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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오병상의 코멘터리] 문재인은 김정은의 메신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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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 보도..트럼프 코로나로 대선직전 북미회담 무산위기

한국정부는 부인하지만.. 보도내용은 남북관계 맥락과 일치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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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7일) 가장 눈에 띄는 뉴스는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폭로한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ze. 10월의 깜짝쇼) 입니다.

오래전부터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에 깜짝쇼가 있을 것이란 얘기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3차 정상회담 같은 빅이벤트가 열려 트럼프 대선에 힘을 보탤 것이란 추측이었죠.

설마..했는데 진짜였나 봅니다.

우리 정부는 공식적으로 ‘사실 아니다’고 부인했습니다. 그런데 요미우리 보도를 보면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이해되지 않던 대목들이 전부 설명됩니다.

2.

요미우리 보도 골자는..

문재인 정부가 옥토버 서프라이즈를 연출하기위해 북한과 미국을 설득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감염 때문에 모두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입니다.

드러난 내용을 보면 무리가 많습니다.

문 정부가 북한을 설득한 논리는 ‘10월에 북미정상회담을 하면 11월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 도움이 되니까..나중에 북한에도 좋을 것’이라고 합니다.

트럼프에게도 당연히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겠죠.

3.

그런데 지난 2차 회담(하노이)이 정상간 이견으로 결렬됐기에 김정은이 직접 나서길 꺼렸습니다.

그래서 남한에서 내놓은 아이디어가 여동생 김여정입니다. 김여정이 폼페이오와 회담을 하고 트럼프와 함께 기념촬영하는 모양새죠.

회담의 내용도 지난번 결렬된 북한핵 대신 종전선언으로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북한의 오래된 희망사항입니다. 문 정부는 ‘미국입장에서도 생색내기 좋다’고 설득했다고 합니다.

4.

이상의 보도에 따라 복기하자면 일목요연하게 정리됩니다.

지난 7월 7일 트럼프 대통령은 한 인터뷰에서 뜬금없이 ‘북한이 3차 정상회담을 희망한다. 도움이 된다면 만나겠다’고 말합니다.

바로 사흘뒤 김여정이 담화를 내고 ‘미국 독립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구해도 좋다는 (김정은)위원장의 허락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당시엔 이게 무슨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가 싶었습니다. 요미우리 보도에 따르면 김여정이 ‘대신 나서기로 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입니다.

8월 20일 국회에서 국정원이 ‘김여정이 국정을 위임통치한다’고 보고해 깜짝 놀랐습니다.

김정은이 건재한데 무슨 위임통치? 이에대한 추가설명이 없었는데..요리우리에 따르면 ‘김여정이 정상 자격이 있다’고 남한 정보당국이 보증해준 셈입니다.

5.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도 이제 잘 이해가 됩니다. 왜 우리 정부가 그렇게 안절부절했는지.

피격은 돌발사건입니다.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무산될까봐 우리 정부는 별일 아닌듯 빨리 넘어가고 싶었고, 그런 사정이 있었기에 북한은 이례적인 사과편지를 보내왔습니다. 갑자기 친서까지 공개했습니다.

서프라이즈를 몰래 준비해왔기 때문에 ‘통신이 두절됐다’는데 이렇게 편지가 오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마침 피격사실이 막 알려지던 순간 문재인 대통령은 UN연설에서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왠 맥락없는 소리인가 했는데, 사실은 북미회담을 위한 바람잡기에 나섰던 것이죠.

그런데 판을 펴자마자 악재가 터졌으니..내심 무지 당황했을 겁니다.

6.

미국은 사실 별로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7월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북한이 회담을 희망하는데’.. 미국입장에서‘도움이 된다면’이란 전제를 달면서 ‘회담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미국에서 9000마일이나 떨어진 나라’이고, ‘아직 운반체(ICBM)는 완성하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급하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9월 28일 이도훈 평화교섭본부장이 비건 국무부 부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서프라이즈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비건은 ‘창의적 아이디어에 감사한다’면서 ‘북한의 관여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북한의 보다 적극적인 양보를 요구한 셈입니다.

7.

문 정부의 태도는 이미 실패한 북미정상회담 때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 미국을 설득하고자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 말입니다.

노력은 가상합니다. 그런데 정말 안타까운 것은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안보인다는 점입니다.

문 정부는 북한의 메신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수호자입니다.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고 한반도 평화를 만드는 노력은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것입니다.

8.

북미정상회담 결과 북한핵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엉뚱하게도 한미연합훈련만 사라졌습니다.

김정은이 ‘훈련중단해달라’고 하자 트럼프가 ‘돈 드니까 안하겠다’고 약속해버렸습니다. 김정은은 위협을 제거했고, 트럼프는 돈을 아끼는 이익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남한은 방위력 약화라는 손해만 봤습니다.

9.

문 정부는 대한민국 국민의 정부입니다. 판문점 만남까지 모두 3차례 북미정상회담의 무성과, 이번 옥토버 서프라이즈 무산이 남긴 교훈을 되새겨야 합니다.

깜짝쇼로 한반도 평화는 오지 않습니다.

북한의 메신저가 아니라 진정한 중재자가 되려면 미국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가능성이 높아진 바이든이 ‘한국정부가 북한과 짜고 트럼프 당선을 도우려 했다’는 사실을 알면 어떻게 할 건가요?

10.

문 정부는 이제 임기말에 접어들었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당대에 성과를 낸다는 조바심은 접고,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될 평화프로세스를 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칼럼니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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