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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코로나가 바꾼 직장인 사무실 "출퇴근 지옥 벗어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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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머니투데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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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도심 오피스 지구' 같은 말이 없어질 수도 있을까. 서울 도심 번화가 본사 사무실을 놔두고 '회사가 얻어준' 공유 오피스 등 집 근처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제는 일상이 돼 버린 재택근무·원격근무와 함께 코로나19가 만든 신(新) 풍속도다.

지란지교그룹 계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업체 엑소스피어랩스는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본사에서 자리를 아예 뺐다. 엑소스피어랩스는 지란지교시큐리티·지란지교소프트 등 다른 그룹 계열사들과 같은 건물을 사용했다. 그러나 최근 전원 재택근무 체제를 이어가면서 아예 사무실을 없앴다.

엑소스피어랩스는 대신 어린 자녀가 있는 등 집에서 재택 근무가 어려운 인원에게는 직원의 자택 근처에 공유 오피스를 얻어줬다. 월 10~30만원 안팎이면 개방형 라운지 좌석 1인석을 임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워킹맘인 엑소스피어랩스 직원 서모씨도 최근 집 근처 공유 오피스를 얻었다. 서씨의 자택은 경기 평촌. 지금은 평촌 시내의 공유 오피스 1인석을 빌려 재택 근무 아닌 원격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집을 나서 20분 이내에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다.

서씨의 출퇴근 길은 보통 왕복 2시간은 족히 넘었다. 코로나19 유행 전 아이까지 등교시키고 출근하려면 남들보다 1시간 반은 일찍 집을 나서야 했다.

서씨는 "코로나19로 아이도 집에 있다 보니 재택근무가 원활하지 않아 고민하던 차에 회사에서 공유 오피스를 얻어 줬다"며 "출퇴근길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적어진 데다 출퇴근에 소비하던 체력을 일에 더 쏟아붓다보니 일을 더 집중해서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엑소스피어랩스는 임직원이 10명 정도인 법인이다 보니 오히려 공유 오피스를 임대해 강남 금싸라기 땅의 사무실 임대 비용을 절감했다는 후문이다. 엑소스피어랩스는 집에서 재택 근무가 가능한 인원에게는 대신 PC를 대여해 주는 등 사무실 임대 비용을 아껴 재택근무를 지원하고 있다.

엑소스피어랩스 외에도 여러 회사들이 이같이 '집 근처 사무실'을 장려하고 있다. 서씨는 "공유 오피스에 가 보면 저처럼 특정 회사에 소속돼 있는데 따로 자리를 얻어 일하는 사람이 많다고 공유 오피스 매니저들이 말했다"고 전했다.

대기업인 SK텔레콤도 발상의 전환을 통한 출퇴근 공식 깨기에 나섰다. 박정호 SK 텔레콤 사장은 지난 6월 '포스트 코로나19' 주제로 열린 '비대면 타운홀'에서 직원들이 본사 대신 집 근처 10~20분 거리로 출·퇴근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지난 4월부터 서울 서대문과 종로, 경기 판교·분당에 거점 오피스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직원들이 을지로 본사 대신 집과 가까운 거점 오피스로 출근해 무리 없이 이용하도록 거점 오피스에는 AI(인공지능) 얼굴 인식 시스템과 좌석 예약 시스템, 모바일 PC, 화상회의 시스템을 마련했다.

SK텔레콤은 이같은 거점 오피스를 연내 10곳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강남·마포·강서·송파·일산 등 거점 지역을 늘린다는 계획이었다. 출퇴근길 타인과의 밀접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거점 오피스를 확대하는 대신 공간이 남는 을지로 본사 사옥을 공유 오피스로 바꾸거나 본사와 자회사의 서울 지역 근무자들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전환한다는 복안도 제시됐다.

박 사장은 당시 "ICT 기업은 글로벌 위기 극복을 위해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변해야 한다"며 "전 영역에서 구시대 공식을 모두 깰 때"라고 강조했다.

백지수 기자 100js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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