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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이슈] 내연관계 폭로·변제 압박에 "없애버리자"…잔혹한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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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 남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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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고의·공모 인정"…대법원 징역 10년 확정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나와 약속한 것도 있고 문자 보낸 것도 있으니까. 바로 없애버리자고 했다."(공범 B)

"그래. 그 양반은 그런 일은 독하게 하는 거는 좀 하기는 하겠더라."(공범 A)

"소리소문 없이...설 건드리면 안 되고 바로 식물인간 만들어버리자고 했다."(공범 B)

"그래서 그게 그렇게 되냐고, 그래."(공범 A)

같은 아파트에 살던 이웃을 교통사고로 꾸며 차량으로 공격하고 결국 숨지게 한 여성에게 징역 10년이 확정됐다. 한사코 살인할 고의가 없었고 범행을 공모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공범과 나눈 대화가 결정적 증거가 됐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앞서 공범 B씨와 C씨는 각각 징역 20년, 징역 18년이 확정됐다.

4년 전 A씨는 모 아파트 동 대표로 일하다가 피해자와 알게 됐다. 그가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보이자 부동산 중개업자인 공범 B씨를 소개해줬다.

두 사람은 피해자에게 투자금 11억6500만원을 받아 토지를 사줬는데 땅값이 오를 가능성은 적었고 실제 가격과 견줘도 터무니 없었다.

거금을 투자하고 속았다는 걸 알게된 피해자는 변제를 요구하며 두사람의 관계를 폭로하겠다고 압박했다. A씨의 집을 찾아오는가 하면 주변에 소문을 냈고 급기야 몸싸움까지 벌이게 됐다. A와 B씨는 내연관계로 의심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피해자에게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도 있었다. A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을 만큼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B씨의 사무실에 세 사람이 모였다. B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C씨를 데려왔다. 한번 더 만난 세사람은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하기로 하고 실행은 C씨가 맡았다.

세 사람은 번갈아 피해자를 미행하고 잠복하며 동선을 파악했다. 결국 C씨는 피해자의 아파트 근처 사거리 내리막길에서 차량을 급가속해 피해자를 들이받았다. 60대 고령인 피해자는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숨졌다.

A씨와 B씨는 C씨에게 사례금을 약속하고 단순과실 차 사고를 낸 것으로 뒤집어 써주리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혐의를 부인하던 C씨는 수사기관에서 범행현장 CCTV와 휴대전화 기록을 들이밀자 더이상 버티지 못 하고 범행 일체를 실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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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를 부인하던 C씨는 수사기관에서 CCTV와 휴대전화 기록을 들이밀자 더이상 버티지 못 하고 범행 일체를 실토했다. /더팩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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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재판 과정에서 살인을 모의하지도 않았고 구체적인 계획도 몰랐고, 범행 현장에도 없었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A씨가 남긴 흔적은 너무 많았다. 피해자에게 대가를 약속하며 차량으로 치어 '해코지' 해달라고 제안한 것도, 피해자를 미행하며 C씨에게 얼굴을 알려준 것도, C씨에게 범행 후 준 돈의 출처도, 대포폰을 마련해준 것도 A씨였다. 경사길에서 피해자를 들이받자고 주장해 C씨가 너무 위험하다고 만류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식물인간', '없애버리자'는 말이 오고 간 B씨와 통화 내용은 혐의를 더욱 뚜렷하게 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살인죄는 계획적인 의도가 없었더라도 사망이라는 결과를 빚을 만한 가능성을 알았다면 충분히 인정된다. 공모관계 역시 서로 의사만 맞았다면 전체 모의과정이 없더라도 성립된다. 공모했다면 실행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공범으로 책임을 져야한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피해자가 크게 다치거나 죽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차량으로 들이받을 것을 구상했고 금전적 대가도 약속했으며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점을 인정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치러진 1심에서 배심원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했고 양형은 징역 10년 의견이 가장 많았다.

2심 재판 진행 도중 피해자가 숨져 혐의는 살인미수에서 살인죄로 바뀌었다. 2심 재판부 역시 총 13가지에 이르는 이유를 들어 A씨에게 살인의 고의와 공모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형이 가볍다는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대로 10년형을 확정했다. 10년 이상의 징역이 선고되면 검사는 양형을 이유로 상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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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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