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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가족 겨냥 수사로 尹 압박… ‘최후통첩’ 날린 秋의 의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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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라임·가족 수사권’ 사실상 박탈

법무부·檢 갈등의 골 되레 깊어져

秋에 ‘수사 책임’… 역풍 가능성도

일선 검사들 “부적절” 거센 반발

세계일보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19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상으로 수사지휘권을 전격적으로 발동하며 수사 국면이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집권 세력의 비리 의혹 사건으로 비화하던 라임·옵티머스 의혹은 검찰 비리 수사로 변하는 분위기다.

추 장관은 그간 윤 총장과 검찰 인사 및 검언유착 의혹 사건 등을 놓고 건건이 대립해 왔다. 이번 수사지휘권 발동은 윤 총장을 믿을 수 없다는 추 장관의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급작스러운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윤 총장은 30여분만에 수용 의사를 밝혔다. 외부적으로는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충돌이 봉합된 것처럼 보이지만, 갈등의 골은 오히려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추 장관은 옵티머스 사건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윤 총장의 가족과 측근에 대한 수사까지 아울러 수사지휘권을 발동, 윤 총장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수사지휘권 남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윤 총장 가족 수사까지 수사지휘권 발동

추 장관이 이날 윤 총장에게 전달한 ‘수사지휘’ 문건에는 라임사건과 함께 윤 총장 가족이 연루된 사건에서 윤 총장을 배제하는 내용이 두루 담겨 있다. ‘검·언 유착’ 사태 당시 검사장회의 등을 소집하며 적극 대응하기도 했던 윤 총장이 이번에 곧바로 수용한 것은 가족 문제가 걸려 있다는 점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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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맡은 남부지검 법무부가 지난 19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검사 술접대 의혹’과 관련해 서울남부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진은 서울 양천구 남부지검 전경. 세계일보 자료사진


대검 관계자는 “본인과 연관된 사건은 지휘하지도 않고 보고받지도 않는 것이 대한민국 검찰의 오래된 불문율”이라며 “윤 총장이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지 않고 있고, 또 이미 필요한 회피절차까지 진행했기 때문에 가족 사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장관의 수사 지휘권이 검찰청법상 보장돼 있어 윤 총장이 ‘거부권’을 행사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는 점도 수용할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반대 입장을 밝힐 경우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에 ‘항명’으로 비칠 수 있다. 추 장관 취임 이후 두 차례 단행한 검찰 인사로 윤 총장의 측근 인사들이 대거 전보되거나 퇴출되면서 윤 총장의 입지가 좁아진 것도 수사지휘권을 수용할 수밖에 없던 요인이라는 관측이다. 윤 총장이 지난 7월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면서 ‘형성적 처분’이라는 점을 부각한 점이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도 있다.

◆수사 책임은 추 장관 몫으로… 제도 남용 비판도

최근 언론 보도로 옵티머스 펀드와 관련 청와대와 여권의 개입 의혹이 제기되며, 검찰은 부실 수사 의혹을 받아왔다. 하지만 라임 펀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윤 총장 측근의 수사 개입 및 검사 부정 의혹을 제기하는 옥중 입장문을 내놓으며 사태는 급변했다. 여기에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며 사건 수사 분위기는 급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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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16일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 김봉현 전 회장 변호인 제공


추 장관은 김 전 회장의 문건을 수사지휘권 발동의 결정적 이유로 들었다. 윤 총장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만큼 지휘 배제는 당연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야권 등 일각에서는 추 장관의 수사 지휘권 행사가 국면을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꼼수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추 장관이 공정한 수사를 이유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만큼,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역풍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추 장관이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는 윤 총장의 가족과 측근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에 대해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향후 윤 총장이 이번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 법리싸움을 벌일 여지가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 검사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수사해 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당한 지시에 윤석열 검찰이 성실히 따랐던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어떻게 권력자의 비리를 수사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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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왼쪽), 김종빈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


