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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당해보니 알겠나” 질타받는 홍남기, 이 정부 전체가 들어야 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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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전세 대란을 촉발한 임대차법을 밀어붙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홍 부총리가 자신이 입안한 임대차법 탓에 지금 사는 전셋집에서 쫓겨나 '주거 난민'으로 전락할 처지에 몰리자 홍 부총리를 조롱하는 사진과 글이 인터넷을 통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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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주도한 임대차법 탓에 사는 전셋집에선 쫓겨날 처지고, 보유 주택 매도는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권 행사로 무산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시장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인터넷에선 전셋집을 보기 위해 줄 선 대기자에 홍 부총리 얼굴을 합성한 패러디 사진이 돌아다니고 “당해보니 알겠냐” “홍남기가 홍남기를 쫓아냈다”는 댓글이 붙는다. 정부가 앞으로 전세 낀 집을 매매할 때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2년+2년) 보유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법을 고치겠다고 하자, “홍남기 구하기 법이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경제정책 수장이 그 정책으로 인해 졸지에 ‘주거 난민’으로 전락한 것만큼 정책 실패를 보여주는 증거가 없다. 그런데도 홍 부총리는 “기존 임차인의 주거 안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 말을 하면서 스스로도 부끄러울 것이다.

주거 취약층에 심한 고통을 안기고 있는 전세 대란은 현실을 도외시한 외눈박이 정책의 결과물이다. 임대차 기간 4년으로 연장, 전·월셋값 인상률 상한 5%를 골자로 한 임대차법이 전세 품귀, 전셋값 급등을 촉발할 것이라며 전문가들이 수없이 경고했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홍 부총리는 “임대차법이 안착하면서 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했고,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마음을 모아서 극복하면 전세 가격도 점차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결과는 홍 부총리가 몸으로 겪고 있듯이 정반대다.

서울에서 촉발된 전세 대란은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세종(1.37%), 원주(0.48%), 울산(0.46%), 태백(0.43%) 등의 이번 주 전셋값 상승 폭은 서울의 5~16배에 달한다. 전세 매물 품귀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가 전국 10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 1798곳을 전수조사 한 결과, ‘전세 매물 제로(0)’ 단지가 22%(390단지)에 달한다. 전세 매물이 5개도 안 되는 단지가 전체의 72%에 이른다.

전세 품귀는 월세 전환, 월셋값 급등으로 이어져 주거 취약층의 주거비 부담을 크게 늘리고 있다. 이달 중 서울에서 이뤄진 월세 계약 중 23%는 월세가 100만원 이상이다.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관악구, 노원구 등에서도 월세 100만원 이상 계약이 속출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매매 시장은 안정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전·월세난에 차라리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서울에선 신고가를 갈아치우는 아파트 단지가 더 늘고 있다. 강남 4구뿐 아니라 동대문구, 관악구에서도 전용면적 84㎡ 아파트값이 8억~9억원 선까지 솟았다.

홍 부총리가 “전·월세 시장에 대한 추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하자 시장에선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있으라”고 한다. 상식과 현실을 부정하다가 ‘당해봐야 아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하소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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