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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기계도 아니고…" 숨진 택배 노동자 동생의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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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라디오서 "지병 주장, 고인에 예의 아냐" 비판
한국일보

19일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관계자 등이 택배노동자 고 김 모씨의 죽음과 관련해 한진택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유족대표인 동생(왼쪽)이 슬픔에 잠겨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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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도 않은 지병 얘기를 자꾸 하니까 화가 많이 납니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한진택배 소속 택배노동자 김모씨의 동생은 19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흔한 감기약 하나도 안 나온 집인데 가족도 모르는 지병이 있을 수가 있겠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전화 통화를 자주했는데, 오전에 전화해도 바쁘다고 하고 오후나 저녁에 전화해도 바쁘다는 식의 통화만 짧게짧게 했었다"며 "밤 10시 넘어서도 전화를 한 적이 있었었는데 그때도 배송 중이라고, 아직 집에 못 갔다고 했다"고 전했다.

고인은 숨지기 나흘 전인 8일 새벽 4시 28분쯤 회사 동료에게 "오늘 420(개를) 들고 나와서 지금 집에 가고 있다"며 심야에도 이어지는 배송의 괴로움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김씨의 동생은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돼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제가 마음을 다잡기에는 그 문구들이 자꾸 생각이 난다"고 털어놨다.

한진택배 측에서 "지병으로 인한 사망"이라고 주장하는 점에 대해서는 "장례를 치르고 나서 집 정리를 했는데 흔한 감기약 하나 나오지 않았다"며 "가족도 모르는 지병이 있을 수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있지도 않은 허구가 자꾸 언론에 보도되는 것에 대해 화가 많이 난다"고 강조했다.

또 "지병이 있었다면 약이라도 먹어야 될 텐데 그런 것도 전혀 없는 사람에게 지병이 있었다고 얘기하는 건 고인에 대한, 유족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평소엔 김씨가 다른 기사들보다 적은 200개 안팎으로 배송했다는 한진택배 측 주장에 대해서는 "형이 420개를 맨날 배송하지는 않았을 거다. 사람이 기계도 아니고 맨날 400개가 넘는 물량을 배송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렇게 따지면 200개는 적은 물량이냐"고 반문했다.

숨진 김씨는 한진택배 서울 동대문지사 한 대리점에서 1년 3개월 동안 일해왔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추석연휴 직전에는 △22일 323개 △23일 301개 △24일 318개 △25일 249개 △26일 220개 등 사측이 주장하는 '200개 내외'를 훨씬 상회하는 물량을 배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법정 공휴일인 9일 한글날에도 출근해 배송업무를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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