수사지휘권은 검찰총장 대신 법무부 장관이 수사를 지휘하는 제도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됐다. 법무부 장관이 직접 사건을 챙기는 만큼 검찰총장에게는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은 사직서로 항의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지휘권이 남발하게 될 경우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역할을 하게 되고 검찰 정치적 중립성은 훼손된다”며 “검찰청을 법무부 외청으로 두고 총장으로 하여금 전체 책임 지게 만드는 법제도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으로 검찰이 좌고우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조남관 대검 차장이 검찰국장 시절부터 둘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중간에서 어떻게 해 볼 수 없을 만큼 감정이 많이 상한 상태”라며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싸우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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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대검찰청 제공


◆전시회 협찬 등 아내 연루 사건 2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9일 수사지휘권 발동 사유로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 사건과 함께 윤석열 검찰총장 가족 및 측근 관련 사건을 끄집어냈다. 그간 관련 사건들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검찰은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하거나 수사에 진척이 없는 상황이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추 장관이 콕 집어 사건 수사를 지시한 만큼, 향후 수사의 화살이 윤 총장을 겨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윤 총장 관련 사건은 모두 4건이다.

이 중 아내인 김건희 코바나콘텐츠 대표가 연루된 사건이 두 건이다. 시민단체 사법정의 바로세우기 시민행동(시민행동)은 지난달 25일 김 대표 등을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6월 자신의 회사 주관으로 ‘20세기 현대미술의 혁명가들’ 전시회를 열었는데 이때 윤 총장은 검찰총장 후보 신분이었다. 당시 협찬사들이 4곳에서 16곳으로 늘었는데 일부 협찬사들이 검찰 수사를 받는 상태에서 ‘보험용 협찬’을 한 것 아니냐는 게 시민행동의 주장이다. 시민행동은 윤 총장도 같이 고발했다. 윤 총장 측은 지난해 총장 임명 직전 야권 등에서 의혹을 제기할 때 “협찬은 모두 총장 후보 추천 이전에 완료됐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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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1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배우자 김건희 씨와 장모 최 씨에 대한 관련한 자료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 대표는 수입차 판매업체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됐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이 의혹에는 장모 최모씨도 관련돼 있다. 이와 관련해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은 언론인터뷰를 통해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장모 최씨를 둘러싼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지휘가 내려졌다. 최씨가 요양병원 운영에 개입해 의료법 위반 사건에 연루된 뒤 병원 관계자들과 달리 혼자 입건되지 않아 처벌을 피했다는 내용이다.

2012년 육류수입업자에게서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아 강제송환됐는데 검찰이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도 추 장관의 ‘수사지휘’ 목록에 올랐다.

윤 전 서장의 동생은 윤 총장의 최측근인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이다. 윤 총장은 지난해 청문회 때 윤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언론 녹취 파일에서 소개한 것처럼 말하는 내용이 공개되어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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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왼쪽),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野 “檢수장 표적 수사” 與 “정당한 권리 행사”

19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여야의 입장은 갈렸다.

국민의힘은 “검찰 수장에 대한 표적 수사”라고 비판했다. 배준영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한 최후의 보루인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진실을 덮기 위해 남용되고 있다”며 “이미 자신의 사람들로 채워진 서울중앙지검이 내놓을 결론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수도권 검찰청 국정감사에서도 야당은 수사지휘권의 남용에 따른 검찰의 독립성 훼손을 우려했다.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각각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와 관련 사건과 라임 의혹에 대한 수사에 대해 윤 총장이 관여한 바가 없다는 대답을 토대로 “윤 총장은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추 장관이 지휘권 배제를 지시했다”고 비판했다. 장제원 의원은 “사기꾼 편지 때문에 윤 총장이 수사지휘권을 잃고 식물 총장이 됐다. 사기꾼이 검찰총장을 무너뜨린 희대의 사건으로 이는 윤 총장 찍어내기”라고 성토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이날 법사위 국감에서 “대명천지에 아직도 1000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받는 검사들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다”며 “일부 특수부 검사들의 일탈이 있다면 법무부가 해야할 역할이 있다”며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옹호했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필재·이도형·장혜진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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