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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무료 독감백신 맞은 17세 사망…이틀전 접종 직후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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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만 70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접종 사업이 시작된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강남지부를 찾은 시민이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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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예방접종 이틀 후 17세 남학생이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해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독감 백신 접종의 이상 반응 중 사망 사례가 1건 보고돼 조사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방대본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인천 지역의 고등학생 3학년인 17세 남학생이 지난 14일 낮 12시 민간의료기관에서 독감백신을 무료 접종한 후 이틀 뒤인 16일 오전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인천 미추홀 경찰서에 따르면 어머니가 오전에 아들이 일어나지 않자 깨우러 들어가 보니 의식을 잃은 채 사망한 상태였다고 한다.



독감 백신 맞은 후 사망한 17세 "피곤하다"



해당 학생은 독감 접종 전후 알레르기 비염 외에 특이 기저질환이나 특별한 증상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가족에게 "피곤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보건 당국은 현재 예방접종과 사망 간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사망 사례는 예방접종 후에 특이사항이 없었고, 일정 시간이 지난 이후 사망으로 확인된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부검을 통한 사망 원인을 먼저 규명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망한 학생이 맞은) 동일한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이상 반응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데, 아직 이상 소견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차 부검서 독감 백신과 사망 관련성 나오지 않아"



인천 당국에 따르면 1차 부검 결과, 사망과 독감 백신과의 관련성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 의사가 백신 연관성에 대해 회의적 반응이었다고 들었다"며 "정밀 부검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전했다.

사망한 17세 남학생이 맞은 백신은 국가조달물량으로, 무료접종 백신이다. 정부와 조달 계약을 맺은 신성약품이 의료기관에 유통한 제품이다.

다만 정 본부장은 "신성약품이 유통한 백신 제품이 맞지만, 유통과정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회수 대상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앞서 신성약품 유통 백신이 '상온 노출'로 물의를 빚은 뒤 조사를 통해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긴 시간 '상온 노출' 등으로 효능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백신 48만 도즈(1회 접종량)는 회수한 바 있다. 그 이후로도 한국백신의 백신 제품에서 '백색 입자'가 확인돼 61만5000도즈가 회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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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70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접종 사업이 시작된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강남지부를 찾은 시민이 독감 예방접종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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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5세 여성,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과거에도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가 더러 있긴 했다.

질병청은 지금까지 독감 백신 관련 이상반응 합병증으로 인한 피해보상이 인정된 사망 사례는 2009년 1건 있었다고 밝혔다. 만 65세 여성이 2009년 10월 19일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 받고 이틀 후인 21일부터 양쪽 팔과 다리에 근력저하 증상이 발생했다. 밀러 피셔 증후군을 진단 받고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흡인성 폐렴이 발생해 호전되지 않고 사망했다. 해당 여성은 백신 접종 전 특이 기저질환은 없었다고 한다.

밀러 피셔 증후군은 눈 근육 마비, 운동능력 상실 등을 주요 증상으로 하는 희귀 말초신경병증이다. 독감 백신의 부작용으로 알려진 길랭바레 증후군의 아형으로, 길래바레 증후군보다 덜한 증상을 보인다.

의료계에서는 독감 백신 사망 사례가 드물게 고령층에 발생하지만, 건강한 10대가 사망한 경우는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독감 백신으로 인한 대표적인 부작용은 '아나필락시스'나 '길랭바레 증후군'이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나팔락시스는 일종의 백신 단백질 과민반응으로, 호흡곤란, 쇼크 등의 증상이 접종 직후 나타난다"며 "길랭바레는 전신 아래서부터 서서히 마비가 시작되는데 사망 사례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당국도 이런 부작용에 따른 사망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정 본부장은 "아나필락시스는 백신 접종 직후 반응이 나타나고, 길랭바레는 이틀보다 긴 시간을 두고 다른 임상 소견이 나오기 때문에 이번 사망 사례가 이런 부작용과 연관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9년 사망 사례도 당국이 "백신 접종과의 연관성이 분명하다"며 피해보상을 결정한 만큼 추후 조사를 통해 인과관계가 밝혀질 수도 있다.



백신 이상반응은 대부분 가벼운 증상



이번 사망 사례 외에 현재까지 보건당국에 신고된 이상반응 대부분은 가벼운 증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질병청에 신고된 이상반응 총 353건 가운데 무료접종을 받은 사례가 229건이고 유료 접종은 124건이다.

증상별로 보면 알레르기 증상이 99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접종한 부위가 부풀어 오르는 등 국소 반응 98건, 발열 79건, 기타 69건, 열성 경련 7건 등의 순이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관련 사망이라면 부검에서 혈액, 장기 등에서 문제점이 발견될 것"이라며 "장기에 부정맥이 유발돼 심장, 뇌혈관 등에 급격한 출혈을 초래했을 수 있지만, 그간 이런 사망 원인이 백신으로 인한 것이라고 뚜렷하게 밝혀진 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독감 백신의 문제라기보다 개인적 질환으로 돌연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무작정 독감 접종을 하지 않을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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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소아과에서 간호사가 독감 백신을 꺼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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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에 따르면 18일 기준으로, 약 955만 명이 올해 독감 백신을 접종했다. 이 중 무료 접종을 받은 사람은 511만 명이다.

지난달 25일부터 접종이 시작된 만 12세 이하 어린이는 전체 대상 중 66.5%, 임신부는 32.2%가 접종을 마쳤다. 지난 13일부터 접종 재개된 만 13∼18세 청소년 중에서는 유·무료 백신을 모두 포함해 전체의 44.1%가 접종을 받았다.

☝아나필락시스: 특정 식품, 약물 등의 원인 물질에 노출 후 수분, 수 시간 이내에 전신적으로 일어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

☝길랭바레 증후군: 눈과 입술 등 얼굴 근육이 쇠약해 지거나 마비가 오는 희귀 질환. 발병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대부분 1~3주 전 감기를 포함한 호흡기 질환 또는 가벼운 위장 질환이 선행돼 나타난다.

백민정 기자, 인천=최모란·심석용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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