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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선 "탈원전 꼼수 터질게 터졌다"…월성원전 감사 결과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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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하던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에 첫 제동이 걸렸다. 감사원은 1년 넘게 끌어온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 감사에서 “경제성 평가가 불합리하게 낮게 나왔다”는 결론을 20일 내렸다. 이런 결과는 대통령 공약 사항이기도 한 탈원전 정책 성과를 위해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나온 '사고'라는 게 원전업계 지적이다.

다만 감사원은 이번 감사결과가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 타당성에 종합적 판단으로 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은 경제성 외에도 안정성 지역 수용성을 종합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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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어떻게 달라졌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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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전력판매단가 실제보다 낮췄다”



감사원이 월성 1호기 경제성이 낮게 나왔다고 판단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전력판매단가다. 원자력발전 경제성은 원전이용률과 전력판매단가 두 지표를 주로 이용해 판단한다. 원전이용률은 생산할 수 있는 최대 전력 대비 실제 생산한 전력량을 말한다. 전력판매단가는 생산한 전력을 한국전력에 판매하는 가격이다. 원전이용률과 판매단가가 높을수록 전력을 많이 생산해 비싸게 파는 셈이기 때문에 경제성도 높아진다.

한수원은 2018년 6월 이사회에서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의결하기 전 삼덕회계법인과 총 3번 경제성 평가를 진행했다. 이때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이 개입해 원전 이용률(85→70→60%)과 전력판매단가(63.11원/kWh→60.76원/kWh→51.52원/kWh) 기준이 낮아졌다. 계속 가동에 따른 경제성도 3차례 보고서를 낼 때마다(3472억원→1704억원→244억원)도 급격히 축소했다.

특히 최종보고서에는 한수원이 자체적으로 만든 전력판매단가(평균 51.52원/kWh)를 회계법인이 그대로 인용했다. 감사원은 이 수치가 “실제 판매단가보다 낮게 추정됐다”고 결론 내렸다.

한수원이 만든 이 전망 단가가 실제보다 낮은 이유는 원전이용률(84%)을 너무 높이 잡았기 때문이다. 원전 발전원가는 대부분 인건비와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용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많이 생산할수록 판매단가 낮아진다. 하지만 한수원은 앞으로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이용률이 떨어진다고 하면서도 정작 판매단가를 전망할 때는 높은 이용률을 가정했다. 특히 감사원은 “월성 1호기 이용률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낮게 추정(60%)하면서 전망단가 산정에 사용한 전체 원전 이용률(84%)은 경제성을 과소하게 산정했다”고 밝혔다. 경제성을 낮추기 위해 지표 사용에 이중 잣대를 썼다는 이야기다.

또 감사원은 “한수원이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에 따라 감소하는 인건비 및 수선비를 과다하게 추정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월성 1호기 원전이용률 예측은 "월성 1호기 관련 불확실성 있는 점, 시나리오별(40%, 60%, 80%) 경제성 평가 제시된 점을 종합 고려해 불합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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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어떻게 달라졌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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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꼼수 “터질 게 터졌다”

감사원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가 잘못됐다고 결론 낸 데 대해 원전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정부가 탈원전이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정책 수단을 무리하게 동원한 게 결국 탈이 났다는 이야기다. 특히 정부는 이번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과정에서 원래 명분이었던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대지 못했다. 대신 편의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경제성을 잣대로 조기폐쇄를 밀어붙였다. 정부 스스로가 탈원전 명분을 찾지 못하고 대통령 공약 이행 등 성과에만 집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성 1호기는 원래 2012년 11월 30년 설계수명을 종료했다. 하지만 한수원에서 5925억원을 투입, 설비를 보강해 수명을 2022년 11월까지 연장했다. 이 재가동 과정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 승인까지 받았다. 수명연장 과정만 본다면 조기 폐쇄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정부는 2017년 10월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포함해 노후 원전 수명연장 금지, 신규 원전 건설을 금지를 골자로 한 ‘탈원전 로드맵’을 발표한다. 그리고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월성 1호기를 제외했다. 이후 산업부는 2018년 2월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포함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 공고했다”며 “행정처분에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내용이 연계된다는 점을 고려해 필요한 조치를 해달라”는 공문을 한수원에 보냈다. 산업부가 월성 1호기를 조기폐쇄 하기 위해 공기업에 사실상 압박을 줬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이후 산업부는 2018년 6월 이사회에서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의결한다. 당시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한수원 측은 “(산업부 공문이)따라야 할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사실상 구속력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판단 근거로 내세운 경제성 평가를 의도적으로 축소하는 무리수까지 뒀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감사원 감사 결과로 탈원전 성과를 위해 정부가 꼼수를 부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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