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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고통 호소하는 원주민 여성에 "겁쟁이" 조롱한 캐나다 간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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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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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퀘백 주의 풍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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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퀘백 주에서 병원 직원들이 죽어가는 원주민 여성을 조롱하는 영상이 논란이 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이 영상이 원주민들이 겪는 인종차별의 암울한 현실을 드러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0일(현지시간) 가디언지 등 외신에 따르면 캐나다 원주민인 조이스 에차취안(37)은 지난달 28일 복통을 호소하며 퀘벡 주 졸리엣에 위치한 병원에 방문했다. 그는 병원 직원들에게 자신이 이전에 비슷한 문제를 겪었으며 심장 질환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통을 호소하는 에차취안에게 돌아온 것은 조롱이었다. 병원 직원들은 그의 호소에 무관심한 모습을 보였고, "겁쟁이"라고 부르며 그를 조롱했다. 이 모습은 에차취안의 페이스북을 통해 약 7분 동안 생중계됐다.

영상에서 한 간호사는 에차취안이 고통에 신음하자 "바보 같은 짓을 했냐"고 묻는다. 다른 간호사는 7명의 자녀를 둔 그에게 "당신은 나쁜 선택을 했다. 자식들이 이런 꼴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겠나"고 말한다.

또 다른 간호사는 에차취안을 두고 "그는 무엇보다도 성관계를 잘한다"고 조롱했다. 에차취안은 이 같은 조롱을 들은지 얼마 되지 않아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상은 캐나다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원주민 지도자들은 해당 영상이 캐나다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차별의 암울한 현실을 폭로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페리 벨가르드 캐나다 원주민 총회(AFN) 의장은 해당 사건에 대해 성명을 내고 "캐나다 의료계에서는 원주민에 대한 차별이 여전히 만연하고 있으며 이는 중단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프랑수아 르고 퀘벡주 총리는 해당 병원 직원들의 행동을 비판하며, 이 사건으로 병원에서 최소 한 명 이상의 간호사가 해고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 사건이 퀘벡 주에서 일어나는 인종차별의 문제를 대표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마크 밀러 캐나다 연방 원주민부 장관은 르고 총리의 발언과 달리 에차취안의 죽음이 캐나다 원주민들이 직면하고 있는 사회적 장벽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은 독립적인 사건이 아니다"라며 과거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서 병원 직원들이 원주민 환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두고 내기를 벌였던 사건이 있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들이 인종차별적인 말을 듣고 죽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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