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제보자X, 정작 재판에는 안 나오는 이유…“한동훈 먼저”vs“위증죄 때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불출석하는 이유는 지난번과 똑같습니다. 한동훈의 수사나 최소한 먼저 (한동훈이) 증언을 해야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제보자X’ 지모씨가 재판 전날인 지난 1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다. 그는 사건 핵심 당사자인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또 재판 출석을 거부했다. 재판부가 지씨의 소재를 확인해달라며 경찰에 조사를 요청한 19일에도 지씨는 검찰을 비판하는 내용의 SNS 글을 여러 차례 올렸다.

경향신문

이른바 ‘제보자X’로 알려진 지모씨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 심리로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4차 공판이 진행됐다. 이날 재판에서는 지씨의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었지만 지씨는 나오지 않았다. 지난 6일에 이어 두 번째다. 이 전 기자의 공소장에 따르면, 지씨는 수감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의 대리인 자격으로 이 전 기자를 세 차례 만나 그의 협박성 취재 내용을 이 전 대표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전 기자가 협박성 취재를 했는지, 이 내용이 이 전 대표에게 제대로 전달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선 지씨의 법정 증언이 필수적이다.

지씨는 한 검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증인 출석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씨는 지난 1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불출석 사유서 전문을 공개하면서 “최소한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면 한동훈 검사의 실질적인 수사가 이루어진 이후에나, 또는 최소한 한 검사에 대한 법정 신문이 이루어진 이후에나 제가 법정에 나가서 증언을 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이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다시 저에게 법정 증언을 요구한다면 당당히 거부할 것을 밝힌다”고 했다.

그의 주장은 일견 타당한 측면이 있다.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온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한 검사장 수사가 마무리돼야 하는데, 검찰은 아직 공모 여부를 밝혀내지 못했다. 한 검사장은 지난 7월 단 한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한 검사장은 7월 조사) 이후로 추가 출석한 사실은 없다”면서도 “이동재 공판 진행과 병행해 관련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지씨가 법을 악용해 증인 출석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법원은 지씨에게 두 차례 증인소환장을 발송했다. 하지만 ‘폐문부재(집에 사람이 없음)’ 상태여서 지씨에게 송달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씨는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는 제출했다. 한 변호사는 “송달을 안 받으면서 불출석 사유서를 내는 증인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 판사는 “강제 절차를 피하기 위해 법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이라며 “소환장이 증인에게 송달돼야 과태료, 구인장 발부 등 강제적인 법적 절차를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에는 ‘소환장을 송달받은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기일에 불출석하는 경우 500만원 이하 과태료, 강제 구인 등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변호인은 지씨가 위증죄 처벌을 피하기 위해 재판에 나오지 않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 전 기자 측 변호인은 이 전 대표와 지씨의 증인신문이 같은 날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지씨가 이 전 대표에게 전달했다고 증언하는 내용과, 이 전 대표가 전달받았다고 증언하는 내용이 일치하는지 여부를 따져보기 위해서다. 이 전 기자 변호인은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예상 외로 (지씨에게 대부분 내용을) 전달 못 받았다고 증언해줬다”며 “지씨 입장에서는 곤란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기자와 함께 기소된 백모 채널A 기자 변호인은 “이 전 대표 증언과 어긋날 경우 (지씨가) 추후 위증죄로 고소·고발 당할 수도 있어서 안 나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재판부는 지씨의 다음 증인신문 기일을 다음달 16일로 정했다. 재판부는 경찰에 지씨 소재를 조사해달라고 위임하는 절차인 ‘소재조사촉탁’도 진행하기로 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 인터랙티브:위력,보이지않는힘
▶ 경향신문 바로가기
▶ 경향신문 구독신청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