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주교 임명 합의 연장 겨냥 "중국 종교 박해 맞서야"
교황청은 외교 결례에 '부글'…교황, 폼페이오 접견 안 할 듯
30일(현지시간) 주교황청 주재 미국대사관이 주최한 종교 자유 심포지엄에서 발언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AP=연합뉴스] |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미국과 교황청의 외교 수장이 교황청-중국 간 주교 임명 합의안 연장 문제를 놓고 다시 한번 날 선 언사를 주고받았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30일(현지시간) 주교황청 미국대사관이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중국처럼 종교적 자유를 억압하지는 않는다"면서 "모든 종교 지도자들이 이러한 종교적 박해에 맞설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톨릭교회를 겨냥해 "세속적 고려가 이러한 원칙을 무너뜨리지 말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전체적인 발언의 맥락은 중국과의 주교 임명 합의를 이유로 중국의 기독교인 탄압에 눈을 감지 말아야 한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날 심포지엄은 종교 자유를 주제로 한 행사로 교황청과의 사전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9월 체결된 교황청-중국 간 주교 임명 합의는 중국 정부가 교황을 세계 가톨릭교회의 최고 지도자로 인정하고 주교 임명시 교황청의 의견을 듣는 대신 교황청은 중국 측이 임의로 임명한 주교 7명을 승인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교황청은 시효 만료가 임박한 이 합의안을 갱신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현재 막바지 세부 조항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참피노 공항에 도착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AP=연합뉴스] |
이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은 이탈리아를 방문하기 전 자신의 SNS 등을 통해 "2018년 합의 이후 중국 내 기독교인들에 대한 탄압이 더 심해졌다"며 "교황청이 합의를 연장한다면 그 도덕적 권위가 크게 실추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강한 반대의 뜻을 밝힌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연일 계속되는 거친 발언에 교황청의 외교 수장도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교황청의 폴 리차드 갤러거 외무장관(대주교·영국)은 '미국 측이 일방적으로 이 행사를 개최한 게 자국 대선에 교황을 이용하려는 의도라고 보느냐'는 ANSA 통신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 이는 정확히 교황이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나지 않으려는 이유"라고 답했다.
갤러거 장관은 이어 "보통 정부 고위급 방문을 준비할 때는 사적으로 또는 내밀히 안건을 협의한다. 이는 외교 원칙 가운데 하나"라며 미국 측의 외교적 결례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내달 1일 교황청 서열 2위로 꼽히는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과 갤러거 외무장관과 만나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현재까지도 교황 알현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앞서 이탈리아 현지 언론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국과의 주교 임명 합의 연장과 관련한 폼페이오 장관의 비난성 발언에 대한 반발로 교황청 방문 시 그를 접견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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