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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前 국가정보원장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은 교각살우나 마찬가지” [세상을 보는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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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엔 20~30년 된 전문가 많아

경찰은 보직이동 잦아 기대 못해

요원들 수사권 뺏기보단 확대해야

특활비를 모두 없앤 건 바보같은 짓

박지원도 청와대 근무 때 가져다 써

못쓰게 하기보단 정보 활동에 써야

세계일보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이 최근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우당기념관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국가이익을 보호하는 칼이 있어야 한다. 대공 수사권은 경찰로 이관해선 안 된다.”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은 당·정·청의 국가정보원 개혁안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외려 국가이익을 해치는 모든 스파이를 잡을 수 있게 수사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현 정부 들어 진영 갈등이 더 악화됐다고 진단한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통합의 리더십을 주문했다. 이 전 원장을 만나 국내외 이슈에 대한 해법과 코로나19 이후 변화가 요구되는 국정원의 역할 등에 대한 고견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최근 서울 종로구 우당기념관에서 진행됐다.

―코로나19로 비상 상황인데 국정원의 존재감이 안 보인다.

“홍콩대 교수가 코로나19 진원지가 우한 바이러스연구소라고 폭로했는데 아주 심각한 문제다. 그런 게 하나 잘못 나가면 세균전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중국은 부인하지만 나도 우한이 발원지라고 의심하고 있다. 정보기관은 어디서 나왔는지 소스를 캐야 한다. 이걸 방치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다 맡겨버리면 어떡하나. 숨겨진 정치적 의미, 고의인지 실수인지 다 알아봐야 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자국중심주의가 강화되고 있는데.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 어떤 변화가 올지 굉장히 우려된다. 세계화 질서가 다 깨져버리고 내셔널리즘이 강화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외 의존도가 62%나 된다. 자원이 있나 내수가 되나. 중국은 내수가 끄떡없고 일본도 대외 의존도가 30%밖에 안 된다. 한국은 외국과 무역을 못하면 죽는 나라다. 각국이 울타리 치고 문 닫고 사는 세상이 되면 우리나라가 제일 골탕 먹는다. 빨리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북한하고 물꼬 튼다는 얘기만 할 게 아니라 첩보를 입수해서 국가경제에 뭐가 문제가 될 테니 대비해야 하다고 워닝(경고)을 줘야 한다.”

세계일보

―전염병과 식량 안보, 기술 유출, 사이버 테러 등 신 안보 위협이 커지고 있다.

“정보기관의 대응 분야가 굉장히 넓어졌다. 옛날에는 대공이 전부였지만 지금 우선 순위를 따지면 저 밑에 내려가 있다. 국정원은 국내외에서 첨단 기술 유출, 사이버 테러 등 국가이익을 침해하는 사건 정보를 입수해서 넘겨줘야 한다. 미·소 냉전기 때 소련의 최대 식량원이었던 우크라이나 밀이 흉작이 들었다. 미국은 이런 정보를 수집하고 공세를 펼쳐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합의에 성공했다. 식량 안보가 위기인 소련은 미사일 협상에 타협을 하고 미국 밀을 대량 도입했다. 작황 하나가 그런 협상에 영향을 준다.”

―국내에 외국 스파이가 활개 치고 있다는데.

“중국과 일본 스파이가 국내에 얼마나 많은 지 모른다. 우리나라는 지금 기술을 많이 도둑질당하고 있다. 이번에도 카이스트 교수가 자율주행차 핵심기술을 중국에 팔아 먹었다가 적발됐다. 국정원은 이제 대공 수사만 할 게 아니라 모든 나라 스파이를 다 잡아내야 한다. 미국은 최근 스파이 혐의를 받은 중국인 1000명의 비자를 취소했다. 베냐민 네타냐휴 이스라엘 총리가 정상회담을 하면서 자국 스파이 조나선 폴라드의 송환을 요구했지만 미국은 거부했다. 국가이익엔 우방이고 뭐고 없다. 우리나라는 다 내놓고 산다.”

―장성택이 고사포로 처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고모부 장성택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얘기는 충격적이다. 참수해 시신을 전시했다고 하지 않나. 그걸 본 북한 고위급이 한 두 명이 아닐텐데 국정원이 정보를 수집하지 못했다면 무능한 거다. 반성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그 얘기를 왜 트럼프한테 했나 생각해보니 ‘내가 북한은 장악했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 같다.”

세계일보

―국정원이 벤치마킹해야 할 해외 정보기관은.

“이스라엘의 모사드다. 모사드는 내가 가봤지만 크지 않다. 선택과 집중을 하는 거다. 이스라엘 인구는 800만 명밖에 안 된다. 해외 동포가 700만 명인데 그들이 다 모사드를 돕는다. 요시 코엔 국장의 능력이 탁월하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과의 수교를 주도했고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모로코 등 다른 아랍국과의 국교 정상화 작업도 지휘하고 있다. 이들 아랍국들의 제일 큰 걱정은 쿠데타인데 모사드는 정권이 쓰러지지 않도록 정보를 제공하며 거래를 한다. 정보기관은 지금 이런 것까지 다 해야 한다.”

―대공 수사권을 경찰로 넘기는 내용의 국정원 개혁안이 나왔다.

“대공 수사권은 이관할 필요가 없다. 국정원은 수사 기능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칼을 갖고 있어야 하니까. 칼은 어쩌다가 뽑더라도 갖고 있어야 정보가 힘이 있는 것이다, 칼조차 없으면 누가 정보를 주겠나. 정 수사권 기능을 떼어내려면 미국의 연방수사국(FBI) 같은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국정원에는 한 이슈만 20년, 30년 파고든 전문가들이 있다. 노동신문만 분석하는 요원도 있다. 경찰은 보직이동이 잦아 그게 안 된다. 이건 비밀기관이라야 되는 거다.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가져가면 그 기능은 다 죽는다. 교각살우가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세계일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정원에 대한 입장은 어떠했나.

