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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뉴웨이브] 코로나와 메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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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바꾸는 일상 중 시나브로 우리가 적응해가는 새로운 세계가 있다. 바로 게임이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제한된 스포츠 이벤트, 선거, 콘서트와 같은 문화 활동을 재개하는 데 게임이 대안 역할을 하고 있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100년이 넘는 전통의 스포츠 축제 올림픽이 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되고 내년 개최마저도 불투명하다. 반면 지난달 25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인기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2020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은 코로나19 상황에도 인터넷 중계를 통해 전 세계 게임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참고로 메르세데스-벤츠가 이 대회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또 다른 인기 게임 '오버워치' 리그 결승전도 지난 10일 온라인으로 무사히 진행됐다. 주최 측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중계된 이 경기의 분당 평균 시청자 수는 155만명으로 전년 대비 38% 증가했다.


우리나라가 주도해 개최하는 게임대회 월드사이버게임즈(WCG)도 현재 온라인을 통해 예선을 하고 있다. 11월 초 그랜드파이널도 온라인으로 무리 없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오프라인 스포츠가 주춤하는 사이 젊은 팬들의 관심은 e스포츠로 불리는 게임대회에 이미 단단히 자리를 잡았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사회가 가속되면서 사람들은 게임으로 몰려들고 있다. 대면이 필요한 이들도 자연스럽게 게임으로 향한다. 미국 대통령 선거전이 대표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경쟁하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라는 게임을 활용해 게이머를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바이든 캠프는 지난달 게임 내에 지지 팻말 4종을 공개한 데 이어 이달 16일에는 '바이든섬'도 선보였다. 동물의 숲을 즐기는 이용자가 바이든섬을 방문하면 언제든지 그를 만날 수 있고, 선거홍보물과 가상 사무실도 구경할 수 있다. 미국에서 게임 이용자들이 유권자로서 비중이 크고 이들과의 접촉이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을 이미 잘 알고 있던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받은 분야 중 하나가 공연이다. 공연산업도 게임과 연계해 위기를 탈출할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미국 유명 가수 트래비스 스콧은 지난 4월 에픽게임즈가 만든 '포트나이트' 속에서 아바타를 이용한 콘서트 '아스트로노미컬'을 개최해 무려 123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콘서트를 보기 위해 실제 게임에 접속한 이들만 계산한 수치가 이 정도다. 스콧은 이 무대에서 신곡을 포함해 6곡을 선보였다. 게임이 가수들의 신곡 발표 무대로도 활용되는 것이다.


한류 스타 방탄소년단(BTS)도 신곡 '다이너마이트'의 안무 버전 뮤직비디오를 지난달 포트나이트에 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이런 차별화된 활동이 BTS의 노래들이 빌보드 '핫 100' 1, 2위에 오르는 데 일조한 것은 분명한 듯하다.


게임은 이제 콘텐츠를 직접 체험하는 수준을 넘어 뛰어난 선수의 플레이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후보와 만나며, 좋아하는 연예인의 노래와 춤을 보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현상을 '메타버스(Metaverse)'라고 부른다. 이제 하나의 세상(universe)이 아닌 또 다른 세상을 통한 소통과 공감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의 성공에 중요한 요소가 됐다. 다행히 그 공간은 우리 젊은이들이 뛰어난 활약을 하는 곳이다. 게임에 대한 규제 논의가 난무하는 현실에서 정작 우리 정치인과 기성세대만 메타버스로서의 게임의 가치를 모르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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