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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겨누던 '콩'이 어쩌다 시진핑 발목을 잡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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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두 수입, 무역전쟁 때는 트럼프 흔들던 지렛대
中 해외의존도 90% 넘어...만성부족 갈수록 심화
경작지 줄고 재배 효율 낮아 생산 우선순위 밀려
러시아와 '콩 산업 동맹'...수입량 1%에도 못 미쳐
'식량위기' 현실화...시진핑 "음식 쓰레기 줄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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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8월 경제사회사업 심포지엄을 주재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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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세계 최대 '콩(대두)' 수입국이다. 주로 미국에서 들여온다. 자연히 칼자루를 중국이 쥐었다. 무역전쟁 과정에서 반격 카드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중국은 지난해 대두 수입을 중단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겨 미국을 압박했다. 대두 주요 생산지 중ㆍ서부지역이 정치적 텃밭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농민 표심을 의식해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입장이 뒤바뀌었다. 중국이 만성적인 대두 부족에 시달리면서 ‘식량안보’ 위기에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대미 의존도가 높아지면 패권을 놓고 총력전을 벌이는 중국의 입장에선 취약점이 증폭되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지난달 22일 ‘중국 농민 수확 축제’를 맞아 “중국 인민의 밥그릇을 국산 곡물로 가득 채워야 한다”며 “농업은 국가와 안보의 근본”이라고 강조했지만 대두 수급에 물꼬를 트지 못하면서 정부의 구상이 헝클어질 조짐이다.

중국은 대두가 얼마나 부족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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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농업산업 발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쌀ㆍ밀ㆍ옥수수는 자급률이 98.75%에 달했다. 수입량이 전체 수요의 1~2%에 불과하다. 상무부는 “3대 주요 식량은 완전 자급자족이 가능해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폭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자신했다.

반면 대두는 사정이 정반대다. 올해 수요는 1억727만톤에 달해 처음으로 1억톤을 돌파할 전망이다. 당국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수입량이 사상 최대치인 9,800만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외 의존도가 90%를 넘는 셈이다. 지난 여름 수해를 겪으면서 곡물가격이 상승하자 정부가 비축분을 방출했는데 쌀은 6,000만톤, 옥수수는 5,000만톤을 시장에 풀었지만 대두는 76만톤을 공급하는데 그쳤다. 다른 곡물에 비해 확보한 재고 물량이 터무니 없이 적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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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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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다른 농작물로 수요를 대체하기도 마땅치 않다. 대두를 압착해 추출한 콩기름은 중국 식용유 소비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또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인 콩깻묵은 가축을 먹일 저렴한 사료로 쓰인다. 가뜩이나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해 물가가 들썩이는 상황에서 미국ㆍ브라질이 주로 생산하는 값싼 ‘벌크 콩’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중국 인구 14억명 가운데 6억명의 월 수입이 1,000위안(약 17만원)을 넘지 못하는 열악한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은 왜 대두 생산을 대폭 늘리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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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리노이주의 대두 재배 농장.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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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농업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과학자들은 국제 학술지에 700여편의 콩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 생산은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중국 전체 콩 생산량은 13% 증가했지만 그 규모는 1,800만톤에 불과하다. 수입량을 한참 밑돈다. 1978년 이후로 계산해도 지난 40여년간 콩 생산 증가율은 83%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콩은 쌀ㆍ밀ㆍ옥수수에 비해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훨씬 적어 농민을 상대로 경작을 홍보하고 독려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해왔다.

토지 부족에 따른 한계도 있다. 중국 인구는 세계 전체의 22%에 달한다. 반면 중국이 확보한 경작지는 글로벌 재배면적의 0.7%에 불과하다. 특히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로 경작지의 20%가 줄었다. 향후 5년간 농촌 인구 8,000만명이 도시로 추가 이주해 중국 도시화율은 65.5%로 높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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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안후이성의 한 농장에서 대두를 장비에 싣고 있다. 차이나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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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1990년대까지 콩 자급이 가능했다. 하지만 도시로 사람이 몰리고 농촌을 떠나면서 최대 수입국으로 바뀌어 식량안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도시화의 광풍에서 벗어나 남아있는 땅의 경우에도 농사짓기에 적합한 비율은 10~15%에 불과하다. 인도(50%), 미국(20%), 프랑스(32%)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다른 곡물을 제쳐놓고 대두 재배에 역량을 쏟아 붓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2025년 1억3,000만톤의 식량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중 쌀ㆍ밀ㆍ옥수수 부족분이 2,500만톤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급자족을 공언하던 3대 식량마저 조달하는데 애를 먹을 수 있는 상황에서 생산성이 낮은 콩 재배에 사력을 다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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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둥성 취푸의 공장에서 미국산 대두로 식용유를 만들고 있다. 글로벌타임스