“‘우리가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고 했다. 국가정보원 작명을 직접 하고 ‘정보는 국력이다’라는 휘호도 써줬다. 나는 대통령에게 문서로 보고 안하고 컴퓨터로 했다. 김 전대통령은 자기가 탄압 받은 걸 개혁으로 승화시켰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 기조실장이 찾아왔길래 ‘김 전 대통령만큼 흑역사 피해자 없다. 사형선고, 납치, 가택연금 등을 당한 사람이 한 국정원 개혁은 존중해줘야 할 거 아니냐’고 했다. 그걸 허물어뜨리면 안 되지 않나.”

―국정원이 선거개입 등 흑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국정원은 첩보를 수집해 정책결정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국정원 역할은 워닝을 주는 거다. 조기경보 말이다. 딱 원칙 하나만 세우면 된다. 정보만 수집하고 여기에 대한 대책은 세우지 말아야 한다. 다른 부처가 하도록 해야 한다. 정보기관이 대책을 세우니까 대통령 당선 대책 같은 것이 자꾸 나오는 것 아닌가. 검사의 국정원 파견도 금지해야 한다. 검찰과 국정원이 서로 견제하도록 해야 한다. 국정원이 사건을 만들어도 검사가 안 받으면 증거를 더 수집하고 완벽하게 해서 넘길 것이다. 그러면 조작하는 사건 못 만든다.”

―박지원 원장은 김대중 정부 청와대 공보수석 당시 국정원장 특수활동비를 지원받지 않았다는데.

“가져다 썼다. 자기가 개인적으로 쓴 건 아니다. 대통령도 특활비를 쓸 데가 있다. 무조건 못쓰게 못 박을게 게 아니라 정보활동 목적으로 쓰게 해야 한다. 일일이 예산 항목에 기재하기 민감한 게 많다. 지금은 특활비를 다 없애버렸는데 바보 같은 짓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게 시가를 선물한 적이 있다. 스탈린이 시가를 좋아하니까. 그거 다 정보비로 쓴 거다.”

세계일보

―나라가 둘로 갈라지고 공정과 정의 가치가 무너지고 있다.

“현 정부에서 이념갈등이 더 심해졌다. 문 대통령은 남은 임기를 국민 통합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원로들과의 채널을 차단한 것 같다. 그전엔 문 대통령이 불러서 좀 민망한 얘기도 했다. 요즈음엔 부르지 않는데 찾아갈 수도 없다. (조국 사태를 보면) 문 대통령은 욕을 먹어가면서 사람을 자르는 것을 하지 못한다. 너무 여리다. 하지만 국가를 위해선 단호할 때는 단호해야 한다. 추미애 장관 문제도 자꾸 막을 치고 이럴 게 아니다."

―김원웅 광복회장이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백선엽 장군의 국립현충원 파묘를 주장했다. 독립 유공자 후손으로 같은 생각인가.

“나는 전두환 전 대통령 밑에 있었다. 그 사람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화당 때부터 저쪽에 있었다. 우리가 부끄러운 줄을 알고 자숙해야 한다. 임시정부와 반민특위가 친일파 응징 대상으로 정한 사람은 690명을 넘지 않았다. 친일파 인명사전을 만들면서 4700여명으로 늘린 것 자체가 잘못됐다. 공적은 얘기 안하고 다 먹칠을 해놓으면 어떻게 하나. 일제시대에 백선엽, 박정희가 육군 중위였다. 친일을 했으면 얼마나 했겠나. 나는 임시정부 기념관 지으면 이 전 대통령부터 김원봉 의열단장까지 다 포용하려고 마음 먹고 있다.”

세계일보

―패권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이 한국에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데.

“어떤 경우에도 한미동맹은 깨면 안 된다. 우리가 70년의 한미동맹 기반 위에서 경제개발이라는 집을 지었지 않나. 이 기반을 흔들면 안 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도 토론을 많이 했다. 그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할 때 통일 이후에도 주한 미군이 한반도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유엔군사령부가 족보가 없다고 했는데 그런 무식한 얘기를 하면 안 된다. 어떻게 외통위원장이 그런 얘기를 경솔하게 할 수 있나.”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과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양국 갈등이 풀리지 않고 있다.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한 문희상 안은 괜찮은 안이다. 그런데도 일본이 받아들이지 않는 건 한국에 대한 오해를 갖고 있어서다. 위안부 문제는 박근혜 정부랑 상당히 얘기가 됐던 건데 이 정부 들어 적폐청산이니 밀약이 있느니 해서 깨졌다. 어떤 반응이 나올지 따져보지 않고 불쑥 꺼낸 것 같다. 처음에 너무 서투르게 다뤘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오해를 받고 있기 때문에 먼저 일본에 호의(good will)를 표시하며 ‘같이 풀자’고 해야 한다."

―한국 현대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는 문서를 많이 남겼는데.

“국회도서관에 1만 3000건을 보냈다. 5000건은 좀 민감한 것이어서 안 보냈는데 그것도 사후 공개 단서를 달아서 기증할 것이다. 요새도 일기를 쓰는데 다 보낼 계획이다. 내가 누구를 욕한 내용 등 진솔한 얘기들이 담겨 있다. 상당부분은 용역을 줘서 디지털 파일을 만들어 놓았다. 슬픈 이야기인데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왜 일어났고 어떻게 끝났는지 누구도 보고서를 쓴 게 없다. 서애 유성룡은 임진왜란 징비록을 썼지 않나. 실패한 얘기를 기록해야 후손들이 그걸 보며 경각심을 갖는다.”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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