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회의 언론 통해 안 건 분명히 문제"
"文, 北 억류 국민 6명 김정은에 직접 제기,
金 답 받았지만 대화 끊겨 후속 논의 못해"
"北 피살 공무원 유가족 뵙고 경청하겠다"
조건 없는 종전선언 논란에 "정치적 선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에 외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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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북한군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총살 직후 청와대에서 열린 심야 관계장관회의에 자신을 부르지 않은 것에 대해 나중에 서훈 안보실장에 항의했다고 7일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최근 '강경화 패싱' 논란을 문제 삼자 이후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고 공개했다. 패싱 논란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가 지난달 22일 오후 9시 30분께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직후인 23일 오전 1시 청와대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관계장관 회의에 강 장관만 부르지 않은 데서 불거졌다.
강 장관은 당시 자신이 회의 소집 사실을 몰랐을 뿐 아니라 "외교부 직원들도 나중에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정진석 국민의 힘 의원이 "외교부 직원들이 언론을 보고 알았다는 건 참으로 이상한 일"이라고 하자 "네"라고 동의했다.
그러면서 "그런 중요한 회의를 언론 보도를 보고 안 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의에서 (서훈 실장에게) 정식으로 문제제기를 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이 "강 장관이 패싱(passing)된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강 장관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가안보) 실장하고 수시로 통화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청와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 장관급 인사 4∼5명이 주요 현안을 논의한 오찬에 강 장관만 빠졌다는 한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오찬은 시간 되는 사람끼리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것이고 저도 수시로 그런 오찬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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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남북정상회담 때 金에 한국민 억류자 송환 직접 제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18일 오전 평양 시내를 카퍼레이드 하며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평양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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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장관은 이날 북한에 억류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 국민 6명의 송환 문제를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직접 거론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북한에 억류 중인 6명의 국민을 (국내로) 모셔와야 한다"는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억류자 6명에 관해 남북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말씀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답도 받으신 거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과의 대화가 끊기면서 직접 (이 문제를) 얘기할 수 없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제기구 등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억류자 송환 문제가 언급된 게 구체적으로 2018년 4·27 판문점 정상회담인지, 9·19 평양회담 때인지 특정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가 오갔지만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돼 해결에 진척이 없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지 의원은 "3년 동안 공석인 외교부 북한인권대사를 서둘러 임명하고, 이 문제를 포함해 우리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서도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북한인권대사는) 범정부 차원에서 필요성을 모아 (임명) 하는 것이기 때문에, 취지는 공감하지만, 다시 한번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강 장관은 또 정부 관계 부처가 북한에 피살된 이씨 유가족을 외면하고 만남을 거부하고 있다는 지적에 "(북한이 피살한 공무원의) 유가족을 직접 뵙고 경청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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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유엔 종전선언 제안에 "美, 법적인 면을 많이 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청와대에서 제75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북한과의 종전선언 필요성을 다시 재점화했다. [청와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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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강 장관에게 "2018년 9월 문 대통령이 발언한 종전선언은 '선(先) 비핵화, 후(後) 종전선언'이었다. 올해 9월 22일 유엔연설에서 종전선언은 '선 종전선언, 후 비핵화'로 절차와 순서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북한의 주장을 우리가 받아들인 거냐"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우리 입장이 변했다라기 보다 가장 최근 (유엔 연설에서) 대통령 말씀이 정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태 의원이 미국의 입장을 묻자 "(우리 정부는) 처음부터 종전선언을 정치적 선언으로 생각하고 있고, 미국은 법적인 면을 많이 보고 있었다"며 "서로 입장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있고 공감이 많이 형성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비핵화 조건 없는 종전선언에 여전히 이견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이유정·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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