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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옛 동지' 文 대통령에게 편지 띄운 김진숙 "제 해고는 여전히 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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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째 복직 외치는 '해고노동자' 김진숙
"언제까지 약자가 약자 위로해야 하나"
한국일보

'한진중공업 해고자' 김진숙 씨가 20일 서울시 종로구 청계천 전태일다리에서 열린 `한진중공업 해고자 복직 촉구' 기자회견에서 본인의 복직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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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저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말씀하셨던 문재인 대통령님. 저의 해고는 여전히 부당합니다.

한진중공업 마지막 해고자 김진숙

30여 년 전 한진중공업으로부터 해고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신의 복직을 촉구하는 편지를 띄웠다. 올해 정년(만 60세)을 앞둔 김 지도위원은 문 대통령을 '옛 동지'라고 부르며 "우린 언제까지나 약자가 약자를 응원하고, 슬픔이 슬픔을 위로해야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지도위원은 20일 공개된 '김진숙 동지가 문 대통령에게 전하는 글'에서 "1986년 최루탄이 소낙비처럼 퍼붓던 거리 때도 우린 함께 있었고, 91년 박창수 (한진중공업 노조) 위원장의 죽음의 진실을 규명하라는 투쟁의 대오에도 우린 함께였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디서부터 갈라져 서로 다른 자리에 서게 된 걸까. 한 사람은 열사라는 낯선 이름을 묘비에 새긴 채 무덤 속에, 한 사람은 35년을 해고노동자로, 또 한 사람은 대통령이라는 극과 극의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김 지도위원은 "노동 없이 민주주의는 없다는데 죽어서야 존재가 드러나는 노동자들"이라며 "최대한 어릴 때 죽어야, 최대한 처참하게 죽어야, 최대한 많이 죽어야 뉴스가 되고 뉴스가 끝나면 그 자리에서 누군가 또 죽는다"라고 노동 현장의 처참한 현실을 전했다.
한국일보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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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민주주의가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면, 가장 많은 피를 뿌린 건 노동자들인데 그 나무의 열매는 누가 따먹고 그 나무의 그늘에선 누가 쉬고 있는 걸까"라고 물었다. 이어 "그 옛날 저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말씀하셨던 문 대통령님, 저의 해고는 여전히 부당하다"라고 글을 맺었다.

편지는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함세웅 신부 등 사회 각계 원로인사 172명이 이날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 위에서 연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낭독됐다.

김 지도위원은 21세였던 1981년 한진중공업의 전신인 대한조선공사에 국내 최초의 여성 용접공으로 입사했으나 1986년 7월 해고됐다. 노동조합 대의원으로서 집행부의 비리를 폭로하는 유인물을 제작ㆍ배포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국가가 이를 민주화운동으로 인정, 민주화보상위원회가 2009년과 올해 9월 사측에 그의 복직을 권고했지만, 사측은 수용하지 않았다.

원로 인사들은 "이제 사회가 나서야 한다. 김진숙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해고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라며 "김진숙이 단 하루라도 복직이 돼서 자신의 두 발로 당당하게 (회사를) 걸어 나오게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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