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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담은 물 위의 방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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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 창세기에 등장하는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설계된 제주 방주교회(오른쪽)와 교회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연못 정원. 연못에 파란 하늘이 담겨 있는 모습이다. /사진=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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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 사진기행-17] 낮은 언덕으로 둘러싸인 잔디밭 한가운데, 잔잔한 물 위에 내려앉은 방주교회는 모진 풍파를 견디며 바다를 항해하는 한 척의 배 같았다. 교회를 둘러싼 인공 연못과 물고기 비늘처럼 표면이 반짝이는 지붕은 햇빛을 사방으로 퍼뜨렸고, 양 옆으로는 바람이 만든 부드러운 물결과 함께 물에 비친 제주도의 파란 하늘이 흐르고 있었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의 방주교회는 세계적인 건축가 고(故) 이타미 준(본명 유동룡)이 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方舟)'를 모티브로 설계한 건축물이다. 성서 창세기에 따르면 노아와 그 가족은 신의 명에 따라 거대한 방주를 지어 지상의 모든 동물과 새들의 암수를 태우고 심판의 대홍수를 피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번에 5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아담한 크기의 예배당과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는 방주교회는 2010년 한국건축가협회 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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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에서 바라본 방주교회. 건물 중앙의 긴 창은 교회 안쪽 예배당으로 통한다. /사진=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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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교회 외관은 물 위에 떠 있는 방주 형태에서 시작해 주변 자연과 잘 어우러지도록 변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됐다. 특히 이타미 준은 건축물과 하늘의 조화를 중요시했다. 교회의 긴 지붕선 양 끝을 하늘을 향해 추켜올린 것도 이 때문이다. 방주교회가 바다 위 방주를 형상화한 건축물이지만 '하늘의 교회'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회 내부에서도 '건축물은 자연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는 이타미 준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천장까지 이어진 나무 기둥들 사이로 유리창이 나 있어 예배당 안으로 자연광이 은은하게 들어왔고 어느 자리에서든 제주도의 고즈넉한 자연 풍경이 눈에 담겼다. 또 예배당 앞의 낮고 긴 창이 강단으로 건물 밖 물과 나무, 빛을 끌어온 덕분에 자연 속에 앉아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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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교회 예배당 내부(왼쪽)와 교회 전경. 방주교회는 자연 풍경을 실내로 끌어들이는 등 자연과 조화를 이룬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사진=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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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생을 마감한 재일 한국인 건축가 이타미 준은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안도 다다오와 함께 일본 현대건축을 대표하는 건축가로 꼽혔지만 평생 귀화하지 않고 한국인 국적을 고집했다. 1968년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그는 한국에 자연과 조화를 이룬 여러 건축물을 남겼다. 특히 이타미 준에게 많은 영감을 준 제주도는 제2의 고향과도 같았다.

방주교회 인근에는 이타미 준의 또 다른 작품들이 모여 있는데 제주의 자연을 담은 '수(水)·풍(風)·석(石) 박물관'과 산방산을 향해 기도하는 형상의 지중(地中) 미술관인 '두손 박물관', 제주도 오름을 본떠 만든 '포도호텔' 등이다. 또 제주도는 제주시 한경면 저지문화지구에 '이타미 준 건축문화 기념 전시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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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방주교회 연못가에서 산책하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하늘과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된 방주교회 지붕 표면의 기하학적 패턴이 빛을 반사시키고 있는 모습. /사진=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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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미 준은 2003년 유럽 최대 규모의 동양 미술관인 프랑스 기메 박물관에서 건축가 최초로 개인전을 열었고 그 덕분에 2005년 프랑스에서 예술문화훈장인 '슈발리에'를 받았다. 한국에서는 2006년 '김수근 문화상'을 받았고, 일본에서는 2008년 일본 최고 권위의 건축상인 '무라노 도고상'을 수상했다. 보수적인 일본 건축계가 외국인에게 이 상을 수여한 건 당시가 처음이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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