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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박병석 “북한, 한국 통하지 않고 미국과 관계 개선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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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방문해 “남북문제, 신뢰 중요” 입장 밝혀

세계일보

박병석 국회의장. 연합뉴스


유럽 2개국을 방문 중인 박병석 의장이 스웨덴에 이어 통일 30주년을 맞은 독일을 찾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박 의장은 30일 오후(현지시각) 베를린에 있는 독일 대통령궁에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연방대통령과 면담을 시작으로 독일 공식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박 의장은 슈타인마이어 연방대통령 면담에서 한·독 통일자문위원회를 만들어 준 것에 감사를 전하며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체제 전환 제안과 의장의 남북국회회담 제안에 침묵하고 있지만 비난도 하지 않고 있다”고 남북관계 현황을 소개했다. 아울러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보다 북미관계 개선을 원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을 통하지 않고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기는 어렵다”며 남북문제는 신뢰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박 의장은 한일관계에 대해 “역사문제와 경제의 투 트랙 접근이 필요하다”며 “역사를 대하는 데 있어서 독일과 일본은 차이가 있다. 실체적 진실을 인정하고 개선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일본은 역사를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식면담은 현지시간으로 오후 2시에 시작해 45분 동안 열릴 예정이었지만 예정된 시간을 15분 넘겨 오후 3시까지 이어졌다.

이날 면담에는 독일 측에서 안체 렌더체 연방 외교부 사무차관, 토마스 바거 연방대통령실 대외정책국장, 테오 키데스 연방대통령실 아프리카·아시아태평양개발책임 등이 참석했고, 방문단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박완주·조응천 의원,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 등이 배석했다.

세계일보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9월 29일 오후(현지시간) 스톡홀름에 있는 스웨덴 국회에서 안드레아스 노를리엔 스웨덴 국회의장과 회담을 하고 있다. 국회 제공


박 의장은 면담 후 유대인대학살 추모비를 방문한 뒤 독일 연방의회로 이동, 볼프강 쇼이블레 하원의장을 1시간 40분가량 공식 면담했다. 독일 통일의 주역으로 평가받는 쇼이블레 하원의장은 서독 내무장관을 역임하며 통일 협상을 이끌었다. 쇼이블레 의장은 남북 간의 교류 확대를 추진하는 것이 통일 준비에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독일 하원의장 면담에서 박 의장은 “쇼이블레 의장님께서는 통일을 기획하고 결과적으로 서명까지 하신 분인데, 통독 30주년을 맞게 됐다. 한국에서도 독일 통일의 미래를 배우자라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쇼이블레 하원의장은 “한반도 분단과 우리 분단은 냉전의 산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남북의 상호 교류, 국민 간 왕래를 추진하는 것이 통일을 위한 준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장은 이어 “북한이 양국 간 교류와 접촉을 금지한 상황이다. 최근 문 대통령이 정전에서 종전체제로 전환할 것을 제의하고, 나도 국회의장으로서 조건 없는 국회 회담을 제안했지만 아직 아무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쇼이블레 하원의장은 “북한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가 지향하는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두려움이 상당할 것이다. 그것이 문제다”고 답했다.

박 의장은 “미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북한과 가장 밀접한 중국과의 관계도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면서 “원칙을 지키면서도 유연한 관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WTO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고, 쇼이블레 의장은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지만 말씀을 잘 전하겠다”고 화답했다.

한편 박 의장의 방문국 지도자를 고려한 맞춤형 선물이 큰 호평을 받았다. 도자기·자개 등 전통 공예품과 시계를 선물하던 과거 국회의장과 달리 박 의장은 상대방의 기호와 삶의 이력을 따져보고, 되도록 그에 어울리는 선물을 준비했다. 박 의장은 쇼이블레 독일 하원의장에게 쇼이블레 의장이 독일 통일 과정을 기술한 ‘협약’이라는 제목의 책을 선물했다. 1992년 한국에 ‘나는 어떻게 통일을 흥정했나’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쇼이블레 의장의 책은 현재 한국에서는 절판된 상태이다. 박 의장은 이 책의 행방을 수소문한 끝에 부산에 사는 한국어판 역자로부터 소장본을 건네받아 독일로 가져왔다. 이어 쇼이블레 의장에게 “(책에서) ‘자유는 감염병과 같다’라는 구절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쇼이블레 의장은 “책 선물이 정말 영광이고, 고맙다”고 화답했다.

박 의장은 앞서 스웨덴 스톡홀름의 왕궁에서 칼 구스타브 16세를 예방하면서 스카우트잼버리 활동 애호가인 구스타브 국왕에게 ‘스카우트잼버리 패치북’을 선물했다. 또 안드레아스 노를리엔 스웨덴 국회의장과의 회동에선 국회 로고가 새겨진 머그잔을 선물했다. 노를리엔 의장은 머그잔 수집이 취미라고 한다.

국회 관계자는 “역대 국회의장들 가운데 박 의장처럼 상대의 특징을 고려해 선물을 직접 고른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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