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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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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좌파" "입 닥쳐"…막말 쏟아낸 美대선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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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주자간 첫 TV토론이 예상을 뛰어넘는 '난타전'으로 전개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대선을 35일 앞둔 29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첫 TV토론에서 인종차별 시위, 대법관 지명, 코로나19 대응 등을 놓고 총 96분간 한치의 양보없는 혈투를 치렀다. 정책 경쟁은 사라지고 인신공격성 발언과 끼어들기가 난무하면서 미국 역사상 최악의 토론이 되고 말았다는 혹평도 나왔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향해 "나는 47개월간 당신의 47년보다 더 많은 일을 했다"고 맹비난했고,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응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과 질서'를 강조하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폭력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을 내세우며 백인 표심에 호소한 것이다. 그는 "대부분의 문제는 우파가 아니라 좌파가 일으키고 있다"며 "누군가는 안티파와 좌파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을 향해 "당신네 당은 사회주의 의료 체제로 가고 싶어 한다"거나 "버니 샌더스가 공약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이념 공세'를 시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편투표의 부정 가능성을 내세우며 "승자 확정까지 몇 달이 걸릴 수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우편투표는 강에 버리지고 있다"며 "나를 찍은 투표용지가 벌써 버려진채 발견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회 직전 불거진 소득세 회피 논란에 대해선 "(2016년과 2017년에)수백만 달러의 세금을 냈다"고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코로나19 대응 실패론에 대해서도 "몇 주만 있으면 백신이 나온다"며 "바이든 당신은 내가 해낸 일을 결코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전 부통령의 발언 중간에 계속 끼어들기를 시도하며 수차례 사회자의 저지를 받기도 했다. 4년 전 토론 때처럼 규칙 파괴를 통해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포석이었으나 계획대로 먹혀들지는 않았다. 이와 함께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 문제나 학력 문제 등을 꺼내들어 상대 후보 흔들기를 시도했다.

사회를 맡은 크리스 왈라스 폭스뉴스 앵커는 자신의 제지에도 아랑곳않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솔직히 말해 당신이 더 많이 끼어들고 있다"며 "당신에게 (자제를)호소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막말로 인해 수세에 몰릴 것이란 전망을 깨고 선전했다는 평가다. 오히려 "입 닥쳐라", "푸틴의 강아지", "광대" 등의 거친 표현을 쓰며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그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거의 쳐다보지 않은 채 주로 정면을 응시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끼어들면 노골적으로 비웃거나 거짓말로 몰아부치며 무시하는 전략을 썼다. 몇주간 준비한 예행연습의 효과를 본 셈이다. 이날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집권기에 미국은 더 약해지고 아프고 가난해졌다"며 "더 분열되고 더 폭력적이 됐다"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법 질서'를 강조하자 "지금은 1950년대가 아니다"라며 "당신은 인종주의자"라고 받아쳤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부실 대응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면서 "처음부터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했다면 10만명을 살렸을 것"이라며 "그는 주식시장만 신경썼다"고 비난했다.

TV토론에 앞서 바이든 후보는 자신이 지난해 98만5000달러의 수입을 올렸고 연방소득세로 약 30만 달러를 냈다는 납세 자료를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해인 2017년 연간 750달러를 냈다는 뉴욕타임스(NYT) 폭로를 활용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이날 토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당신은 교사보다도 적은 소득세를 냈다"며 "세금 환급 기록을 우리에게 보여달라"고 압박했다. 이날 바이든 전 부통령은 대선 승복 여부를 즉답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내가 패배한다면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념 공세에 말려들지 않는 동시에 중도층 표심에도 호소하려는 듯 당내 좌파 그룹과 분명히 선을 긋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내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그린 뉴딜'과 자신의 정책은 다르다고 주장했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공약 참여에도 거리를 뒀다.

한편 첫 TV토론에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우세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미 CNN 방송은 이날 여론조사기관(SSRS)에 의뢰해 토론을 생방송으로 시청한 유권자 568명에게 평가를 받았다. 응답자 가운데 60%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잘 했다고 답변한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세했다는 답변은 28%에 그쳤다.

해당 조사기관이 동일한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사전 조사했을 때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잘 할 것이란 답변이 56%였고, 트럼프 대통령 우위를 점친 답변은 43%였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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