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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印 덮은 ‘하트라스의 공포’…집단성폭행 등에 여성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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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계급 남성들의 집단성폭행 등으로 숨진 ‘달리트’ 여성 / 여성 숨진 병원 앞에서는 시위 벌어지기도

세계일보

인도의 한 시민이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촛불을 놓고 있다. AFP연합뉴스


인도 최하층 계급 달리트(Dalit·불가촉천민)의 여성이 상위계급 남성 4명의 잔혹한 성폭행과 폭행 등으로 병원에 옮겨진 뒤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현지가 분노로 들끓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 하나인 트위터에서는 사건이 발생한 지역명을 딴 ‘HathrasHorror(하트라스의 공포)’라는 해시태그까지 생겨 해당 키워드를 검색하면 누리꾼의 분노부터 관련 소식들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사건은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州) 하트라스의 한 주택 근처 들판에서 달리트인 19세 여성이 상위계급 남성들에게 이 같은 피해를 당하면서 발생했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정도의 잔혹한 범행 수법에 피해를 당한 여성은 위중한 상태로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보름만인 같은 달 29일 사망했다.

경찰은 가해 남성 4명을 강간, 살인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되자 인도 계급사회의 현실에 반발하는 시위가 일어나는 등 곳곳이 분노로 들끓고 있다.

피해 여성이 옮겨졌던 병원 앞에는 ‘달리트의 동등한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여성에 대한 성폭력 근절을 촉구하는 시민 수백 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SNS에서 ‘하트라스의 공포’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피해 여성의 남동생 주장으로 알려진 글이다.

이 남성은 “피투성이로 발견된 우리 누나는 아무런 옷도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며 “병원으로 옮겨진 뒤 내게 남긴 마지막 말은 ‘집에 가고 싶어’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무도 우리 누나가 죽을 때까지 신경쓰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이 집으로 시신을 옮겨간 뒤 화장하고 싶어했다는 의사와 달리, 병원에서 빠르게 경찰 등이 시신을 화장처리했다는 현지 국회의원의 주장도 트위터 등에 올라왔다.

이에 경찰은 이른바 ‘삼촌’의 동의하에 시신을 화장했고, 또 그 장면을 지켜봤다면서 ‘가족의 동의가 없었다’는 해당 국회의원의 주장에 반박했다.

인도인으로 추정되는 한 트위터 이용자는 “내가 이 나라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을까?”라며 “이는 매우 중요한 질문(Million dollars question)이 아니라, 수백만명 딸들의 질문(Million daughters question)이다”라는 글로 현실을 개탄했다.

달리트 운동가 찬드라 셰카르 아자드는 “우리는 더는 이런 일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정의를 얻을 것”이라고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강하게 주장했다.

세계일보

피해 여성이 숨진 병원 앞에서 열린 인권운동가들의 집회. EPA연합뉴스


인도 국가범죄기록국에 따르면 2018년부터 현재까지 3만3000건 이상의 강간 사건이 보고됐다. 하루에 약 91건 발생하는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피해자들이 성적 수치심과 2차 가해를 두려워해 신고를 꺼리기 때문에 실제 사건은 더 많을 것이라고 본다.

한편, 인도 구자라트주의 한 법원이 세 살 여아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30대 남성에게 최근 사형을 선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서, 향후 사법부가 비슷한 사건을 다룰 때 판례가 될 지 관심이 쏠린다.

이 남성은 2017년 2월, 납치한 3세 여아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아기의 몸에 있던 금붙이를 훔친 혐의로 기소됐으며, 재판부는 인도 형법 등에 따라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고 인도 NDTV가 지난달 30일 전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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