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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문 대통령에 편지 “옛 동지가 묻는다···언제까지 약자가 약자를 응원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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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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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해고자’ 김진숙 씨가 2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청계천 전태일다리에서 열린 ‘한진중공업 해고자 복직촉구’ 기자회견에서 본인의 복직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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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알리고 자신의 복직을 촉구하는 편지를 썼다.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인 그는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노동운동을 하다 해고돼 35년째 원래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김 지도위원은 20일 ‘원로선언 추진모임’이 서울 종로구 전태일 다리에서 개최한 ‘한진중공업 해고자 김진숙 복직촉구’ 기자회견을 앞두고 이 편지를 공개했다. 함세웅 신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등 시민사회 인사 172명이 함께 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했다. 이들은 “하루아침에 일터에서 쫓겨나 며칠이면 억울함을 풀고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나 35년째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김진숙 조합원의 해고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김 지도위원은 이날 공개 편지에서 “86년 최루탄이 소낙비처럼 퍼붓던 거리 때도 우린 함께 있었고, 91년 박창수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의 죽음의 진실을 규명하라는 투쟁의 대오에도 우린 함께였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의 자리에도 같이 있었다”면서 “어디서부터 갈라져 서로 다른 자리에 서게 된 걸까. 한 사람은 열사라는 낯선 이름을 묘비에 새긴 채 무덤 속에, 한 사람은 35년을 해고노동자로, 또 한 사람은 대통령이라는 극과 극의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지도위원은 “노동 없이 민주주의는 없다는데 죽어서야 존재가 드러나는 노동자들”을 말하며 “최대한 어릴 때 죽어야, 최대한 처참하게 죽어야, 최대한 많이 죽어야 뉴스가 되고 뉴스가 끝나면 그 자리에서 누군가 또 죽는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면, 가장 많은 피를 뿌린 건 노동자들”이라며 “그 나무의 열매는 누가 따먹고, 그 나무의 그늘에선 누가 쉬고 있는 걸까”라고 물었다.

이어 김 지도위원은 “그저께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저의 복직을 응원하겠다고 오셨다. 우린 언제까지나 약자가 약자를 응원하고, 슬픔이 슬픔을 위로해야 하는 걸까”라면서 “그 옛날 저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말씀하셨던 문재인 대통령님, 저의 해고는 여전히 부당하다”고 글을 맺었다.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는 “노동존중 정부라는데 노동자들 삶이 더 열악해진 것 같다. 택배노동자가 많이 죽고 있지만 그런 현실이 안바뀐다. 코로나19를 이유로 많은 노동자가 잘리기도 했다. 대책이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대통령 스스로 노동존중 사회를 말했지 않나. 대통령의 말엔 무게가 실려야 한다”고 했다.

앞서 그는 1981년 한진중공업의 전신인 대한조선공사에 입사해 용접사로 일하다가 1986년 7월 해고됐다. 노조 대의원으로서 집행부의 비리를 폭로하는 유인물을 제작·배포했다는 게 이유였다. 이후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으로서 노동 현장에 계속 머물렀으나 해고 상태에는 변함이 없었다. 김 지도위원이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된 후 민주화보상위원회가 2009년과 올해 9월 사측에 그의 복직을 권고했지만 사측은 수용하지 않았다. 김 지도위원은 올해 정년(만60세)을 앞두고 있다.

<김 지도위원의 편지 전문>

“김진숙 동지가 문재인 대통령에 전하는 글

우린 어디서부터 갈라진 걸까요

86년 최루탄이 소낙비처럼 퍼붓던 거리 때도 우린 함께 있었고,

91년 박창수 위원장의 죽음의 진실을 규명하라는 투쟁의 대오에도 우린 함께였고,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오위원의 자리에도 같이 있었던 우린.

어디서부터 갈라져 서로 다른 자리에 서게 된 걸까요.

한 사람은 열사라는 낯선 이름을 묘비에 새긴 채 무덤 속에,

또 한 사람은 35년을 해고노동자로, 또 한 사람은 대통령이라는 극과 극의 이름으로 불리게 된 건, 운명이었을까요, 세월이었을까요.

배수진조차 없었던 노동의 자리, 기름기 하나 없는 몸뚱아리가 최후의 보루였던

김주익의 17주기가 며칠 전 지났습니다.

노동없이 민주주의는 없다는데 죽어서야 존재가 드러나는 노동자들.

최대한 어릴 때 죽어야, 최대한 처참하게 죽어야, 최대한 많이 죽어야 뉴스가 되고

뉴스가 끝나면 그 자리에서 누군가 또 죽습니다.

실습생이라는 노동자의 이름조차 지니지 못한 아이들이 죽고, 하루 스무시간의 노동 끝에 ‘나 너무 힘들어요’라는 카톡을 유언으로 남긴 택배 노동자가 죽고, 코로나 이후 20대 여성들이 가장 많이 죽고, 대우버스노동자가 짤리고, 아시아나케이오, 현중하청(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들이 짤리고, 짤린 비정규직들은 수년 째 거리에 있습니다.

연애편지 한 통 써보지 못하고 저의 20대는 갔고, 대공분실에서, 경찰청 강력계에서, 감옥의 징벌방에서, 짓이겨진 몸뚱아리 붙잡고 울어줄 사람 하나 없는 청춘이 가고, 항소이유서와 최후진술서, 어제 저녁을 같이 먹었던 사람의 추모사를 쓰며 세월이 다 갔습니다.

민주주의가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면, 가장 많은 피를 뿌린 건 노동자들인데,

그 나무의 열매는 누가 따먹고, 그 나무의 그늘에선 누가 쉬고 있는 걸까요.

그저께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저의 복직을 응원하겠다고 오셨습니다.

우린 언제까지나 약자가 약자를 응원하고, 슬픔이 슬픔을 위로해야 합니까.

그 옛날 저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말씀하셨던 문재인 대통령님

저의 해고는 여전히 부당합니다.

옛 동지가 간절하게 묻습니다.

2020. 10. 20. 한진중공업 마지막 해고자 김진숙”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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