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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10세 소녀 성폭행·3남매 살해에도…처벌 없는 소년들[관심집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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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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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SNS에서 '형사 책임연령을 12세로 하향하라'는 해쉬태그가 확산되고 있다. / 사진 = 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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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어려도 범죄자는 범죄자"

지난 14일 중국의 SNS인 웨이보에는 '12세도 형사 책임을 져야 한다'는 해쉬태그(#)가 등장해 5000만 건 이상의 검색 수를 기록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일제히 '나이가 어리다고 해 처벌수위를 낮춰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쏟아냈다.

최근 중국 내에서 형사 미성년자의 책임 연령을 낮추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데에는 급증하고 있는 소년 흉악범죄가 얽혀 있다. 13세 소년이 10세 소녀를 성폭행한 후 살해하거나, 10세도 안 된 아이 3명을 연쇄살해하고도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받지 않는 범죄가 늘어나면서다.


10세 소녀 강간 살해·어머니 망치로 살해…엽기적인 '소년 흉악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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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중국 다롄에서 10세 소녀(왼쪽)를 살해한 13세 소년(오른쪽). 형사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아 중국 내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 사진 = 바이두



지난해 10월 중국 동북 지방 랴오닝성의 다롄 시에서는 10세 소녀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13세 소년이 공분을 샀다. 이 소년은 성폭행에 저항하는 소녀를 흉기로 7차례나 찔렀으며, 소녀는 현장에서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신장 170cm에 몸무게가 84kg에 달했던 이 소년은 살해 후 소녀의 시신을 유기했고, 소녀의 부모는 집에서 불과 100여 m 떨어진 수풀 속에서 딸의 시신을 발견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서부 닝샤지구 용닝현에서 12세의 소년이 6세 사촌 여동생을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소년은 여동생과 놀다 여동생이 다치자 부모에게 혼날 것이 두려워 몽둥이로 여동생의 목과 머리를 여러 차례 가격해 숨지게 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남부 후난성에서는 어머니를 망치로 때려 살해한 13세 소년이 경찰에 붙잡혔으며, 2016년에는 남부 광시 광족 자치구의 한 마을에서 13세 소년이 4세, 7세, 8세 3남매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만 14세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을 면했다. 10세 소녀를 성폭행한 13세 소년은 감옥 대신 3년간 소년 재활시설에 수감되는 처분에 그쳤으며, 어머니를 살해한 13세 소년은 그 해 석방돼 복학했다.

중국 형법상 14~18세의 소년은 살인·강간·마약 밀매 등 중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 형사책임을 진다. 하지만 14세 미만의 경우 어떤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처벌은커녕 기소조차 되지 않으며, 그나마 교정 시설에 보내지는 경우도 적다.


"살인 저질렀는데 나이 어리면 끝?"…분노하는 中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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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광시천시시(广西岑溪市) 청젠전(诚谏镇)에 사는 3남매(4살, 7살, 8살)를 살해한 13세 소년이 경찰과 함께 현장검증에 나서고 있다. / 사진 =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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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소년 범죄가 급증하면서 처벌 여론이 높아지자, 결국 중국 정부는 칼을 빼들었다. 관영 신화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최고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 13일 형사처벌 연령을 하향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 심의에 들어갔다.

이 개정안에는 12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이 고의로 살인하거나 상해를 저질러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한 경우 최고인민검찰원의 승인을 거쳐 형사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지에서는 형사 책임연령 하한을 촉구하는 SNS 글들이 수만 건 이상 등장하며 웨이보 핫이슈에까지 올랐다. 누리꾼들은 '나이가 어리다고 해 흉악범을 용서해서는 안 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중국의 형사 책임 연령은 유독 높다'는 글을 잇따라 게시했다.

실제로 같은 중화권 국가로 분류되는 싱가포르의 경우 형사책임연령이 만 7세 이상이며, 홍콩은 범죄를 저지른 소년이 만 10세 이상인 경우 처벌한다. 어린 아이들을 둔 학부모를 중심으로 '주변 국가들에 비해 소년범에 너무 관대하다'는 여론이 확산되는 이유다.

3세 여아를 둔 베이징의 '라마'(辣妈· 젊은 엄마를 부르는 신조어) A씨(35)는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한 소년 범죄 소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린다"며 "내 아이가 안전하게 자라길 바라는 것은 어느 나라 부모나 똑같은 마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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