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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30억명은 코로나 백신 나와도 제때 접종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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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등 백신 보관 '콜드 체인' 부족
코로나 백신은 저온 멸균 보관이 필수
'백신 동맹' 통한 빈국 지원책 마련 시급
한국일보

8일 부르키나파소 수도 와가두구의 지역 보건소에서 한 간호사가 전기가 끊겨 기능하지 못하는 백신 보관용 냉장고를 보여주고 있다. 와가두구=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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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 수도 와가두구 외곽에는 감펠라 지역 보건소가 있다. 주민 1만1,000명의 건강을 책임지는 곳이지만 보건소 냉장고는 1년째 멈춰서 있다. 냉장 보관이 불가능한 탓에 더 이상 파상풍, 황열, 결핵 등의 백신도 들여놓지 않는다. 백신이 필요할 때면 직원들이 20분 거리의 수도 병원에 나가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유엔아동기금(UNICEFㆍ유니세프) 서아프리카 보건 책임자는 19일(현지시간) AP통신에 “오늘 당장 100만명 분의 백신이 들어 와도 이 나라는 (백신을) 다룰 능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전대미문의 감염병 위기에 직면한 인류가 지금 가장 바라는 건 백신 개발 소식이다. 백신이 통제 불능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해결할 구세주가 될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 78억 인구 중 30억명에게는 백신이 나와도 쓸모가 없을지 모른다. 저온유통체계, 이른바 ‘콜드체인(cold chain)’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나라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남미가 그런 지역이다. 심지어 유럽의 일부 부자 나라에도 영하 70도까지 내려가는 의료용 냉동고 등 초저온 냉동시설이 구비되지 않았다.

콜드체인은 백신 보급의 성공 열쇠나 다름 없다. 보건 전문가들은 197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천연두 완전 박멸을 선언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로 천연두 백신이 ‘내열성 백신’이란 점을 꼽는다. 보관ㆍ운송 과정에서 별다른 냉장 보관이 필요 없어 세계 어디서나 쉽게 접근하고 이동이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은 다르다. 현재 각국이 개발에 열을 올리는 백신 후보물질 198종이 모두 특정 온도에서만 유효하다.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기업 바이오엔테크가 개발 중인 백신은 영하 70도, 미국 모더나의 백신은 영하 20도에서 저장돼야 한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미국 노바백스 백신도 2~8도의 냉장 보관이 요구된다.

백신 개발만 서둘렀을 뿐, 약품을 접종하기까지 필요한 인프라 구축은 한참 뒤처져 있던 셈이다. 콜드체인 완성은 까다로운 절차다. 백신 운송에 쓰이는 대형 냉장장치, 차량 등 설비 외에도 취급자 교육과 같은 인력관리가 수반돼야 한다. 또 안정적인 전기 공급과 교통망 마련 역시 뒤따라야 한다. AP는 “냉각 기술에 대한 투자는 백신 개발이 빠르게 도약한 것과 달리 경시돼 왔다”고 지적했다. 실제 WHO는 글로벌 유통 백신의 최대 50%가 유통 과정에서 온도 조절에 실패해 폐기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돼도 접종률은 전 세계 인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다. 글로벌 물류업체 DHL은 “현재의 콜드체인 구조에서는 25개 선진국의 25억명에게만 백신 보급이 가능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백신 개발보다 보급이 더 어렵다는 뜻이다.

통신은 가난한 나라들을 위해 ‘백신 동맹’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우선 WHO가 주도하는 국제백신공급협의체 코백스(COVAX)는 내년 말까지 저소득 국가에 6만5,000개의 태양열 냉장고를 배치할 예정이다. 유니세프도 유통과정에서 손상되는 백신을 일회용 유리병의 경우 3%, 다회용은 15% 미만 유지를 목표로 콜드체인 품질 향상에 노력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지난달 영국 BBC방송에 “1인당 1회 접종을 가정할 때 코로나19 백신을 수송하려면 8,000여대의 보잉747 화물기가 필요하다”며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했다.

장채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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