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기자회견 열어…'의료진 낙태시술 거부권' 도입 촉구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새 의장 이용훈 주교 취임 기자회견 |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신임 의장에 선출된 수원교구장 이용훈(69) 주교는 16일 "낙태에 대해서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주교회의 의장 취임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생명을 지킨다는 것, 그것은 어떤 이유로도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정부는 형법에서 낙태죄 조항은 유지하되 임신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임신 15∼24주에는 특정한 사유가 있을 때 낙태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온 이 주교는 정부 입법안과 달리 임신 주수와 관계없이 낙태는 전면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의료진이 양심에 따라 낙태 시술을 거부할 수 있는 '진료거부권' 도입을 촉구했다.
그는 "(진료거부권은) 개인 의사나 간호사, 병원이 낙태를 요청받은 경우에 '생명을 해치는 일에 협조할 수 없다'며 거부하는 것을 말한다"며 "이를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관련 청원이 접수돼 있다"고 소개했다.
회견에 동석한 주교회의 신임 부의장 조규만(65) 주교는 "저희(교회)는 (임신 주수가) 언제부터 생명인지, 인간인지 모른다"며 "성경도 몇주부터 생명이라고 말하지는 않으나 태아가 생명이라는 사실은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주교주교회의 신임 의장단 기자회견 |
조 주교는 낙태를 여성 책임으로만 모는 인식이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여성에게만 책임을 묻는 현실은 분명 잘못된 것으로, 교회가 좀 더 관심을 갖고서 미혼모 지원 등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주교회의 서기를 새로 맡게 된 유흥식(68) 주교는 교회가 낙태 문제를 두고 여성과 대립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낙태는 작년과 올해만의 이슈도 아니고,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있었던 것은 다 알 것"이라며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주교의 주교회의 의장 임기는 전날인 15일부터 앞으로 3년이다. 의장직은 연임이 가능하다.
그는 의장 임기 동안 낙태 반대 등 생명 존중 문화 정착과 함께 남북화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실천, 하나뿐인 지구 보존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주교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교회가 보살펴야 한다면서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님 회칙 '모든 형제들'에서도 (교회는) 인류를 위해서 봉사해야 한다는 가르침이 있다. 우리에게 좋은 모델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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