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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설]배터리 소송, 대립이 최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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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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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벌이는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결과가 조만간 판가름 난다. 미국 국제무역위위원회(ITC)는 이달 26일 최종판결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LG화학이 지난해 4월 소송을 제기한 지 1년 반 만이다. 원래 5일 판결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3주 연기됐다. 최종판결을 앞두고 두 회사는 바짝 긴장한 분위기다. ITC는 올해 2월 SK이노베이션에 대해 LG화학 측의 배터리 기술을 빼낸 증거를 인멸했다는 이유 등으로 조기 패소 결정을 내렸다.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LG와 SK 모두 예상하는 결과가 서로 다르다. LG화학은 “그동안 ITC 판결에 비춰 볼 때 조기 패소 결정이 ITC 최종 결정 그대로 이어질 공산이 매우 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경쟁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할 필요성이 전혀 없다”며 ITC가 기존 조기 패소 예비결정에 대해 '수정'(Remand)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결과 여부에 따라 두 회사의 희비는 갈리게 된다. LG화학 손을 들어 준다면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관련 부품의 미국 내 수입금지 등 조치가 취해지고, 자사 배터리 공장 가동도 중단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승소하면 지루한 싸움을 다시 이어 가야 한다. LG화학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미국 현지 분위기를 봤을 때 제3의 결정도 나올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국은 철저하게 '자국 우선주의'로 돌아섰다. 실리적으로 움직일 공산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판결을 인정하되 미국 피해 여부를 따지기 위해 공익성을 추가로 평가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판결 결과가 공장 가동에 영향을 미친다면 극단적 판결을 피할 것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도 현명할 필요가 있다. 세계 배터리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지금은 시장을 키우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할 때다. 시비는 가려야 하겠지만 소송 건은 정치가 아니라 비즈니스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판결은 한순간이지만 그에 따른 후폭풍으로 두 회사가 치명타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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