중국은 지난해 3월 ‘대두 진흥계획 시행방안’을 통해 재배면적을 2018년 1억2,700만묘(1묘=666㎡)에서 2020년 1억4,000만묘로 10% 늘리는 청사진을 내놨다. 또 동북3성과 네이멍구 등을 중심으로 1묘당 최대 10만원 가량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당근도 제시했다. 이를 통해 대두 자급률을 올해와 2022년 각각 1%포인트씩 높일 계획이다. 하지만 구조 개선이 아닌 예산을 퍼붓는 인센티브 방식이어서 중국이 직면한 콩 부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중국은 누구에게 손을 벌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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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신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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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데 미국을 상대하기 싫다면 중국은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조차도 마땅치 않다.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가 중국 전체 대두 수입량의 92.8%를 차지한다. 이들 국가를 제외하면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인도네시아가 중국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주요 수출국이다. 하지만 호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을 놓고 중국과 교류를 사실상 단절하면서 중국이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부를 정도로 관계가 험악해졌다. 다른 국가들도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보안위협이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미국과의 관계 등을 의식해 중국과 껄끄러운 사이다.

이에 중국은 전략적 동반자인 러시아와 손을 잡았다. 중국 상무부와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콩 산업 동맹’을 구축해 콩에 관한 모든 분야의 협력을 심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양국 전문가들은 “정치적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미국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새로운 협력의 공간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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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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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속 빈 강정’이나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코로나19 영향으로 4월부터 모든 곡물 수출을 중단했다가 3개월 만에 재개했다. 이중 콩은 거의 대부분 중국으로 향한다.

문제는 무역규모가 터무니없다는 점이다. 러시아에서 들여오는 콩은 고작 80만톤으로 중국 전체 수입량의 1%에도 못 미친다. 양국은 2024년까지 370만톤으로 늘릴 계획이지만, 중국의 올해 수입량과 비교해도 4%를 밑도는 수치다. 중국이 러시아와의 콩 협력을 “장기적인 안보를 위한 선택”이라며 애써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중국은 러시아산 콩 비율을 전체 수입량의 10%까지 늘릴 계획이다.

허리띠도 졸라매지만…고급화 전략으로 애써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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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허베이성 탕산의 한 음식점에서 종업원이 남은 음식을 포장하고 있다. 차이나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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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식량을 국가안보의 일부로 본격 다루기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다. ‘국가안보법’을 시행하면서 식량안보의 전략적 의의를 규정하고 식량을 무기로 한 서구국가들의 공세에 대비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며 위기에 대처하고 있다. 시 주석 주도로 음식물쓰레기 퇴치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2013년에도 시행했던 방안이다. 미국과 전방위로 격돌하는 상황에서 분위기를 다잡고 중국인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데는 어느 정도 기여했을지 모른다. 반면 곡물가격 인상을 예상한 일부 농민들이 비축량을 늘려 오히려 공급이 줄거나, 식당에서 음식주문이 과도하다며 애먼 종업원들에게 벌금을 물리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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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0월 국경절 연휴(1~8일)를 앞두고 지난달 16일 후난성 루청현 샤저우 마을 봉사 센터를 방문해 빈곤 퇴치 상황을 살피고 있다. 루청=신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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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미국 등에서 들여오는 대두의 국내 수요가 막대한 만큼 수입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차별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 농무부는 ‘콩 분야 활성화 대책’을 통해 “유전자를 변형하지 않은(Non-GMO) 콩의 품질과 생산성,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식용유나 가축 사료가 아닌 중국인들이 두부 등의 식품형태로 먹는 콩만큼은 고급제품으로 생산해 수요를 충당하려는 것이다.

이에 동북지역 헤이룽장성에 국가 고급 ‘콩 종자’ 기지를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중국 곡물산업 전문가 자오산웨이는 “수입 콩이 여전히 중국 전체 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겠지만 새로운 시도가 식량 공급의 위험을 줄이는데 일정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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