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법제사법위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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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들어 부쩍 청와대와의 호흡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 미완의 과제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과 공정경제 3법(상법ㆍ공정거래법ㆍ금융그룹감독법) 처리를 강조하는 모습에서 유독 두드러진다. 당초 예상했던 온건하고 통합적인 이미지와 다르게 문재인 정권과 '밀착'하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친문재인계 대선주자'로서의 위치를 굳히려는 포석이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임기 하반기를 향해 가는 문재인 정부 최대 숙원 과제는 공수처 출범과 공정경제 3법 처리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총대를 매고 있지만, 최근들어 이 대표가 직접 이를 주도하고 있다. 이 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과의 연석회의에서 “공수처는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책임”이라고 강조하면서 공수처 출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6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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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경제 3법 추진 의지도 확고히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6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6대 그룹 사장단을 만난 자리에서 “공정경제 3법은 기업의 건강성을 높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늦추거나 방향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이번 정기국회 내 처리에 쐐기를 박았다. ‘대화’를 기대했던 재계 인사들이 이 대표의 완고함에 적잖이 당황했다는 후문이 나올 정도였다. 청와대와의 호흡도 즉각적이다. 지난 7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한 것에 대한 청와대의 의미부여에 이 대표는 곧장 “우리가 선택한 길이 옳았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조를 맞췄다.
이 대표의 이런 일련의 행보는 대표 취임 초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취임 이후 첫 국회 데뷔무대였던 지난달 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 대표는 “국난을 헤쳐가는 동안만이라도 정쟁을 중단하고 통합의 정치를 실현하자” “국민과 여야에 함께 이익이 되는 윈ㆍ윈ㆍ윈의 정치를 시작하자”고 강조했다. 이에 야당뿐 아니라 재계 등 사회 전반에 ‘이낙연식’ 대화와 협치에 기대감을 걸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사회서비스원 소속 돌봄종사자들과의 영상 간담회에서 돌봄 종사자들의 체험담과 애로사항을 경청하고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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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가 당초 예상과 달리 친문 그룹을 호응할 수 있는 '선명성'에 치중하는 것은 당내 대선주자로서의 입지와 연결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대선주자 레이스가 접전 양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다음달이면 '친문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사건' 과 관련해 항소심 선고공판을 받는다. 선고 결과에 따라 김 지사까지 대권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면 이 대표로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임기 내에 입법 성과를 내는 동시에 친문 진영의 전폭적 지지도 얻어야 하는 이 대표에게 남은 6개월 시간은 길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방송기자초청토론회에서도 친문 강성 지지층에 대해 “특별한 분들이 아니라 매우 상식적인 분들일 수도 있다” “에너지원이 될 수 있고, 당의 대처나 지향을 감시하는 감시자 역할도 될 수 있다”고 옹호했다. 하지만 친문 진영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이 대표의 이런 행보가 자칫 외부로의 확장성에 한계를 가져올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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