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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같은 베토벤을 루트비히라 불렀을 친구들 모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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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250년 ‘베토벤의 생일파티’

첼리스트 양성원, 7일간 공연 기획

중앙일보

이달 중순 일주일동안 ‘베토벤의 생일파티’ 공연을 기획한 첼리스트 양성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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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에 19곡. 이달 13~15일 서울 신촌동 금호아트홀 연세의 ‘베토벤 생일파티’ 공연에서 연주되는 곡이다. 사흘 동안 각각 4곡, 7곡, 8곡씩 연주하는 릴레이 공연을 기획한 첼리스트 양성원은 “베토벤 생일에 그의 지인들이 모인 파티를 상상했다”고 했다. 연주자는 총 16명.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남 여수시 GS칼텍스 예울마루로 옮겨 16~18일 네 번 공연에 23곡을 연주한다. 작곡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 탄생 250주년의 ‘결정판’이라 할 만한 계획이다.

“베토벤 하면 그 위대함이 하느님 부처님처럼 돼 있다. 하지만 그를 루트비히라 부를 사람이 모인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베토벤은 궁정에 한 번도 소속되지 않았던 첫 ‘프리랜서’ 작곡가이며 고전주의의 전통을 이어받은 후 전에 없던 새로운 시대를 창조했다. 음악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 작곡가에 대해 양성원은 인간적인 해석을 한다.

공연은 베토벤의 스승들로 시작한다. 그가 존경했던 헨델·하이든·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초기 작품을 함께 들려주는 무대다. 이어지는 공연에서는 페르디난드 리스, 카를 체르니 등 베토벤의 사후 명성을 애써 지킨 제자들의 작품을 들을 수 있으며 베토벤의 후원자를 주제로 한 무대에서는 발트슈타인 소나타, 라주모프스키 현악4중주, ‘대공’ 트리오 등 후원자들의 이름이 붙은 곡이 연주된다. 베토벤을 둘러싼 인간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 무대다.

“베토벤은 괴팍했고 청각 장애로 의사소통에 어려움도 겪었다. 하지만 진정으로 통한 친구가 많았고 후원자와 제자들은 그에 대한 믿음이 지극했다.” 무엇보다 베토벤은 혼자서 성장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번 기획의 핵심이다. “베토벤은 100년 위의 헨델에 매혹돼 그의 음악을 공부했고 바흐의 기법에도 빠져들었다. 동시대 음악가들의 작품도 귀 기울여 들었다. 로시니의 대중적 인기를 부러워했고 슈베르트의 작품을 임종 전에 마지막으로 듣게 해달라고 청했다.” 이번 공연에선 이런 베토벤의 심리를 따라가는 곡들로 마련했다.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중 ‘소문은 미풍처럼’을 연주한 직후 베토벤의 현악4중주 13번의 카바티나를 들려준다. 베토벤이 청했던 슈베르트의 가곡 ‘인간의 한계’도 들을 수 있다.

첼리스트 양성원은 2007년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5곡), 2013년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를 녹음해 음반으로 냈다. “첼로 소나타 전곡 시리즈는 무대에서 20번 정도 했고, 트리오 작품도 수십번 했다”고 했다. 첼리스트에게 베토벤은 절대적이었다. “어려서는 베토벤을 잘하려고만 하다 틀에서 못 벗어났다. 하지만 50대 중반이 되니 베토벤이 인간으로 이해가 된다.” 출판사 요청으로 몇번이고 악보를 고쳐 보낸 베토벤의 이야기에서 사회에 뿌리내려야 했던 프리랜서의 마음을 읽는다고 했다. “특히 후기 작품을 보면 음표만 그린 게 아니라 몸 안의 울림을 전달하려 했음을 알 수 있다. 그 동물적인 감각을 통해 음악을 들었을 것이다. 피아노의 다리를 잘라 바닥에 놓고 진동을 느끼며 작곡했던 마음이 느껴진다.”

대장정의 마지막은 베토벤의 현악4중주 15번. 병을 앓다 회복해 이 곡을 쓴 베토벤은 ‘성스러운 감사의 노래’라는 제목을 붙였다. 양성원은 “많은 사람이 절망하는 지금, 베토벤을 들으며 감동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했다. 이번 서울 공연에는 피아니스트 김영호·김태형·문지영,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텔 리, 아벨 현악4중주단, 클라리네티스트 채재일 등이 출연한다. 여수 공연에는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합세할 예정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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