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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은 2000년 인류史가 응축된 기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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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신부가 성남 도촌동 성당 사제관에서 최근 개설한 세계 성당건축 홈페이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 가톨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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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건축은 종교적 공간임과 동시에 2000년에 걸친 시대 정신이 반영된 결과물입니다."

성당은 인류문명을 대표하는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로마의 성베드로 대성당에서부터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서울 명동대성당에 이르기까지 도시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가톨릭교도가 아니더라도 대부분 한 번씩은 성당을 찾는다.

가톨릭 수원교구 김진태 신부(63·성남 도촌동 본당)는 최근 '성당건축-역사, 전례, 공간'이라는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세계 260여 곳 성당건축물을 고대 중세 근대 현대 등 시대별로 구분하고 이것을 고딕 로마네스크 등 9개 건축양식으로 정리했다.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성당 중 130여 곳 사진은 건축한 박사이기도 한 김 신부가 직접 현지에서 촬영한 것들이다.

"1970년대 후반 가톨릭대학 다닐 때부터 명동성당 같은 문화공간을 찾아다니는 취미가 있었어요. 그게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사실 성당은 예수님이 주도하신 최후의 만찬을 재현하는 성찬례가 치러지는 공간이에요. 하느님께 제사를 봉헌하는 전례 장소였던 거죠. 관광지나 문화재로서 성당건축보다는 전례공간으로서의 성당건축을 분석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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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샤갈·앙리 마티스 등이 건축에 참여한 프랑스 동부 아시 성당. [사진 제공 = 김진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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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건축은 기독교 변천사에 따라 그 모양을 달리해 왔다. 건축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혹은 교리 해석이나 사회 상황에 따라 성당건축은 끊임없이 재구성돼 왔다. 김 신부가 관심을 갖는 부분이다.

"명동대성당이나 풍수원성당, 공세리성당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오래된 성당은 대부분 고딕 양식입니다. 가톨릭 초기 한국에 왔던 신부님들이 모두 파리외방전교회 소속이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는 노트르담 성당으로 대표되는 고딕 양식의 본향 같은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초기 성당들은 안정감 있고 웅장한 고딕적 특징을 가지고 있죠."

명동성당이 북쪽을 바라보도록 지어진 사연도 흥미롭다. 보통 유럽 성당들은 동서로 배치돼 있다. 태양이 떠오르는 동쪽에 제단을 두고 출입구를 서쪽에 두는 구도다. 하지만 명동성당은 제단을 남쪽에, 출입구와 마당을 북쪽에 두고 있다. "의도적으로 도성이 있는 한양의 중심부에서 성당이 잘 올려다 보이도록 한 거죠. '수많은 박해를 다 이겨내고 신앙의 승리를 거둔 우리를 봐라' 이런 의미였겠죠. 전주 전동성당도 북쪽에 있는 전주 중심부를 바라보도록 북향으로 지어졌어요. 같은 의미였겠죠."

김 신부는 1994년부터 4년여 동안 유럽에서 건축연수를 했다. 귀국 이후 국내 성당건축에 관여하던 그는 2001년 40대 중반 늦은 나이에 중앙대 대학원에 진학해 건축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교구 건축위원장 일을 병행하면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한국 가톨릭을 대표하는 건축전문가가 됐다.

"성당건축은 그 시대와 나라를 닮아 있습니다. 당연히 그래야 하고요. 선종하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아프리카를 방문해 미사를 집전하실 때 오르간 대신 북소리로 전례 하는 모습이 지금도 생각이 납니다. 건축도 마찬가지예요. 덥고 습한 아프리카에 꼭 벽돌성당을 지을 필요는 없지요. 한국 일부 지역에 지어진 한옥성당도 좋은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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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가 잘 조화된 대구대교구 범어동성당. [사진 제공 = 김진태 신부]


김 신부는 새롭게 지어지는 현대식 성당에도 관심이 많다. 김 신부는 현대의 성당은 전례 집전자와 신자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 구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통과 원칙을 지키면서도 실용적이고 미학적인 변주가 있어야 한다는 것.

경기도 수원에서 4대째 신앙을 지켜온 집안에서 자란 김 신부는 시편 51장에 나오는 '하느님은 부서지고 낮추인 마음을 낮추 아니 보시나이다'라는 구절을 마음에 새기고 산다. 성당이 고통받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낮은 공간'이 돼야 한다는 그의 성당건축 철학도 여기서 나온다.

"모범적이라고 생각되는 현대 성당건축 사례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계획입니다. 제 연구가 성당을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할 때 좋은 참고 자료가 됐으면 좋겠어요."

[허연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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