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재판위 "성소수자 축복 자체가 동성애 찬성 증거" 주장 유죄 선고
이 목사 측 "감리회·한국 교회 현실 참담…항소하겠다"
성소수자에게 꽃뿌리며 축복하는 이동환 목사 |
(용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퀴어축제에서 성소수자들에게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교회 재판에 넘겨진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이동환 목사가 정직 2년의 처분을 받았다.
기감 경기연회 재판위원회는 15일 경기 용인시에 있는 온누리큰빛교회에서 선고 공판을 열어 이같이 처분했다.
경기연회 재판위는 "(이 목사가) 퀴어축제에 참석해 성소수자를 축복한 자체가 동성애 찬성의 증거"라며 "(축복식 홍보) 포스터에 나타난 '감리교 퀴어함께'라는 문구도 유력한 증거"라고 유죄 사유를 설명했다.
이 목사는 작년 8월 인천 퀴어문화축제에서 열린 '성소수자 축복식' 집례자로 나서 성수소자들에게 꽃잎을 뿌리거나 축복기도를 올렸다.
이를 두고 교단 내에서는 이 목사의 성소수자 축복이 교단 헌법을 위배한 것이라며 고발이 제기됐다.
이 목사를 조사한 경기연회 심사위원회는 그의 성소수자 축복이 교단 헌법인 '교리와 장정'이 범과(犯過·잘못을 저지름)로 정한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기감 교단은 동성애 찬성 또는 동조 행위를 한 교역자에 대해 정직이나 면직, 최대 출교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경기연회 심사위는 지난 공판에서 연회 재판위에 정직보다 징계 수위가 높은 면직 처분을 이 목사에게 내려줄 것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회 재판위는 이날 면직 대신 정직 처분을 내린 이유를 별도로 설명하지는 않았다.
다만, 이 목사에게 내려진 정직 2년은 정직 징계 중 가장 무거운 처분이다.
'성소수자축복기도로재판받는이동환목사대책위원회' 회견 |
이 목사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기자와 만나 "감리회와 한국 교회의 현실에 참담하고 비참하다"며 "그럼에도 소속된 감리회에서 희망을 찾고 싶다. 그것을 위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재판을 지원해 온 '성소수자축복기도로재판받는이동환목사대책위원회' 측도 재판 뒤 연 기자회견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 나왔다. 감리교회가 공정하게 바른 신앙관을 갖고 이해해주기를 바랐지만, 이것이 한국 교회 현실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총회 재판에 항소하고, 내년 입법총회 때 잘못된 법을 개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감 교단의 재판은 2심제다. 이 목사가 항소하게 되면 교단 총회 재판위원회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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