 중국 다롄 생산시설 인수 작업을 진행한다. 이어 2025년 3월 말까지 20억 달러를 추가 지급해 낸드플래시 웨이퍼 설계 및 생산 관련 IP, 연구개발(R&D) 인력을 흡수할 계획이다.

○ 인텔 업고 SSD 시장 강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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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은 올해 상반기(1∼6월) 낸드플래시 사업으로 매출액 28억 달러(약 3조1900억 원), 영업이익 약 6840억 원을 냈다. 특히 인텔은 SSD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어 SK하이닉스는 SSD 시장에서 단숨에 시장점유율 27% 안팎을 차지하게 된다. 기업용 SSD 시장에서는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차세대 대용량 저장장치로 불리는 SSD는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노트북, 콘솔 게임기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SSD 시장은 2024년까지 연평균 1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M&A는 지속될 전망이다. 실제로 7월엔 미국 반도체 기업인 아날로그디바이스(ADI)가 경쟁사인 맥심인터그레이티드를 200억 달러(약 23조 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9월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전문기업 엔비디아가 반도체 설계기업 ARM을 400억 달러(약 46조 원)에 인수하기로 해 ‘세기의 딜’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또 미국 반도체 기업 AMD도 특수 반도체 제조업체 자일링스를 300억 달러(약 34조 원)에 인수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반면 인텔처럼 비메모리반도체에 집중하는 등 핵심 분야에 집중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통폐합 바람이 글로벌 반도체 업계를 휩쓸고 있다”고 평했다.

서동일 dong@donga.com·김현수 기자

:: 낸드플래시 ::

메모리반도체는 크게 D램과 낸드플래시로 나뉜다. D램이 일시적으로 데이터를 저장하는 작업용이라면 낸드플래시는 반영구적으로 저장이 가능한 보관용이다. PC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에 널리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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