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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월성1호기' 때문에 '미담 제조기→제2의 윤석열'된 최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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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the300]최재형 둘러싼 정치적 논란 계속될 듯

머니투데이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최재형 감사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07.29. bluesod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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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 제조기'가 '제2의 윤석열'이 됐다. 최재형 감사원장 얘기다. 1년을 끌어온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감사를 두고 최 원장은 여권의 집중포화를 받아왔다.

최 원장은 2017년 12월 지명됐다. 거듭된 인사 검증 실패로 인해 고심하던 청와대가 '모셔온' 인재였다. 사시 23회(사법연수원 13기)인 최 원장은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거쳐 사법연수원장으로 활동 중이었다.

당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었던 윤영찬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 원장을 두고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수호하면서 헌법상 부여된 회계검사와 직무감찰을 엄정히 수행할 적임자"라며 "감사 운영의 독립성·투명성·공정성을 강화하고, 공공부문 내의 불합리한 부분을 걷어낼 것"이라고 소개했다.

청와대 측은 "미담이 많다"며 최 원장 추켜세우기에 나섰다. 실제 최 원장은 사법연수원 시절에 다리를 쓰지 못하는 동료를 2년 간 업어서 출퇴근시킨 일화로 유명하다. 온화한 인품의 소유자로, 인사 검증에도 흠잡을 게 없다는 평가였다. 여당의 백혜련 의원은 최 원장에게 "칭찬해 드릴 부분들이 굉장히 많다"고 했고, 박홍근 의원은 "이미 미담 제조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여권의 지원 속에 2018년 1월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 원장에게 임명장을 주며 "스스로 자신을 엄격히 관리해 오셨기 때문에 감사원장으로 아주 적격인 분"이라고 했다.

분위기는 국회가 2019년 9월 '월성 1호기' 원전에 대한 폐쇄 타당성 조사를 감사원에 청구하며 반전됐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회가 2018년 6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을 내린 게 타당한지 여부를 묻는 것이었다. 한수원이 7000억원 가까이 들여 개보수한 원전에 대해 폐쇄 결정을 내린게 적절하냐는 게 주 내용이다.

감사원은 감사 마무리 기한(2020년 2월)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 "'월성 1호기'가 경제성이 없기에 폐쇄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리려는 감사위원들의 시도를 최 원장이 제지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최재형 감사원'이 "'월성 1호기' 폐쇄가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여당의 태도는 돌변했다. 감사원이 '월성 1호기' 폐쇄의 부적절성을 지적할 경우 문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탈원전 정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기 시작했다.

최 원장이 "대선에서 41%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의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는 말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여당의 비판 공세는 더욱 강해졌다. 문재인 정부와 최 원장의 '코드'가 맞지 않다는 문제의식으로까지 이어졌다.

최 원장이 '월성 1호기' 감사와 관련해 청와대·여당과 결을 달리한 것은 '감사원 중립성'이라는 소신 때문으로 파악된다. 최 원장은 취임사에서 "무엇보다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상의 독립성을 지켜내야 한다"고 밝혔던 바 있다.

'4대강 감사'처럼 정부가 바뀌는 것에 따라 감사 결과가 변해온 악습을 타파해야 한다는 게 최 원장의 생각에 가깝다. '월성 1호기' 감사의 경우 문재인 정부 이후에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인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최 원장이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최재형 감사원'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관련해 졸속 경제성 평가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월성 1호기' 조기폐쇄는 안정성과 경제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면서, 타당성 자체에 대한 종합적 판단은 아니라고 했다. 정치적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최 원장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권 인사들은 최 원장의 생각이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차이가 있다는 생각을 굳힌 상황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탈원전 정책' 공세를 꾀하고 있는 야권은 여당이 최 원장을 흔들어온 지난 1년 간의 상황 자체를 문제삼을 게 유력하다. 최 원장은 이미 '제2의 윤석열 검찰총장'으로 불린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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